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파음악 [ 古典派音樂 classic music ]
요약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엽에 걸쳐 주로 빈을 중심으로 융성하였던 음악.
본문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엽에 걸쳐 주로 빈을 중심으로 융성하였던 음악. 좁게는 1770년부터 1830년까지의 F.J. 하이든·W.A. 모차르트·L. 베토벤을 중심으로 하는 약 60년 간의 <빈 고전파>음악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베토벤은 고전파음악을 완성시켜 가면서 다음에 오는 낭만주의를 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또 젊은 세대(世代)인 F.P. 슈베르트는 낭만파의 작곡가로 꼽히기도 하나 음악적인 실질(實質)은 고전적이므로 여기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넓은 뜻의 고전파음악에는, 빈 고전파에서 볼 수 있는 양식적(樣式的) 완성을 준비하는 역사적 위치에 있었던 C.P.E. 바흐·J.A. 벤다 등 북독일악파(樂派) J.A. 슈타미츠 등의 만하임악파, G.C. 바겐자일 등 빈악파, C.W. 글루크의 오페라 등 이른바 <전고전파(前古典派)>의 여러 음악과, 베토벤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낭만파음악의 일부까지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음악에서의 고전주의도 넓은 뜻에서는 그리스·로마의 문학·미술의 특질과 원리를 이상(理想)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나, <소리와 시간의 예술>인 음악에서는 고전주의의 표현방법이 문학이나 회화와는 다르다. 고전의 뜻을 규범성, 형식의 완전함, 고귀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성, 반(反)낭만주의적인 것 등으로 규정한다면 빈 고전파가 아니더라도, 팔레스트리나의 《미사곡》, F. 쿠프랭의 《조곡(組曲)》, J.S. 바흐의 《건반음악(鍵盤音樂)》, G.F. 헨델의 《오라토리오》, E.N. 메윌의 《오페라》 등에서도 고전적 요소를 볼 수가 있다. 고전이란 말이 더욱 확대 해석될 경우에는 포퓰러 뮤직에 대한 예술음악 전체를 가리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른바 빈 고전파의 음악은, 그것에 앞서는 로코코적 염미양식(艶美樣式)이나 다감양식(多感樣式), 또는 C.P.E. 바흐의 <질풍과 노도(슈투름 운트 드랑)>의 음악이나 F.F. 쇼팽·R.A. 슈만·F. 리스트의 낭만주의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고전주의적 특색을 지니고 있다.
〔특징〕
고전파음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철저한 형식원리의 추구를 들 수 있다. 그것은 교향곡·협주곡·피아노 소나타·현악 4 중주곡 등의 여러 기악(器樂)에서 볼 수 있는 고도로 유기적(有機的)인 악곡 통일의 원리에 있다. 두 주제(主題)를 지니고 제시부·전개부·재현부로써 구성되는 소나타 형식은 바로크에서 전고전파에 이르는 과도기의 새로운 기본형식이었는데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은 그것을 단순한 기본형식으로는 하지 않고 악전(樂典)을 유기적 통일체로 삼아서 동적(動的)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원리로까지 높였다. 특히 주제로서, 하이든의 《살로몬교향곡》 중의 <놀람> <기적(奇蹟)>, 모차르트의 교향곡 《주피터》,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 《운명》 《전원》 등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극히 개성적이어서, 악곡의 주요 재료라기보다는 악곡에 시종일관하는 유기적 전개를 가능케 하기 위한 문제제기, 또는 악곡이라는 무대에 등장하는 주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운명》에서 그 유명한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주제 내지는 모두동기(冒頭動機)가 제 1 악장에서뿐만 아니라 4악장 전체를 통해 사용되어 교향곡을 극적·논리적으로 전개되는 4막극(四幕劇)으로서 성립시킨다. ② 빈 고전파 음악은 전고전파의 여러 양식을 이어받으면서도 그 안이한 감정의 표현이나 분출을 계산된 음(音)의 논리와 음의 연출로써 효과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바꾼다. 즉, 감각적·감정적인 것을 정신적·미적인 것으로까지 승화시킨다. C. 바흐의 유려한 소나타와 모차르트의 격조높은 소나타를, 그리고 E. 바흐의 분방한 교향곡과 베토벤의 힘차고 장대한 교향곡을 비교해 보면 이 점은 명확해진다. ③ 언어의 문제와 대결한다. 그것은 맑고 아름다운 언어의 육성에서 시작되어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말과 소리의 결합>으로서 결실된다. 빈 고전파 음악의 어법(語法)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나 《마술피리》에서 그 진수를 볼 수 있듯이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에 바탕을 둔 기악의 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언어의 여러 가지 억양과 설득력을 기악 소리의 움직임으로 바꾼다. 그 흐름이 슈베르트로 하여금 독일어와 음악과의 고전적인 결합을 이룩하도록 했다. ④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이나 《합창》에서 볼 수 있듯이 소리로써 무엇인가를 그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지금 여기에 펼쳐지는 <소리의 사건>으로서 연출한다. 이 <소리의 사건>을 통해 그들은 인간의 삶을 추구하고 인간애의 보편적 관념과 윤리적 이상주의를 표방한다. 《합창》이 불러일으키는 깊은 감동은 바로 여기에 있다. ⑤ 바로크 이래 궁정귀족의 문화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신흥시민의 힘찬 활력과 시민의 취미를 대변한다. 그런 입장에서 오르간이나 쳄발로 대신 등장한 피아노를 위한 신선한 소나타나 협주곡을 개발했다. 또 하이든의 무곡악장(舞曲樂章)에서 볼 수 있듯이 렌틀러 등의 민속음악적 요소를 살려 관현악의 음색(音色)을 다채롭게 했다. 또한 그들은 패트런으로부터 자립하여 국제적 연주여행을 통해 적극적으로 청중의 확대에 힘썼다. 베토벤의 경우에는 패트런에 머리숙이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새로운 시민의 대표로서 전인류를 향해 음악을 통해서 발언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자칫 음악가의 자의식과잉(自意識過剩)을 낳아 음악가와 청중 사이에 <거리감>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자아내게 된다. 베토벤 작품의 난해함의 한 가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기(中期)의 베토벤 음악에서 볼 수 있는 독창적 개성의 표출은, 그것을 듣는 사람이 소리의 질서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기보다도 그 감정적 호소에 끌리게 되어 그 참뜻을 잃게 되었고 고전주의는 내부에서 붕괴가 시작되어 낭만주의로 크게 기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