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03.15 12:07 |
2001년 이른 봄 1박2일 일정(2001. 2. 23일 11:15 ∼ 24일 17:10)으로 통영을 여행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는 46세 남자. 이번 여행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큰 아들과 단 둘이서 했다. 이순신 장군 유적지 답사와 통영 일대 자연경관 감상은 물론 진학 공부에 시달릴 아들의 정신무장과 직장생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나의 생활자세 재정비도 목적. 물론 아내의 권유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인터넷 검색 등 여행계획 수립에 투자한 시간은 통산 5시간 정도. 1주일간 점심시간을 거의 다 할애했다. 여행계획은 마치 전문여행사가 작성한 것 같이 짜임새를 갖추게 됐고, 여행은 물흐르듯 순조로웠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통영이 마치 전에 여러번 방문했던 곳 같이 느껴졌고, 여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순신 장군의 자부심과 천혜자연의 풍요로운 마음으로 여유있는 친절을 보여준 사람들이 사는 곳 통영. 조용하고 깨끗한 항구도시. 아들은 "다시한번 오고 싶은 곳"이라는 말로 여행소감을 피력했다. 나와 같이 통영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쓰다보니 글이 꽤 길어졌다.
여행은 첫째날 : 충렬사 → 세병관 → 터미널횟집(도다리쑥국) → 해저터널 → 한양집(다찌집) → 뚱보할매김밥집
둘째날 : 원조시락국집 → 제승당 → 남망산공원 → 영동식당(정식) → 달아공원 및 산양일주도로 → 우짜할매집 순으로 진행했다.
여행담도 여행 순서에 따라 ①숙박 ②교통 ③충렬사 ④세병관 ⑤도다리쑥국 ⑥해저터널 ⑦다찌집 ⑧충무김밥 ⑨시락국 ⑩제승당 ⑪남망산공원 ⑫정식 ⑬달아공원, 산양일주도로 ⑭우짜 ⑮특산품 전시·판매장 순으로 기술했다.
① 宿泊
숙박은 나포리에서 했다. 이 홈페이지의 [숙박·교통]에서는 나포리장으로 소개하고있고, 이 홈페이지의 어딘가에서는 나포리여관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은 나포리모텔이라고 하기도 했으나, 건물벽에는 그냥『NAPOREE』라고만 씌어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여관이나 러브호텔과는 달리 다소 오래된 듯한 일자(一字)형 7층 건물로 주변에는 다른 높은 건물이 없어 찾기가 쉬웠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앞에 내려 남망산공원쪽으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모든 방이 충무항을 향하도록 설계(圖面을 보지는 않았지만)된 건물로 방에서 바라보면 충무항이 한눈에 보인다. 그야말로 전망이 끝내준다. 충무항에는 수많은 배(10톤미만의 작은 배)들이 2중 3중으로 정박해 있고, 갈매기들이 이리저리 날고있어 창문을 열기만 하면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같은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우리는 온돌방을 배정받았는데 방값은 3만원이었다. 입실시 치솔과 면도기를 주었으며, 방에는 화장대, TV, 냉장고가 있고 냉장고 안에는 1리터들이 PET병에 마실 수 있는 생수가 준비되어 있었다. 화장실에는 비누, 수건, 치약도 준비되어 있었다. 내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깨끗했다. 밤에 컵라면을 먹을려고 카운터에 계신 아저씨에게 뜨거운 물 있는 곳을 물었더니 이동식 가스렌지로 직접 물을 끓여 주셨다.
② 交通
우리 여행의 교통수단으로는 기차와 버스만을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결과적으론 택시도 많이 이용했다. 두 사람이 탈 경우 버스요금은 1,400원이고 택시요금은 1,300원이기 때문이었다. 통영시내에서 대부분의 지역은 택시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었다. 맑은 날이라면 남망산공원, 세병관, 충렬사, 해저터널 등 충무시내 대부분의 관광지와 먹거리집을 걸어서 다니는 것이 좋을 듯.
