2007년 6월
위암4기 진단 받은 후 만 20년이 지났군요.
2013년 항암 끝내고 절제 수술한 후 6개월, 1년, 2년 반복해서 추적 검사를 하다가
몇 년 전부터는 2년 추적 검사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1년 만에 오랍니다.
의외라서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요.
처음에 대항병원에서 진단 받고, 성모병원에서 정밀 진단.
그 후 일산 국립암쎈타로 옮겨 본격적인 치료를 받았는데요.
그 때 만난 의사가 지금까지 저를 담당하고 있는 주치의입니다.
끈질기다면 아주 끈질긴 인연.
종양전문의들은 보통 환자들과는 1년 정도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네요.
담당 환자들의 평균 수명인 거죠.
그래서 왠만하면 환자들과는 가까와지지를 않는 거죠.
괜히 마음 줬다가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환자들을 차갑게 대하는 이유압니다.
저 역시 비슷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당신 말대로 살아날 확율이 천명 중에 한명도 안되는 상태인데, 가까와 질 이유가 없는 거죠.
한 3년 넘게 버티니까 그 때부터는 사적인 이야기도 조금씩 합니다.
이무렵부터 마음을 열기 시작했던 걸까요?
어느 해 5월
조그만 화분이라도 하나 선물할까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손을 내젔습니다.
그런데 문을 나서려는 순간 부르더니,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있는데 아주 작은 화분을 좋아 한다고 그것 좀 부탁할 수 있냐고 하네요.
사는 곳도 가까운 걸 그 때 알았습니다.
우리 가게 바로 앞 아파트 단지.
몇년 전인가.
따님은요? 물었더니 재수한다고...
그 후로 출신 고등학교도 알게 됐고,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하게 되었는데요.
그래도 가끔씩 차가운 말은 잊지 않더라고요.
살아 있는 동안은 항암을 해야 한다느니, 남들보다 몇배는 오래 살았으니 만족하라느니...
그래봤자 대화는 2,3분 안에 끝납니다.
함께 기다리던 환자가 묻습니다.
그냥 인사만 나누고 나오는 거냐고~~~
아무튼 20년이라는 세월을 알고 지냈으니 보통의 환자와 의사 사이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머리카락이 까맣던 중년의 사나이가 이제는 반백의 노인이 되어 있으니까요.
이번에 의외로 1년 만에 오라고 했을 때도 나름 짐작한 바가 있지요.
아!
정년 퇴직인가 보구나~
내년 검사일자를 지정해 주면서 아마 다음에는 못보게 될 지도 모른다고 그럽니다.
정년 퇴임하면 고향인 부산으로 가실 거냐고 물었더니
대구로 갈 거라고 합니다.
아마 부인 고향인 듯~
어쩌면 연장 계약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또 볼 수도 있을 거라고...
퇴직하면 만나서 소주 한잔 하자고 그랬지요.
궁금했던 것이 꽤 많거든요.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절제 수술 후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암세포가 안보인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절제 안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 외에도 이것저것.
아무튼 좋다고 그럽니다.
가끔은 우리 집 뒤로 해서 관악산을 오른다고 합니다.
재 전화번호도 알고 있으니까 전화 한번 하겠다고 하네요.
그 때 품고 있던 여러가지 궁금증이 풀리면 완성된 에필로그를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요.
이번에는 졸업장을 줄지 알았는데...
내년에 또 오라고...
암이란 평생을 안고 가는 병이라고...
섭섭하지만, 그럼에도 일이 잘 돼서 재계약을 맻고, 그래서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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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요리 작성시간 26.06.13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오래오래 안부전하면서 우리 같이 살아요.
이게 정말 든든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엘로우나이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4 주치의가 항상 그럽니다.
재발만 안하면
100살 끄떡 없을만큼 건강하다고... -
작성자수산나 작성시간 26.06.14 오랜 만남 하셧네요
저도 7년차라 2년에 한번 받고 싶다고 햇더니
다른쪽이 알수 없으니 평생
1년에 한번 검사 받으라고 해서
일년마다 가야해요
아직 까지는 수술하신 원장님
만나니 좋긴한것 같아요
은퇴하시면 많이 서운할것 같아요 -
답댓글 작성자엘로우나이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5 제 주치의도
말은 평생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말을 바꾸더라고요.
얼마나 좋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