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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불타는 계절

마음의 실타래

작성자디렉터|작성시간26.06.10|조회수19 목록 댓글 0

 

 

 

 

 

새벽놀

 

 

 

 

 

 

 

알님 :   난 아직도 사랑이란 게 뭔지는 모르지만 ...

(북을 치면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북을 치며)  그래요,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렇게 따듯할 수도 있는 거구나,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존중하는 거구나 ...  (눈물을 흘리며)

내 생전 처음 알게 된 거예요.

음식이 맛이 있어지고,  꿈에 시달리지 않고 잠을 자고 ...   

새소리가 아름답게 들리고 ...

 

 

 

 

 

지기 :   이별의 상처 같은 건 없었나요 ?

 

 

 

 

알님 :     전혀요,   없었어요.   (사이)

있다면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 내 생활이 예전과 비슷하게 되돌아가는 걸 느낀 것 ?

그렇지만 더 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게 된 건 그 사람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기 :    그런데 왜 레퀴엠을 ...

 

 

 

 

알님 :     지금은 사는 게 좋고 죽는 게 싫어졌지만,

언젠가 정말 죽어야 할 때가 오면 난 ...    스스로 선택할 거에요.

이끌려서 가지는 않을 거예요.

 

 

 

 

 

지기 :     아,    그만 헷갈려요.

 

 

 

 

-  지기가 무대 위에서 1M 크기의 악보대 두 개를 가지고 나와 무대 좌우에 하나씩 놓는다.  -

 

 

 

 

지기 :   이제 잠시 쉰다는 의미에서  (좌측 악보대 앞으로 알님을 데리고 가면서)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

 

 

 

 

알님 :   네 ?

 

 

 

 

지기 :    상담하는 것처럼,    저도 문답식의 진행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우측 악보대 앞으로 와 서서 알님 쪽을 바라보며)  

이제부터 각자 앞에 있는 악보대가 일종의 연단 혹은 마이크라고 생각하고

서로 말을 주고 받을 때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다 큰 소리로 느리게

그러니까 천천히 생각하면서 말하기로 해요.

이해되셨어요 ?

 

 

 

 

 

알님 :    먼저 해보세요 ?

 

 

 

 

지기 :    그럼 묻겠습니다.   (큰 소리로 각 단어를 힘주어 말한다)

오늘 같이,  태풍 경보는 없지만,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밀려올 것 같은 밤,

이런 날씨는 어떠세요 ?

 

 

 

 

알님 :     무섭냐구요 ?

 

 

 

지기 :     좋습니다,

그렇게 크게,   또박또박 말하는 겁니다.

(사이)  이런 날씨는 사람들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

예컨데,   괜스레 음울해진다던가 ...

 

 

 

 

 

알님 :      아니요,    난 오히려 좋아요...   햇빛 내려쬐는 환한 날 보다는요.

 

 

 

 

지기 :   왜 그렇죠 ?

 

 

 

 

 

알님 :    날씨가,    하늘이 인간 세상의 뒷면,

어두운 면을 그대로 반영해준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

 

 

 

 

지기 :    그런가요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알님 :     인간처럼,    겉과 속,   앞과 뒤가 다른 동물 존재가 있을까요 ?

 

 

 

지기 :    예를 하나 들어보시겠어요 ?

 

 

 

알님 :    지금 지기님의 부드러운,  친절한 모습이 집에서나 사적인 장소에서도 여전히 똑같을까요 ?

 

 

 

 

지기 :    조금은 다를 수 있겠지요,     상대하는 대상이 다르니까.

 

 

 

 

알님 :   일상 말투네요,    나도 원래 말투로 말하고 싶어요.

 

 

 

지기 :    그렇게 하세요.

 

 

 

알님 :  자리에 좀 앉으면 안 될까요 ?

 

 

 

지기 :   (의자를 가져다 주며)     여기 앉으시죠.

 

 

 

알님 :   (자리에 앉으며)  고맙습니다.

 

 

 

지기 :   힘드세요 ?

 

 

 

알님 :      (못 들은 척)    조금 전에 대상 따라 여러 사람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죠.

거의 폭력 수준으로 돌변하지요.

집 안에서는 독재자이면서 집 밖에서는 인류애의 화신처럼 구는 인간,

교회에서는 자비와 사랑을 외치면서 집에서는 자식을 두드려 패는 목사 ...

(사이,  지기를 바라보면서)    왜요 ?  아닌가요 ?

 

 

 

 

 

지기 :    조금은 극단적인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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