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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답노트

작성자나이스 데이|작성시간24.02.13|조회수94 목록 댓글 3

인생의 오답노트

둘째아들 녀석이 퇴근길에 문구점에 들러

​오답노트를 사다 달라고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오답노트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그게 무슨 책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고 보니 그냥 공책이다.

겉표지에 오답노트라고 적혀 있는.

틀린 수학문제를 왜 틀렸는지 검토하고

다시 한 번 풀어보는 용도로 쓰는 모양이다.

참 좋은 공책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문제를 다시 되짚어보면 실수의 패턴도 알 수 있고,

앞으로 같은 유형의 문제는 틀리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 바둑기사들도 시합이 끝나면

복지(復碁)라는 것을 한다.

처음부터 다시 그대로 두어보면서,

어디가 문제였는지를 서로 점검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처를 입고 나서야 비로소 무언가를 깨닫는다.

아마도 경험하지 않고도 삶의 진리를 체화할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게다.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음에는 절대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결의로 상처를 닦아내고서

정말로 그러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하게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한 번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수학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오답노트’가 필요하다.

다시 틀리지 않게 깨우쳐줄.

2010년 U-17 여자월드컵에서 MVP와 득점왕을 차지하며

한국 팀을 우승으로 이끈 여민지 선수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에 입문하면서부터 써온

훈련 일기가 화제가 됐다.

초보자를 위한 축구교재로 삼아도 될만큼 충실한 메모와

자기반성으로 이미 6권을 채웠다고 한다.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도

1988년 강릉 명륜고 1학년 때부터 1996년 은퇴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일기를 적었다고 한다.

어떤 날씨에, 어떤 길을 달렸고, 무엇을 먹었으며,

기록은 어땠는지 등 국가대표를 이끌고 있는 지금도

그 자료를 선수지도에 참고할 정도라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은 다르다.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註: 'MVP 여민지의 일기‘, 조선일보, 2010. 9. 28. A30면)

나는 훈련일기처럼 나를 발전시켜주리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꿋꿋하게 오답노트를 적는다.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몸에는 남기지 못하지만,

마음의 문신은 되어주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다음에는 조금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답노트 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살아갈, 그리고 나를 고쳐나갈 날들이

아주 많이 남아 있으므로

그대에겐 인생의 오답노트가 있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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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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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이스 데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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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려휴 | 작성시간 24.02.14 감사합니다.
  • 작성자카스타네아2 | 작성시간 24.03.21 즐거운 하루가 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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