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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불타는 계절

왜 !

작성자디렉터|작성시간26.06.22|조회수28 목록 댓글 0

 

 

 

 

 

'

 

눈빛 형형하신 최헌진 선생님은 생명굿 마당이 시작되면

무대로 나온 주인공들에게 종종 

"  이  년 ..  멋진 년이네..   재미있는 년이네....  훌륭한 년이네 ... "  하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처음 그 말씀을 들을때에는 속으로

" 욕을 왜 저렇게 잘하실까 ?  ㅎ  "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멘트들은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최선생님 나름의 배려 섞인 의도셨던 것 같다.

 

최선생님이 하신 말들 중에서 가장 큰 칭찬은  바로  " 미친년 "  이었다.

그 말 뜻을 자세히 풀어보면,   

그 뜻은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는 강한 내면의 주권의 힘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

 

 

 

 

 

 

새벽놀

 

 

 

 

 

 

지기 :     제가,   (객석 위쪽을 가리키며)   저기 조명기사 분에게 그 색 조명을 부탁해 볼까요 ?

 

 

 

알님 :     마음대로 하세요.

 

 

 

지기 :      (큰 소리로)     어이,   여기 저녁 노을,  황혼녘을 표현해 줄 수 있겠어요 ?

 

 

 

-  잠시 사이,   무대 뒷편에 하얀 스크린이 내려오면서 무대 조명이 어두워진다.

사이,  스크린 쪽으로 황혼녘의 황갈색 조명 빛이 비추어진다.  -

 

 

 

 

 

 

 

 

 

지기 :     비슷하나요,   느낌이 ?

 

 

알님 :     어두운 건 아닌데 ...    어둡기보다는 짙은,    묽은 ?

 

 

 

-  사이,    황갈색이 더욱 짙어진다.  -

 

 

 

알님 :    (스크린을 가리키며 지기에게)  

왠지 비장한 느낌을 주지 않나요 ?

이제는 떠나야만 하는,  그동안 정들었던 세상을 뒤로 하고 떠날 수 밖에 없는

그 속 깊은 마음이 밖으로 번져나와 온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  (사이)

내 마음 때문인가요 ?

눈물이 나려고 하네.

 

 

 

지기  :   이별,  헤어짐, 작별, 사라짐  ...   모두가 그 어떤 필연성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그래서 사람마다 그 느낌은 달라도 공통적으로는 뭐랄까요.

일종의 비극이 ?   아련하고 애틋한 ...

 

 

 

 

알님 :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아침 노을은 달라요.

아침놀은 아름다워요.

아니 신비하고 우아해요.

어떻게 같은 하늘,  같은 해일텐데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지 ...

 

 

 

 

-  잠시 사이,   지기가 조명실에 손짓하면 스크린에 아침 여명의 빛이 환하게 비추인다.  -

 

 

 

알님 :    아니예요,   이건 너무 환해요.   (사이)   이것도 아니예요.

 

 

 

-  조명이 여러번 달라지지만 알님은 계속해서 아니라고 말한다.  -

 

 

 

알님 :   그냥 됐어요.

비추지 않아도 돼요.

아마 인공적으로는 그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어려울 꺼예요.

 

 

 

지기 :   미안합니다.

 

 

 

알님 :    아니예요.  아침,  그 새벽 노을은 이미 내 가슴 속에 들어와 있거든요.  (눈을 감으며)

이렇게 눈을 감고 들여다 보면 보여요.

처음 제가 만났던,  그때의 그 황홀했던 모습으로 ...   날 반겨줘요.

노을은 날 아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잠을 못 자고,  날이 새기를 기다리며 ...

어스름 밝아오는 동녘 하늘을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고 있는지 ...

나를,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그렇게 ...  몸이 아픈 나를 ...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포근히 감싸 안아 주는 것이겠죠.

 

 

 

 

지기 :      ......

 

 

 

알님 :   아,  그건 마치 하늘만큼 큰 어미 새가 자신의 새끼를 가슴으로 품어 안는 ...  느낌 ...

아니면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무한의 사랑으로 날 받아 주고 껴안아 주는 느낌 ...

(사이,  지기를 의식하고)  아마 이런 느낌이 날 살게 해주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

 

 

 

지기 :  죄송하지만,   그런 느낌의 새벽 노을이 알님에게 처음 들어온 게 언제죠 ?

몇 살 때 ?

 

 

 

알님 :    (못 들은 척)   나만 그러는 걸까요 ?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 나름으로 하나 둘씩,  뭔가를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

 

 

 

지기 :    마음의 옹달샘 같은 것 말이지요.

 

 

알님 :   네,  그래요.   (사이)  이제 됐죠 ?

저 가도 되는 거죠 ?

 

 

지기 :   왜  좀 더 알고 싶고 궁금한 건 물어보아서는 안 돼죠 ?

 

 

 

알님 :    말했잖아요.   내 속에 든 건 아무것도  없다고 ...

