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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불타는 계절

방어와 탐색 사이

작성자디렉터|작성시간26.06.20|조회수19 목록 댓글 0

 

 

 

 

 

 

 

 

 

 

새벽놀

 

 

 

 

 

-  잠시 사이,  지기가 술병과 술잔을 들고 알님을 자리에 앉게 한 후 술을 반잔씩 따른다.  -

 

 

 

 

지기 :   (술잔을 들고)    이건 우리 두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예요.

그렇지 않나요 ?

(술잔을 권하며)   이 시대,  이 사회의 문제,  

너무 오래되고 뿌리깊은 ... (술을 마시고 나서)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젊은이들이,  그리고 노인들이 ...  스스로 목숨을 끊고 ...

 

 

 

 

 

 

알님 :    무슨 말인지 이해돼요.

하지만 지기님이 그런 문제로 가슴 아파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

 

 

 

 

지기 :   아뇨,   보고만 있는 거죠.

마치 알님이 자신의 죽음을 보고 있듯이 ...  미안해요 ...

그래서 차라리 미쳤으면 하고 바라는 거죠 ...

그 어떤 무력감 같은 것 ...

 

 

 

 

알님 :    무력감,   무기력감 ...   그게 뭔지는 알아요.

 

 

 

 

지기 :    자살은 아니 모든 죽음은 그 어떤 폭력,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일종의 폭력의 결과물이에요.

부모 폭력,  형제 자매간의 폭력,  가문과 학벌,   종교적 차별과 폭력,  선생 폭력, 친구,  애인 폭력 ...

은 사회가 차별과 폭력과 잔혹성으로 중독되어 있어요.

너무나 오래되고,  깊어서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

심각한 전염병에  온 사회가 물든지 오래되었는데도 ...  

이제는 그 누구도 그걸 병이라고 보지 않는 ...

마치 김장철에 고춧가루 때문에 눈물이 난 게 당연한 듯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차별과 폭력은 당연한 것인양 ...

일상 생활화 되어버렸어요.

 

 

 

알님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게 힘들겠네요.

 

 

 

지기 :   아녜요,   힘들기보다는 그냥 아파만 하고 있을 뿐인데요.  

(사이,  다시 술을 한 잔씩 따라 알님에게 권하고 자신도 술잔을 높이 들고서)

자,  우리 이제 서로 처음이자 마지막 만나는 사람으로써 한 잔 해요. (술을 마신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꼭 말씀해 주세요.  네 ?

 

 

 

 

알님 :    당신은 사람 마음을 묘하게 이끄는 힘이 있나봐요.

하지만 당신을 다 믿지는 말래요.

 

 

 

지기 :   누가요 ?

 

 

알님:    내 안의 꼬마,   꼬마 악마가요.

 

 

 

지기 :    와우,  부럽네요.  자신의 분신,   친구 같은 존재잖아요.

 

 

 

알님 :    이상하게 보지 않나요 ?

 

 

 

지기 :     아뇨,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안에 서너 명의 분신을 키우지 않나요 ?

 

 

 

알님 :   자신도 모르는,   아니 잊고 있는 자기도 있을 수 있구요.

 

 

 

지기 :  제가 진짜로 알고 싶은 건요.   알님 !   

한마디로 알님을 살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그걸 알고 싶어요.

 

 

 

알님 :   살게 하는 힘 ?

죽어야 하는데 살아있게 하는 힘 ?

 

 

지기 :  반드시 죽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족과도 단절하고 그렇게 혼자서 버텨온 오랜 삶 ...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사이)   종교가 있나요 ?

 

 

 

알님 :    없어요.

 

 

 

지기:    믿는 것,   꿈이나 이상 같은 것 ?

 

 

 

알님 :           ......   없어요.

 

 

 

지기:            ......     그럴 줄 알았어요.

 

 

 

알님 :      꼭 알고 싶어요 ?

 

 

 

지기 :        ......    (고개를 끄덕인다)

 

 

 

알님 :   난 한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나를 살게 하는게 뭔지...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건 하나 있어요.

반드시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 

(사이)  잠깐,  말하면 안된데요,  꼬마가.

 

 

 

지기 :    설득 좀 해봐요.   왜 안된데요 ?

 

 

 

알님 :   모르겠어요.

그 앤,   그냥 명령만 해요.

이유는 따지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강한 목소리는 아니네요.

(사이,  귀를 기울이면서)   뭐지 ?   꼬마가 사라졌어요.

 

 

 

 

지기 :     말해 줄래요  ?

 

 

 

알님 :   그럼 더 이상 캐묻지 않을 꺼죠 ?

 

 

 

지기 :         ......    (고개를 끄덕인다)

 

 

 

 

-  잠시 사이  -

 

 

 

알님 :    (무대 위를 천천히 걸어다니며)

내 가슴 속에는 노을이 한 개 들어와 있어요.

 

 

 

지기 :    노을 ?    저녁놀 아니면  아침놀 ?

 

 

 

알님 :    저녁놀은 싫어요.

슬프고 아파요.  사라지잖아요.

어둠에게 자신을 양보하고 ...

스스로의 운명을 잘 알고 있는 듯이 느껴져요.

마치 붉은 장미가 붉은 색깔에 지칠대로 지쳐서 검붉은 색으로 자신의 절망을 드러내듯,

저녁노을은 그 어떤 비장감을 주어요.

 

 

 

 

 

 

 

 

사진은 제자들이 만든 선물

 

-  평소에도 최헌진 선생님은 소주를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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