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성경은 우리를 ‘위해’ 쓰였지만,
우리에게 ‘직접’ 쓰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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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6년 새해 아침, 저는 존 월튼(John H. Walton)의 『창세기 1장의 잃어버린 세계』를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10년의 목회 여정을 잠시 멈추고 광야에 선 지금, 이 책의 서문은 저에게 마치 “안경을 새로 맞추라”는 엄중한 권고처럼 다가옵니다.
우리가 성경, 특히 창세기를 읽을 때 흔히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요? 존 월튼은 서문에서 그 해답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1. 성경의 수신인은 우리가 아닙니다 (Written for us vs. to us)
월튼은 말합니다. “구약 성경은 우리를 위해(for) 쓰였고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지만, 우리에게(to) 직접 쓰인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성경의 권위를 낮추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의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성경은 1차적으로 ‘고대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독자에게 보내진 편지입니다. 그들의 언어, 그들의 문화, 그들의 고민 속에 담긴 하나님의 계시입니다. 우리가 21세기 서구적·과학적 안경을 쓰고 이 편지를 읽는 순간, 우리는 본문이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2. 이스라엘은 그 시대의 ‘일부’였습니다
많은 신앙인이 성경이 주변 신화와 비슷하다는 사실에 당혹해합니다. 하지만 월튼은 단호합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 문화의 일부(part of that world)였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당연하게 여기듯, 그들은 그 시대의 ‘공통된 세계관’을 공유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수준과 문화적 문법을 빌려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이를 ‘번역’하지 않고는 본문의 참뜻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3. 신화는 고대의 ‘과학’이었습니다
우리는 ‘신화’를 거짓말로 치부하지만, 고대인들에게 신화는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이론”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과학’을 통해 세상을 설명하듯, 그들은 그들만의 체계로 세상의 기원과 운영을 설명했습니다.
창세기 1장을 현대 과학의 잣대로 증명하려 하거나 비판하려는 시도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창세기는 과학적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니라, “이 세상의 기능과 목적이 누구에게로부터 오는가”를 선언하는 신학적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 구도자의 단상: 안경을 벗을 때 보이는 것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나의 시대, 나의 문화’라는 안경을 쓰고 성경을 재단해 왔는지 모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하나님을 가두려 했던 것은 아닐까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헌을 해석할 수 없다”는 월튼의 일갈은, 비단 성경 읽기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 속에 숨겨진 진리를 찾으려는 구도자라면, 먼저 ‘나’라는 안경을 벗고 ‘그들(텍스트와 세상)’의 맥락으로 들어가는 겸손이 필요함을 배웁니다.
2026년의 첫 독서, 저는 이제 이 ‘잃어버린 세계’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려 합니다. 그곳에서 만날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