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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눔

“십자가: 잔혹한 형벌인가, 거룩한 식사인가?”

작성자조해강|작성시간25.12.29|조회수27 목록 댓글 0

“십자가: 잔혹한 형벌인가, 거룩한 식사인가?”

 

1. 우리가 오해한 ‘하나님의 분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기억하시나요? 2시간 내내 이어지는 참혹한 고통을 보며 많은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죄 때문에 하나님은 너무나 화가 나셨고, 그 분노를 풀기 위해 누군가는 대신 죽어야만 했다. 그래서 예수가 그 매를 대신 맞은 것이다.”

 

이것을 신학적으로 ‘대속적 속죄’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하나님은 기소된 죄인을 절대 그냥 용서할 수 없는 냉혹한 ‘심판관’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은 ‘심판관’이기 이전에 우리의 ‘아버지’입니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자기 자녀를 심판하면서 “누가 대신 피를 흘려야만 용서해주겠다”고 하겠습니까?

 

 

2. 희생(Sacrifice)의 진짜 뜻: “거룩하게 만들기”

 

우리는 ‘희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통’이나 ‘죽음’을 먼저 떠올리지만, 희생의 라틴어 어원(Sacrum Facere)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거룩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고대인들이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두 가지였습니다. 바로 ‘선물’과 ‘식사’입니다.

 

  • 선물: 가장 귀한 것을 하나님께 드려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향기)
  • 식사: 하나님이 우리를 초대하셔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 (제단에 피를 뿌려 하나님 몫을 드린 후, 남은 고기를 함께 나누어 먹음)

즉, 희생 제사는 하나님을 달래기 위한 뇌물이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끊어진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거룩한 잔치’였습니다. “N.T. 라이트가 말하듯, 제단의 피는 죽음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소를 정결하게 닦아내는 생명입니다. 왜 닦아낼까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식사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는 우리를 벌하기 위한 제물이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끊어진 우정을 잇는 거룩한 선물이 되셨습니다.”

 

 

3. 소방관의 희생: 고통이 본질이 아니다

 

오늘날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불길 속에서 아이를 구하고 숨진 소방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의 죽음을 ‘희생’이라 부르며 기립니다.

  • 왜 희생일까요? 그분이 ‘지독한 고통’을 겪으며 죽었기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 혹은 하나님이 그날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 한다고 해서 아이 대신 소방관을 데려가신 건가요? 절대 아닙니다.

그분의 죽음이 ‘희생’인 이유는, 타인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내어줌으로써 그 죽음을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사건’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4. 예수의 죽음: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때문에’

 

이제 예수의 죽음을 다시 봅시다. 예수는 하나님이 때린 매를 대신 맞고 죽은 것이 아닙니다.

  • 예수는 우리의 죄 ‘때문에’(Because of) 죽으셨습니다.
  • 정확히 말하면, 인간 문명이 가진 잔혹한 폭력과 불의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던 예수를 죽인 것입니다.

예수의 죽음은 하나님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폭력성이 얼마나 추악한지를 폭로하는 사건입니다. 동시에, 그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끝까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으신 예수의 선택이 그 죽음을 가장 ‘거룩한 희생’으로 만든 것입니다.

 

 

5. 결론: 식탁으로의 초대

 

예수의 희생은 우리에게 “내가 대신 벌 받았으니 너희는 이제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폭력으로 평화를 유지하려는 ‘세상의 방식’을 따르겠느냐, 아니면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하여 삶을 거룩하게 만드는 ‘하나님의 방식’을 따르겠느냐?”

예수의 희생은 우리를 두려움의 법정이 아니라, 용서와 사랑이 가득한 하나님의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십자가는 우리가 대신 벌 받은 법정의 기록이 아닙니다. 인간의 폭력이 만들어낸 불의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덮어버린 거룩한 초대장입니다. 이제 차가운 법정에서 나와, 아버지가 차려놓으신 사랑의 식탁으로 나아가십시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당신을 처벌하려는 판사입니까, 아니면 식탁으로 초대하시는 아버지입니까?”

 

 

* 이 글은 존 도미닉 크로산의 책, '하나님과 제국'에서 희생제사에 대한 부분을 요약한 것입니다.

그 글의 원문은 아래에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Wellspring/8SB1/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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