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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불타는 계절

노을의 이유

작성자디렉터|작성시간26.06.19|조회수23 목록 댓글 0

 

 

 

 

 

 

 

 

새벽놀

 

 

 

 

 

지기 :   ...      (북 있는 데로 가서 작고 느리게 북을 치면서)

어이......     어이......

 

 

 

지기 :       가장 역겨운 건 나예요.

난,  넋이 나간 채 말 한마디 못하고...

나도 그들처럼...   내 탓은 전혀 없는 것처럼 ...  (사이,  고함을 친다)

아  ---    아 ---    아     ------     (지기가 빠르게 북을 친다. 알님이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

 

 

 

 

-  지기가 알님을 붙잡아 바닥에 뉘인다.   알님이 계속해 소리친다.  -

 

 

 

지기 :   말해요,  뭐든 ...   하고 싶은 말...   뭐든 ... 해요.

 

 

 

알님 :     아 ---   아 ------

 

 

 

지기 :   그래요,   말해봐요.

 

 

 

알님 :      (큰소리로)

내가 죽였다.   내가 그 앨 죽였다.

내가 그 애에게 역겨워,   역겨워,   토할 것 같애...  라고 말했다.

내가,   그 애에게,    역겨워 죽겠다고,    꼴 보기 싫다고...

(울면서)   성희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

난 네가 그렇게 뛰쳐나갈 줄 생각도 못했어,

오...   어떻게 해...  나,     나 어떻게 해야 돼 ...

널 뒤쫓아 나가야 했을까 ?  널 붙잡고,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를 했어야 했을까 ?

...    아니면,   나도,   나도 너처럼 뛰어내려야 했을까 ?

...   그래,   그 생각도 해봤어 ...   네 빈자리를 볼 때마다 ...

나도 널 따라가야 한다고...  사실 난 너에게 화를 낸 게 아니었어 ...

내 자신에게 화를 낸 거였어.

난,   항상,   난  ...  오랫동안 내가 쓰레기 같고 ...  쓸모없고 ...

살 가치조차 없는 ...   역겨운 애라고 ...

난 내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는데...

그 날 나도 모르게 너에게 ...  너에게 뒤집어 씌운 거 였어 ...

성희야 ...   아   ------   성희야 ---    잘못했어 ...  진짜  ...

죽어야 마땅한 사람은 난데 ...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

 

 

 

-  오랜 사이,   지기가 알님 곁에 쪼그리고 앉아 알님을 위로한다.

그리고 알님을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도록 한다.

알님은 혼이라도 나간 듯한 모습이다.  -

 

 

 

 

 

지기 :    고마워요 ...   그리고 조금은 알님을 더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사건 이후,  자주 죽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인가요 ?

 

 

 

알님 :   네 ?

 

 

지기 :   조금 힘들더라도,   몇 가지만 확실하게 정리해 볼까 하구요.

 

 

 

알님 :     내가 뭘 잘못했나요 ?

 

 

 

지기 :    아녜요.   전혀 그런 것 없어요.   (사이)

아직도 그 친구 생각하고 있어요 ?

 

 

 

 

알님 :    누구요 ?    (사이)   아 ...   그 애...   그 앤 날 용서하지 않을 꺼예요.

 

 

 

지기 :   일부러 대놓고,   그 애 앞에서 직접 그런 말을 한 거예요 ?

 

 

 

알님 :    직접 ?   

모르겠어요.

내 뒷쪽에 앉아 있었는데 ...

 

 

 

 

지기 :    혼잣말 일수도 있잖아요 ?

혼자서 투덜거렸는데,   우연히 그 친구가 그 소리를 듣고 ...

 

 

 

 

알님 :    무슨 소리요 ?     내가 뭐라고 했나요 ?

 

 

 

 

지기 :    좋아요,   잠시 그건 덮어두고,  다르게 질문할께요.   (사이)

진짜로 그 당시에 죽으려고 했었나요 ?

생각만 한 게 아니라.

 

 

 

알님 :   산,   어떤 절벽 같은데,    아니다.   강에 갔다,

그게 언제지 ?

옥상에도 올라 갔었는데 ...

 

 

 

지기 :   전부,   고등학교 때 일 인가요 ?

 

 

 

알님 :    아니,   아니에요.

 

 

 

지기 :    그럼 ?

 

 

 

알님 :    뭘 물어봤죠 ?

 

 

 

지기 :    죽으려고 했던 때가 ...

 

 

 

알님 :    집에 있을 때,    학교 다닐 때,

 

 

 

지기 :    그럼,   집을 나와 살기 시작한 게 몇 살 때죠 ?

 

 

알님 :    혼자 산 거 ?

오래 됐다니까요.

19살,  대학 들어가면서부터 ...

난 그때부터 죽을 생각을 안했다고요.

 

 

 

지기 :   딴 사람처럼 살았겠네요.

 

 

 

알님 :   무슨 뜻이에요 ?

 

 

 

지기 :   그 전까지는 끝없이 죽음 생각만 하던 사람이

대학 들어가서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으니 말이예요.

 

 

 

알님 :   내가 변했다고요 ?

누가 그래요 ?

그걸 어떻게 알죠 ?

 

 

지기 :   죽음을 멀리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멀리,  사귀지고 않고,

연애도 안하고 ...

 

 

알님 :   그게 뭐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

 

 

 

지기 :   그래도 무슨 까닭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알님 :     난 살아야 했으니까요.

나에게 노을이 ...    (가슴에 한 손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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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모레노는 위의 알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을 듯 합니다.

 

 

 

 

 

모레노 :     " 그 날 말고도 네 삶은 계속됐어 "

 

 

여기까지 오느라 오래 걸렸겠구나...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

네가 20년 동안 혼자 반복해 온 말이구나.

 

 

지금 무대에는 셋이 있다.

 

그 아이,

그때의 너,

그리고 지금의 너.

 

 

너는 그 날의 한 장면 속에 갇혀 있구나

 

하지만 인간은 한 장면으로 존재하지 않는단다.

 

그 이후의 시간들도 너다.

 

 

죽음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 죽음이 너의 전부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너는 벌을 받고 싶어서 여기 온 것이 아니야

 

살아서 이 이야기를 다시 살게 하려고 온 것이지

 

 

너는 그 아이를 죽인 사람이 아니라,

 

그 아이를 평생 데리고 살아온 사람이야,

 

이제 그 아이를 다른 방식으로도 데리고 살아갈 수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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