2박 3일 동안 시내버스 4회, 택시 5회를 탔다. 충무에는 택시(노란색)가 많았다. 길거리에 다니는 자동차중 택시가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만큼 택시가 많다는 뜻이다. 여행 비수기라서 그런지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즉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시내버스도 많았다. 차내 안내방송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요금은 700원, 천원을 내면 동전을 거슬러 주었다.
③ 충렬사
중앙시장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었고, 도로표지판을 보고 따라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입장료는 어른 800원 청소년(중고생) 500원. 건축물은 깨끗이 관리되고 있었고 주변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특히 화장실은 아주 깨끗했다. 알고 보니 관광지의 화장실이 다(시외버스 터미널 화장은 제외) 그랬다. 그러나, 충렬사 팔사품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은 어둡고 황량했다. 팔사품의 일부는 보수중이라고 했다.
④ 세병관
중앙시장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우리는 충렬사를 먼져 보고 세병관으로 갔다. 세변관은 입장료가 없었다. 소개 사진에 나오는 건물외에는 특별한 볼 거리도 없었다. 병기 씻는 그림이나, 모형 같은 것을 만들어 이해를 돕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⑤ 도다리쑥국
점심으로는 터미널횟집(641-0711)에서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여객선터미널 앞(터미널에서 바라볼 때 우측) 도로변에 늘어선 작은 집들(집 구분이 잘 않됨) 중 하나였다. 전화번호가 아니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식당인지 여부를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정도였다. 나는 평소 역이나 터미널 근처에 있는 식당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뜨내기 손님만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맛이나 음식의 질이 낮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집은 나의 그러한 선입관을 해소시켜주었다.
주인아저씨가 요리를 했다. 원래 아저씨가 요리사인지는 모르겠다.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도다리 1마리를 잡아서 넣고 국을 끓였다. 쑥이 들어가고 다진 마늘이 덤뿍 들어간 것 같았다. 비린내가 나지도 않고 쑥냄새가 심하지도 않았다. 국물이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서울에서 먹던 복지리와는 색다른 맛이었다. 1인분에 7천원.
⑥ 해저터널
점심식사후 해저터널 관광에 나섰다. 비가오지 않았다면 여객선 터미널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비가 너무 많이와 택시를 탔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터널 입구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었지만, 직접 안을 들여다 보고는 신비감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지하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았다.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이러한 시설물을 1932년에 건설했다니. 터널 안에 건설당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장관이었다. 천천히 걸으니 이곳을 지나다닌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이 곳은 입장료가 없었다. 여를철 강원도 등 산간계곡을 가면 예외없이 입장료를 받던데... 입장료수입이 문제가 아닐꺼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두사람이 1박2일 동안 통영에서 쓴 돈이 20여만원이니 입장료 몇백원이 문제이겠는가. 입장료가 큰 부담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입장료는 왠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입장료를 받는 충렬사보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남망산 공원에 볼거리가 훨씬 많고, 충렬사 보다는 남망산을 보기 위해 통영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통영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라는 대선언을 해보면 어떨까. 충무관광의 센새이션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리나라 어느곳에도 그런 곳이 없는 것 같은데.
⑦ 다찌집
저녁식사는 다찌집에서 했다. 항남동 약속다방옆 수향다찌, 국민은행 뒤 대추나무, 포트극장 옆 한양집 중에서 한 곳을 가기로 하고 20여분간 항남동 일대를 돌아다녔으나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여행객인 우리에게 항남동은 작은 골목들이 많고 복잡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지저분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기자기하고 정감이 넘치는 항구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걸어다니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니면서 색다르게 보이는 것은 다방아가씨들의 차배달하는 모습이었다. 조그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은 다른 지방도시와 같은데 운전하는 미남청년들이 있다는 것이 달랐다. 몇번 목격했는데 다 그런지는 모르겠다.