 

 

 

지기 :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예요.  왜냐하면 과거가 없는 사람은 ...

 

 

 

알님 :      난 과거가 없어요,  됐어요 ?

 

 

 

지기 :      진짜 무엇 때문에 그렇게 도망을 다니는지 모르겠군요.

 

 

 

알님 :       도망이라구요 ?

 

 

 

지기 :   그렇지 않나요 ?

낮과 밤이 아니라 새벽녁으로,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  

나아가 모든 사람들...   나까지도  ...

 

 

 

알님 :          ......

 

 

지기 :       (더욱 열성적으로)

무엇보다도 알님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하고 있어요.

특히 자신의 과거,   어린시절로부터 ... 

 

 

 

-  사이, 알님이 천천히 뒷걸음치다가 무대 밖으로 나가는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지기가 뛰어가서 알님의 앞을 가로 막는다.

알님이 지기를 피해 걸어간다.

다시 지기가 가로 막는다.

알님이 서자 지기도 선다.  -

 

 

 

 

 

지기 :     알님,  당신,  이러려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

자신이 원하는 답만 알면 다에요.  네 ?  그런 사람이에요 ?

아니잖아요.

당신은 이 곳이 무엇하는 곳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왔고,  또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객석을 가리키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  알님이 지기를 밀치고 나가려고 한다.

지기가 알님의 팔을 잡는다.

알님이 차츰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팔을 빼내려고 한다.  -

 

 

 

지기 :   제발,   제 말 좀 들어봐요.

 

 

알님 :   난 갈꺼야 !

 

 

지기 :    안 돼요,   지금 가면 안 돼요.

 

 

알님 :      당신이 뭔데 ...  왜 ?     왜 ?

 

 

지기 :    좋아요,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이 상태로는 어려워요.  (사이)

제가 잡은 손을 놓을테니까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그리고 (무대를 가리키며)  저기로 내려가 앉아서 말하기로 해요,  네 ?

(사이,  알님을 잡은 손을 놓는다)

 

 

 

 

-  알님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대로 내려가서 의자에 앉는다.

지기가 그 뒤를 따른다.  -

 

 

 

 

지기 :    고맙습니다.    (자리에 앉는다)

저는 알님을 지키는 알님지기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알님,  생명의 존재를 귀히 여기고 존중하는

그래서 생명가치를 하찮게 여기는 것들에 대항해서 싸우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착하거나 자애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쁜 사람,  고집스러운 사람일 수 있습니다.

 

 

 

 

 

 

 

-------------------------------

 

 

 

 

 

위  희곡 내용은 대략 이렇게 지기와 알님 사이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알:   나는 새벽 노을 생각만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건 그냥 예쁜 장면이에요.

 

 

 

지기: 그 노을, 언제 처음 본 거예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아름다우면 되는 거죠.

 

 

 

지기: 그런데 왜 그렇게 딱  “그 느낌 ” 만 남아 있을까요?

이야기나 기억은 없고요 ??

 

 

 

알:  이야기로 만들면 그 느낌이 깨질 것 같아요.

그냥 이대로 두고 싶어요.

 

 

 

지기: 그러니까 그 기억을 건드리면 힘들어질까 봐,

일부러 “예쁜 이미지” 로만 붙잡아 둔 건가요 ?

 

 

 

알: …  그냥 그렇게 두는 게 안전해요.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지기: 그럼 이 노을은 당신을 살게 하는 걸까요,

아니면 어떤 아픈 기억을 못 보게 막아주는 걸까요?

 

 

 

알: 저는 몰라요. 그냥…

이건 제 안에 있는 유일하게 따뜻한 거예요.

 

 

 

 

 

 

하지만 알이 마음에 품고 있는 노을을 역할로서 

 

무대에 세워보면 어떨까 ?

 

 

즉,   알님과 노을이 대화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 :  아래 내용은 원작 희곡에 대한 해석이라기보다,
사이코드라마의 관점에서 장면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보고 경험해본 개인적인 시도입니다.

 

 

 

 

 

 

 

 

무대 위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노을의 자리” 로  설정된다.

 

 

지기:  여기는 당신이 말한 그 노을이 있는 자리입니다.
그 노을은 지금 ‘하나의 존재’ 로 여기 있습니다.

 

 

 

(알을 바라보며)

 

 


알님, 이제 그 노을을 “보는 것” 이 아니라
“만나는 것” 입니다.

 

 

(사이)

 

알님,    그 노을에게 말을 걸어보시겠어요?

 

 

 

알님:  (망설이다가)


……  너는 거기 있니 ?

 

 

 

노을 :    있어.

 

 

(짧은 침묵)

 

 

 

알님:   너는 왜 그렇게 내 안에 남아 있어 ?

 

 

 

노을 :  나는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네가 나를 계속 부르고 있었던 거야.

 

 

 

알님:  나는 너를 놓고 싶었던 걸까?

 

 

 

노을 : 아니.
너는 나를 놓을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
나 없이도 서는 방법을 아직 몰랐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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