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이를 측은하게 보는 마음이 제자들에게 주어진 권능입니다.”(마태 9:35-10:8)
김희영 드보라 신부 / 광주성당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질병은 무엇일까요? 어떤 이는 암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우울증이라고 말하며, 또 어떤 이는 고독이라고 답할지 모릅니다. 모두 틀린 답은 아니지요. 실제로 현대 사회는 수많은 질병과 싸우고 있고, 그 질병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늘날 사람들은 이전 어느 시대보다 건강에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운동을 하고, 건강식품을 챙겨 먹고, 정기검진도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지쳐 있으며,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몸은 건강해졌는데 마음은 더 허약해진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군중을 바라보시며 그들을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병만 보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보셨습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지쳐 있는지, 무엇 때문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지 보셨습니다.
사실 양이 길을 잃는 이유는 단순히 방향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따라가야 할 목소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더 성공하라고 말하고, 더 많이 소유하라고 말하며, 더 젊고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 목소리들을 따라가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을 받았고, 병든 사람들은 하느님께 버림받은 사람처럼 여겨졌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하느님의 사랑에서 멀어졌다고 믿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향해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시고 먼저 느끼신 것이 분노도 아니고 판단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복음말씀은 예수님께서 군중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드셨다." 전합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바로 이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병자를 고치는 능력도, 귀신을 쫓아내는 권능도, 하늘나라를 선포하는 사명도 모두 사람들을 향한 깊은 연민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십니다.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예수님과 같은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병든 사람을 보면 그 병만 보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보면 가난만 보지 않고, 상처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안에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함께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교회의 사명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지적하는 곳이기 전에,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사람을 평가하고 줄 세울 때, 교회는 하느님께서 누구도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증언해야 합니다.
복음의 마지막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생각해 보면 우리도 모두 거저 받은 사람들입니다. 생명도, 사랑도, 용서도, 신앙도 우리의 노력만으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은총은 다시 흘려보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외로운 사람 곁에 머물러 주는 일, 상처 입은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일, 그리고 길을 잃은 사람에게 함께 걸어주는 일도 거저 받은 은총을 거저 나누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 내 주변의 길 잃은 양은 누구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목소리를 따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 모두 예수님의 제자로 이 물음에 답하며 쉼 없이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예수님의 그 마음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권능임을 깨닫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