가장 먼져 발견된 집은 한양집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그 집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 근처에 다른 한양집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없다고 했고 다찌를 하는 집이니 그집이 맞는 것 같았다. 중년의 미인 아주머니가 요리를 해주었다. 기본이 3만원이라고 했고 소주의 경우는 3병, 맥주의 경우는 5병이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소주를 택했지만 2병만 마실 수 있었다. 먹고 있으면 안주는 계속해서 나왔다. 서울의 뒷골목에 있는 선술집과 같은 분위기였다. 다른 다찌집을 가보고 싶었다.
⑧ 충무김밥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 나포리로 가는 도중에 뚱보할매김밥집을 찾았다. 중앙시장에서 항남동 쪽으로 해변도로를 따라 100여m 가다보면 도로옆에 있다. 그동안 전국에 소문이 나 돈을 많이 벌었나 보다. 인근에 있는 건물에 비해 크고 깨끗한 신축건물(2층)이었으며, 잘 도안된 간판도 멋있게 내걸고 있었다.
밤에 간식으로 먹기 위해 맛보기로 1인분을 샀다. 특이한 것은 김밥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맨밥을 비린내 나는 생김(?)에 싼 것이었고, 비린내가 많이 나는 무우김치(경북 내륙지방이 고향인 우리는 김치에 젖갈 넣은 것을 즐겨하지 않음)와 오징어 무침이 곁드려 졌는데 김밥보다는 무우김치와 오징어 무침에 포인트가 주어진 음식이라고 느껴졌다. 다음날 찾아갔던 원조시락국집이나 영동식당(정식)집에 비해 토속적인 정취는 많이 퇴색한듯한 느낌. 그래도 통영을 대표한다니 한번 먹어볼 수 밖에.
유명 관광지에 가면 무슨「TV에 출연한 집」어쩌고 하거나「원조집」,「원조할매집(+할매사진)」이라는 간판을 수없이 볼 수 있는데, 충무김밥집이 많이 모여 있는 그곳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 있었다.「60년전통의 원조(+할매사진)」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집이 여러곳 있었던 것. 언젠가 모 온천관광지에서「TV에 출연한 집」이라는 간판만 믿고 들어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나온적인 있는 나는 더이상 간판을 보고 음식점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런점에서 영동식당(정식)과 원조시락국집은 오래오래 전통을 보전했으면 좋겠다.
⑨ 시락국
둘째날 아침은 서호시장 안에 있는 원조시락국집에서 먹었다. 펄쩍펄쩍 뛰는 생선을 고무다라에 담아놓고 파는 노점상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시장의 안쪽골목 입구에 있다. 찾기는 쉬웠다. 비좁은 골목, 작은 식당출입문, 좁은 식당내부... 이런 곳이 그렇게 유명하다니. 한마디로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다. 두꺼운 나무로 'ㄱ'자모양으로 통탁자를 만들고, 탁자중앙에 포석정의 물길 같은 홈을 만들어 그곳에 각종 반찬통을 배치하고,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줄줄이 마주앉아 먹도록 되어 있었다. 고개를 들면 맞은 편에 앉은 손님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 민망하니 식사할 때는 가능하면 고개를 들지 마시길(나는 부끄럼을 많이 탄다). 수용인원원은 십수명쯤 될 듯.
손님들에게는 밥 한그릇, 시락국 한그릇, 접시 하나를 준다. 접시에 먹고싶은 반찬을 이것 저것 담아와 먹는 반찬 뷔페. 국에서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는걸 보니 생선이 주재료인 것 같았다. 파와 마늘을 많이 썰어 넣은 걸쭉한 간장과 고추가루를 풀고 먹어보니 비린내가 거의 나지않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숙취에 불편한 속을 확 풀어주었다(어제 아들놈에게 酒法을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소주, 맥주를 꽤 많이 마셨음). 반찬도 맛있는 것이 많았다. 특히 깍두기는 압권. 맞은 편에는 서울말씨를 쓰는 가족 3대가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손자가 말했다. "시락이란 도시락에서 도자를 뺀 것인가..." 할아버지가 옛날 생각이 나서 오자고 했을까. 아니면 우리처럼 이 홈페이지를 보고 왔을까.
