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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불타는 계절

숨겨진 기억을 향한 질문

작성자디렉터|작성시간26.06.20|조회수18 목록 댓글 0

 

 

 

 

 

 

 

 

 

 

 

새벽놀

 

 

 

 

 

알님 :    난 살아야 했으니까요.

나에게 노을이 ...    (가슴에 한 손을 얹는다)

 

 

 

지기 :   네 ?

 

 

 

알님 :   아녜요.  (갑자기 빠른 말투로)

난 공부만 했어요,  빨리 졸업해서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선생이 꿈이었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어요.

그래서 학원으로 빠졌죠.

 

 

 

 

지기 :    노을 ?   그게 뭐죠 ?

 

 

 

 

알님 :     몰라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저 이제 알겠어요.

왜 나도 모르게 죽으려고 했는지 ...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결국은 완전히 잊혀지거나 지워질 수 없다는 것도 알았고,

왜 그게 이제야 터져 나오게 됐는지도 이해했어요.

 

 

 

 

지기 :   아직 끝난 게 아닌데요,

물론 알님이 여기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면 그건 좋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모르는 것,  의문나는 게 너무 많아요.

무엇보다도 왜 자신을 쓰레기 취급을 하고 

왜 가족을 떠나서 혼자 살고 있고 ...

 

 

 

 

 

알님 :   더 이상 알려고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전 말하지 않을테니까요 ...

그리고 사실 전,  집 떠나기 전 기억은 별로 없어요.   (사이)

그 당시를 억지로 떠올려 본 적도 없지만 생각만 해도 머릿 속이 하얘져요.

 

 

 

 

지기 :    좋아요.   그 말을 믿고 존중해요.

하지만 한가지만 더 ...

 

 

 

 

알님 :   저  이제 갈래요.   돌아가고 싶어요.

 

 

 

지기 :    알았어요.   잠깐만요.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물 한 잔 마실 여유는 있잖아요.

 

 

 

알님 :      ...   (말 없이 물을 마신다)

 

 

 

 

지기 :    난 당신이 죽음을 완전히 극복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내 말이 이해되시죠 ?

우린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해결한 게 없단 말입니다.

 

 

 

알님 :     난 알았는데요.

오랫동안 잊혀진 죽음의 생각이 티브이에서 어느 여고생의 자살 사건을 보고

나도 모르게 과거의 나로로 되돌아 갔다고 ...  그래서 ...

 

 

 

 

지기 :    아니예요.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서 그래요.

얼핏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말씀드리기가 뭣하지만 ... 

난 알님이 여고시절 그 학생 사건 이전부터

그 일이 발생하기 이전에 벌써 자신에 대한 혐오감,  역겨움 ?  ...

자신이 싫은,   자신을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이 ...

 

 

 

 

알님 :    (큰소리로)    난 과거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했잖아요.

 

 

 

지기 :     아니,    당신은 과거 생각,   

그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 때면 왼쪽 가슴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올렸고,

얼굴이 붉어졌고 ...

숨도 가쁘게 내쉬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들은 아주 짧았죠.

마치 당신 자신이 당신을 완벽하게 통제하듯 순식간에 사라졌으니까요.

 

 

 

알님 :   난 그런 적 없어요.

 

 

 

지기 :   기억들도 섞여 있어요.

과거와 현재,   실제 사건과 티브이에서 보도된 사건, 

특히,   절벽,  옥상,  강물 이야기를 할 때

당신은 완전히 혼돈 속에 빠져드는 것 같았어요.

 

 

 

알님 :   그만,   그만하면 안돼요 ?

 

 

 

 

지기 :    미안해요 ..   정말 미안해요 ...

하지만,  난,  정말 당신을 알고 싶어요.

깊이 있게 ...   도울 수는 없지만 ...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요.

 

 

 

 

알님 :    날 ...   알려고 하지 마세요.

 

 

 

지기 :       ......

 

 

 

알님 :    내 속엔 ...  아무 것도 없어요.

 

 

 

지기 :     그래서...  언젠가는 ...  사라질 거예요 ?

 

 

 

알님 :    ......

 

 

 

지기 :     봐요,   그럴 생각이잖아요.

 

 

 

알님 :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

 

 

 

지기 :    엄청난 관계죠.

왜냐하면 내가 이 곳 생명굿에서 만나는 만남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이니까요.

 

 

 

 

알님 :   말도 안돼,   미쳤군요,

 

 

 

지기 :    난 진짜 미쳤으면 좋겠어요.

(사이)    아무리 미칠려고 해도 미쳐지지 않아서 고통이지.

 

 

 

 

알님 :    왜,  미치려고 하는데요 ?

 

 

 

 

지기 :    알님은 왜 죽음을 꿈꾸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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