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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불타는 계절

새소리가 들리다

작성자디렉터|작성시간26.06.09|조회수26 목록 댓글 0

 

 

 

 

 

 

 

 

 

 

 

 

새벽놀

 

 

 

 

 

 

지기 :   왜 그래요 ?

 

 

알님 :   뉴스만 조금 보다가 ...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0

 

 

 

지기 :    왜 그래요 ?   뭐가 생각났어요 ?

 

 

 

알님 :    그냥 껐어요,    뻔한 이야기들이라 ...

 

 

 

지기 :   뭐가요 ?

 

 

 

알님 :    정치인들,   자기 존재 과시욕들,  뻔한 멘트들 ...

왜요 ?   내가 이런 말하는 게 이상해요 ?

사실 그렇지 않나요 ?

정치를 무슨 쇼하듯 하는 군상들,

거기에 돌을 던지는 게 아니라 박수 치고 놀아나는 인간들 ...  (사이,  지기에게)

왜 그래요 ?   날 자꾸 이상하게 보고 있잖아요 ?

 

 

 

 

 

지기 :  아닌데요,   

난 지금,   토요일 밤을 술로,  울음으로 지새고 일요일에는 무얼 했을까 궁금해서.

 

 

 

 

-  잠시 사이  -

 

 

 

알님 :     정신과에 가 볼까 아니면,   상담을 받아 볼까 생각했어요.

(사이)   그리고 월요일에 집 근처 상담소를 찾았죠.

 

 

 

 

지기 :        ...  ?

 

 

 

알님 :   괜히 갔어요.

 

 

 

지기 :    왜요 ?

 

 

 

알님 :   무슨 죄인 다루듯이,    아니 호구조사 하듯이 꼬치꼬치 온갖 것을 캐묻잖아요.

내가 죽으려고 한 것하고 내 가족관계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

결혼 했냐,  안 했냐가 왜 중요하냐구요 ?

 

 

 

 

지기 :  그래서 다 대답을 했어요 ?

 

 

 

알님 ;    아뇨,    그런 걸 왜 알려고 하냐고 했더니,

날 이해하려면 다 알아야 한데요.

내 참,   다리가 부러져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데,

나이가 몇이냐,  이름이 뭐냐,   직업이 뭐냐  ...   그게 말이 되는가 말이에요 ?

 

 

 

 

지기 :   좋아요,   상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죠,   (사이)

그 두 번의 사건이 알님에게 어떻게 작용한 거죠 ?

다시 말해서,   뭐가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나요 ?

 

 

 

 

알님 :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지기 :   상담소를 찾고,   여기에 온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예요 ?

 

 

 

 

알님 :   살고 싶어서요 ?    이해가 안 되세요 ?

 

 

 

지기 :     왜 그렇죠 ?

보통 사람들은 실례의 말씀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죽는 게 소원이라고 하던데 ...

자신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기 보다는 ...

알님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

 

 

 

 

알님 :   그래요,

나도 그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예요.

뭘 두려워 해,   어차피 죽을 명이라면 그런 식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니 ?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   그건 뭔가 너무 억울해요.

알고 싶어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

나만 그러는 건지 ...

그렇게 해서 죽는 사람이 있는지 ...

 

 

 

 

지기 :   죽는다는 게 무섭지는 않구요 ?

 

 

 

 

알님 :        ...  무서워요.     (가슴에 한 손을 올려 쓸어 내린다)

 

 

 

 

지기 :     당신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옹호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시도도 해보았다고 했어요.

 

 

 

알님 :  그런데요 ?

 

 

 

지기 :   그런데,   두려워요 ?

 

 

 

알님 :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   네 ?

 

 

 

 

지기 :     진실  !

 

 

 

 

알님 :   죽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

그것도 나도 모르는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죽는다는데 그걸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요 ?

 

 

 

 

지기 :   레퀴엠을 좋아하는 당신 같은 분에게 두려움이 있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이 안 가서요.

 

 

 

 

 

-  잠시 침묵  -

 

 

 

 

알님 :    (느린 말투로 음울하게)  살고 싶어요,  죽고 싶지 않아요.  

(사이)  나도 알아요,

난 죽음을 두려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  죽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는게 진실이겠죠.

그걸 말하는 건가요 ?

그래요,   아주 오랫동안 ...  하지만 지금은 아니예요.

왜냐하면 ...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난 이제야 산다는 게 뭔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지기 :    언제부터죠 ?    그런 느낌을 갖게 된 게 ?

 

 

 

알님 :     2 ~ 3년 ?

 

 

 

지기 :    계기가 있었나요 ?

 

 

 

알님 :   아뇨,   없었어요.

 

 

 

지기 :    잘 생각해 보세요,   

2  ~  3 년 전 ...

 

 

 

알님 :    그걸 꼭 말해야 돼요 ?

 

 

 

지기 :    통상,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이 달라질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인생관에 있어서 ...

 

 

 

알님 :    그만 !    내가 말하기 싫다는데 왜 그래요 ?

 

 

 

지기 :   안 돼요,    해야 돼요.

(북채를 가져다 주면서)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해봐요,  용기를 내세요.

도움이 될 꺼예요.

(사이)   만남 같은 게 있었잖아요.

사람이던 동물이던 사건이던 ...   

우린 그런 만남을 통해서 비로소 변화하는 존재니까요.

 

 

 

 

알님 :    (북채를 든 채 북 앞에 서서 넋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허공을 올려다보며)

그래요,   난 ...   오랜 세월,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았어요.

난 누구도 믿지 않았고,  누구와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고 ...

누구에게 다가가지도 않았고,   그저 식물처럼,   아니 기계처럼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진짜로 우연히,  학원에서 호주에서 온 영어 강사를 알게 되었죠 ...

한 1 년 정도 동거를 하게 되었고 ...  헤어질 줄 알고는 있었어요.   (고개를 숙인다)

 

 

 

 

지기 :      (알님의 북채를 쥔 손을 들어 북을 치면서)

그래서요 ?    삶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하나씩 또박또박 말해 주세요.

 

 

 

 

알님 :      난 아직도 사랑이란 게 뭔지는 모르지만 ...

(북을 치면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북을 치며)  그래요,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렇게 따듯할 수도 있는 거구나,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존중하는 거구나 ...  (눈물을 흘리며)

내 생전 처음 알게 된 거예요.

음식이 맛이 있어지고,  꿈에 시달리지 않고 잠을 자고 ...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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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젤카가 이 현장에 있었다면, 

 

이 북을 치고 있는 여성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

 

 

 

 

"  그 느낌에서 도망치지 말고 조금 더 머물러 보세요.

서두르지 말고  ...

그 따뜻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몸으로 느껴 보세요.

지금 당신은 단순히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 안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생명력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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