이 음식에는 이런 분위기가 필수적이리라. 식당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고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이런 맛이 날까. 1인분에 3천원. 그스름돈에 주인아주머니 손에 묻었던 물기가 흠뻑 젖어 돌어온다. 그것이 오히려 정겨운 것은 시락국의 맛과 시장의 분위기 때문이리라.
⑩ 제승당
여객선 터미널에서 아침 9시발 파라다이스호를 탔다. 간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승객은 몇명되지 않았다.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배를타고 20여분만에 한산도 제승당 입구에 도착했다. 내린곳은 선착장만 있을 뿐 여객터미널도 없고 민가도 없는 한적한 해변이었다. 주민들은 왼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고, 우리는 제승당 안내표지를 따라 오른쪽으로 걸어들어갔다. 호수같이 얕고 잔잔한 바다의 해변선을 따라 제승당 가는 길이 고불고불 나 있다. 선착장에서 제승당 까지는 걸어서 15분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경치가 너무 좋기 때문에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다. 제승당 입장료는 어른 천원, 청소년 500원.
동백나무, 팔손이 등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수목들이 잘 정비되어 있어 이국적이었다.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어 마치 제승당을 전세낸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올 때 모녀지간으로 보이는 관광객을 두명 만나 전세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수루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수루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공원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이순신 장군이 저 바다에 나타날 왜적 함선을 기다리며 얼마나 애끓어 하셨을까를 생각하니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충무사 이순신 장군 영정앞 향대에 향을 피우고 묵념을 했다(이것도 관광객이 많았다면 못했을 것). 박명록에 서명을 하고 내려왔다. 아들은 단독 관광이 미안했던지 용돈 중 일부를 헌금함에 넣었다.
충무로 돌아가는 배는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됐다. 우리는 11시에 한산도를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충무로 돌아왔다. 제승당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오나? 모든 안내판에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⑪ 남망산공원
한산도에서 통영으로 돌아오니 점심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식사하기 전에 남망산공원에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비도 그치고 해서 여객선 터미널에서 걸어서 갔다. 20여분 걸리는 것 같았다.
오르는 길 옆에 조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손을 모으고 벌거벗은 채 서있는 男性像(자세히 보기는 약간 민망함)들이 일렬로 서 있는 작품(이런 것에 취미가 없어 작품이름은 기억않남)은 TV에서 소개되는 것을 한번 본 듯했다. 제일 뒷쪽에 있는 裸像은 머리부분이 없었다. 원래없었던 것 같지는 않은 데... 이순신 동상이 있는 정상에서는 통영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맑은 날이었으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까.
서울에서 이렇게 깨끗이 정돈된 공원은 본 적이 없다. 가랑비가 내리는 공원에서는 데이터하는 남녀한쌍만을 만났을 뿐 너무나 한적했다. 그렇다. 무엇인가 생각할 일이 있으신 분은 이른 봄 비오는 날 통영을 한번 여행해 보시라. 무료로 관광지를 전세(?)낼 수 있으니까. 정말 낭만적이다.
