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야구공
일시: 2026년 6월 10일 수요일
발제: 김성화
작가: 전리오
마지막 작가의 말 중 물성이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현상과 원리 하나 하나를 아주 정확하게 빠짐없이 올바르게 설명해 주는 특징은 작가의 이력 중 과학을 전공하여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지까지 만들다니~! 라는 생각에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작가의 블로그를 찾아 보았고 할머니의 야구공을 쓰기 위해 책 속에 나왔던 일본 지역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화진포 김일성 별장까지 눈으로 보고 글을 적었기에 적절한 묘사를 할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하였다.
헐마니의 야구공은 최초 단편소설을 완성한지 6년 4개월만에,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년 그리고 탈고를 거쳐서 이 장편소설의 최종 원고를 전달한지 5개월이 걸린 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책에 나왔던 지역의 배경과 묘사된 문장과 흡사한 풍경인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에 가서 보기를 추천합니다.
발제:
표지에 하얀색 상의와 짙은 색 치마로 수수하면서도 단정하게 차려입고있는 여성이 허공을바라보고 있다.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표지에 있는 옛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여성과 제목 할머니의 야구공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표지에 있는 순정만화 같은 그림과 474페이지는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 이 책의 첫인상이였다
현재의 시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과거의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마치 하나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야구공에 담긴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기 때문에 끝까지 몰입하며 읽게 하었다.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긴 해설을 사용하는 대신 인물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어렵지 않게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야구공의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야구게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야구에 대한 궁금증이 식민지 조선의 야구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로, 야구 소년의 궁금증이 일제 강점기 시대의 살아온 가슴아픈 사연들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바뀌는 사이 야구공 하나로 숨겨진 궤적들을 연관시켜 끌어가는 힘이 좋았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국가에 의해 희생되어야만 했던 개인들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그려내였다. 읽다보면 소설이 아니라 실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예시로는 사건의 중심이 바뀌는 부분에서 작가는 물음을 던져준다.
야구공의 설명 후 야구단으로 사건이 바뀔 때의 물음
P116 그들은 난생처음 바다를 건넌다는 생각에 잔뜩 설레어 마음이 마치 거대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을까? 아니면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시커먼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공포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이제 곧 식민지 조선을 대표하여 일본의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일대 결전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장한 마음가짐이었을까? 그들은 비좁은 선실에서 간신히 쪽잠을 취하며 며칠 뒤에 치를 중요한 경기를 위해 봄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을까? 아니면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습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값비싼 가죽 글러브와 나무 방망이를 애지중지 잘 끌어안고 있었을까?
서영웅에서 할머니의 비밀로 사건이 바뀔 때의 물음
P312 오우치 히데오와 그녀의 할머니는 실제로 어떤 관계였을까? 그리고 1958년 영산상고 교정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 그렇게 재회한 그 두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또다시 헤어진 두 사람은 그 이후에도 가끔은 떠올렸을까?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을까? 아니면 완전히 잊고 있었을까?
이 질문들은 이 책을 읽고 있다면 문득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이였고 이것들을 해결해 주고자 윤경은 차근차근 놓치는 것 없이 단서를 모으는 방법으로 글을 전개 해 나가는 것이 좋았다.
파트가 바뀔때마다 신문기사를 끼워 넣으며 다음 전개될 사건이 어떤것임을 알려주는 방법도 좋았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다른 소설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로 민족주의가 강하게 표현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과 시대와 국가에 의해 얼마나 많은 개인들의 아픈 사연들이 생겨나는지 그러한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한 것이였다. 일본 구시엔 야구대회, 일제강점기, 제일조선인의 삶, 남북간의 분단의 아픔을 겪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의 선택과 아픔 그리움을 담고 있었다. 개인의 삶은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껏 배운 역사에서는 일제강점기나 재일조선인의 삶을 하나의 사건이나 집단으로 설명하였다 날짜와 사건의 나열로 익혀왔었지만 이책에서는 특정 인물의 경험을 통해 역사를 보여 준다. 실제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한다. 이 책에 인물들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시대의 영향을 받으며 아픔을 겪고 희망을 품으며 살아간다. 그러한 모습은 읽는이에게 역사 속 사람에게 공감하게 만들고 과거를 마음으로 와닫게 한다.
서영웅이 살아온 시대에는 전쟁, 식민 지배 분단과 같은 역사적 사건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만들어 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며 다양한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역사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인상깊었던 장면은 끊임없이 고국으로 돌아가고자 시도하는 서영웅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내 국민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보다는 배척하였다. 이유는 평생 얼굴 한번 안 보고 연락도 없던 친척이 북한의 고위 관료였고, 일본에서 조총련으로 활동한다는 의심하였다. 뿐아니라 훗날 창씨개명을 하고 군입대를 했다는 이유로 조국은 그를 친일인명사전에 등재시켜버리기까지 한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고 도움과 가족, 친구도 모두 사라지게 하였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수 없다는 무력감, 절망감을 가지게 한 조국였다.
이런 서영웅을 도와준 것은 오히려 일본의 프로구단이였으며 늙어서 원폭 후유증으로 건강이 나빠진 그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 일본인이 되어서야 비자를 갖고 한국에 방문활 수 있게 된 것을 보며 서영웅에게 진정한 국가, 조국이 어디였을까? 를 생각하게 하였다. 서영웅에게 머물곳을 주고, 치료를 해줬고, 야구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동료를 주고 늙어서 원폭후유증으로 쓰러졌을 때 거두어 준 일본이라는 나라를 생각할 때 조국, 나라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p434~p436까지의 영산상고에서 서영웅과 할머니가 만나는 장면에서의 ‘것이다’ 의 문장들은 보지못한 장면을 적기위해 선택한 말이였지만 극적인 만남을 표현하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아름다운 장면이고 애절함을 담아야 하는데 소설이기에 허용될 수 있는 이야기를 활용하였으며 어땠을까, 옛날로 돌아가 그떄의 만남을 재현했으면 어땠을까, 서영웅과 할머니의 대화들을 넣어 더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표현해 주었으면 좋았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조국이 나를 버린다면 나는 조국을 어떻게 대할것인가?
2.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