⑫ 정식
점심은 항남목욕탕 뒷골목에 있는 영동식당(645-6141)에서 했다. 이틀째가 되자 항남동 일대는 낮익은 동네가 되어 버렸다. 항남목욕탕 굴뚝이 멀리서도 보이기 때문에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뒷골목 깊숙한 곳의 단층건물에 있는 식당이다. 입구 유리창이 썬팅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번호가 맞는 것을 보니 그 영동식당이 맞는 것 같은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너무 쓸쓸하고 황량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홀에는 4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이 3개가 있었고 손님 2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이 두어개 있는듯 했고 그곳에도 손님들이 대여섯명 있는 것 같았다.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식사는 바로 나왔다. 대여섯가지의 밑반찬은 전부 맛이 좋아 구색맞추기 위해 내놓는 다른 식당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싱싱한 회도 작은접시로 하나 나오고, 가운데는 생선찌게가 놓여졌다. 정말로 알찬 한끼식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는 1인분에 5천원. 반주로 먹은 맥주는 1병에 3천원(내가 차를 가지고 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술을 마시기 위한 것).
주인아주머니는 "밥 더 드릴까요"라는 한마디 말만을 했다. 나는 백화점이나 유명한 요리집에서의 요란스러운 친절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러한 순박한 친절이 좋다. 일본을 여행해 보면 사람들이 요란스러울 정도로 친절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전통적인 친절은 요란스러운 친절이 아닐꺼라는 생각을 해본다.
⑬ 달아공원, 산양일주도로
달아공원은 통영시내에서 조금 먼 거리에 있었다. 영동식당에서 물어보았더니 비치호텔 앞 정유장에 가면 가게 유리문에 시내버스 운행시간표가 붙어 있을거라고 했다. 어제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택시를 타고 가면 요금이 만원정도 나올거라고 해서, 시내버스를 타고가야겠다고 생각한 터였다. 달아공원행 시내버스는 40분에 1대 정도가 있었다. 시간도 적혀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탄 차도 예정시간보다 10분이나 일찍 왔다. 그 차시간 믿고 다른 일보러 않가길 잘했던 것이다. 차비는 700원.
전망이 기가 막혔다. 저녁노을이 좋다는 말이 상상이 갔다. 우중에 보아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말이다. 달아공원에는 다른 시설물은 없었다. 그냥 잘 다듬어진 언덕 정상(정상의 사방에는 섬에 관한 설명이 있는 대형 사진이 설치되어 있음)과 관해정이라는 정자, 10여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 시골가게 같은 매점이 전부였다. 이곳을 둘러보는 데는 이삼십분이면 충분할 듯.
나머지 일주도로를 보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는데 매점에 붙어 있는 시간표가 전혀 맞지 않았다. 게다가 바람이 차가워 매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한대를 놓쳐버렸다. 탈 사람이 없는 줄 알고 통과해 버렸기 때문이다. 버스를 기다릴 때는 길가에 나와서 기다려야 할 듯. 40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타고 나머지 일주도로를 둘러 볼 수 있었다. 주로 해변을 달렸고 가끔 산을 넘어가기도 했는데 지도가 없어 어디를 어떻게 돌았는지는 모르겠다. 해변에서 무엇인가를 캐고 있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보였고, 해변에 있는 작은 어촌들이 인상적이었다. 가두리 양식장들(TV의 채험 삶의 현장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길이 험해서 때로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다.
⑭ 우짜
마지막 코스로 우짜할매집을 가보기로 했다. 서호동 버스정류장(상행) 뒤 시장골목에 있다고 해서 찾아나섰다. 정류장에서 상가건물 한가운데를 통과하여 뒷골목으로 들어가 오른쪽 끝 지점에 있는 집이 그 집인것 같았다. 전화번호라도 있으면 확인하기 쉬울 걸... 그 골목을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보물찾기하는 심정으로 찾았는데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었다. 우짜할매집에 무슨 행사가 있으신가?
⑮ 특산품 전시·판매장
마지막으로 서호시장의 미륵도 가는 쪽에 위치한 특산품 전시·판매장을 들렀다. 이번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 아내와 둘째 아들한데 줄 선물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목각 제품 같은 조각품들과 몇가지 해산물 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큰 멸치 말린것을 샀다. 국물낼 때 쓰는 것이라 했다. 한봉지에 2,500원. 서호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몇가지를 더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