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발제 : 장호정
1. 『금손이』 2. 『정조가 쓴 편지』
작가소개
『금손이』 작가 정진호
“나는 따뜻하고, 아이를 좋아하며, 고민하는 작가입니다.” <본인을 수식하는 세가지>
1987년 대구 출생. 두 살 때 사고를 당한 뒤 종일 병원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부터 그림책을 벗 삼아 성장했고, 어릴 때 누나를 따라간 만화방에서 순정 만화를 독파하는 바람에 작가로서의 감성적인 면을 갖게 되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학사의 학력을 가졌으며, 졸업 작품으로 건축물 모형 대신 그림책 더미를 전시했고, 그림책 작가로서의 첫 발을 뗐다.
2014년 ‘위를 봐요!’로 데뷔하여, 2018년 제55회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예술건축디자인부문 수상을 했으며, 그림책 『별과 나』에서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을 돌아보고, 『3초 다이빙』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고백하는 아이의 내면을, 『심장 소리』에서는 한 발짝씩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긍정적 시선을 담은 책을 썼다.
『정조가 쓴 편지』 작가 신동경
1968년 춘천 출생.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지금은 책을 읽으며 느낀 즐거움과 감동을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글을 쓰며 지낸다.
아이들과 함께 동네 개울을 관찰한 경험을 살려 쓴 『여름이의 개울 관찰 일기』 이외에, 『물은 어디서 왔을까?』 『더위야, 썩 물렀거라!』 『공정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 등을 펴냈다.
발제
두 책은 어쩌면 같은 맥락이 없는 각각의 책일 수 있다. 그런데 책의 스토리를 같은 점으로 묶어보고 싶었다. ‘그림책이란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확장하는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그럴 수 있겠다.’ 정도의 개연성을 그리며 발제를 시작해 본다.
Point 1. 조선의 왕 / 이름
두 권의 책에는 조선의 왕이 등장한다.
금손이는 임금님 고양이. 임금님이 사랑하시어 아름다운 이름 내리셨네.
“옳지!금손이라 부르겠소, 금 금, 자손 손. 금빛의 자손, 즉 금빛 고양이라는 뜻이오.”
금손이는 숙종이 사랑한 고양이의 이름이고, 제19대 왕 숙종의 이야기다.
최막동 보아라. 누가 너에게 편지를 보냈는지 궁금할 테지. 나는 이 나라의 임금이다.
정조가 쓴 편지의 주인은 최막동이라는 아이고, 제22대 왕 정조의 이야기다.
두 책에는 임금이 이름을 지어 주고 아꼈던 모습,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주고 그에게 마음을 내어 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애잔하고도 아름다운 느낌이 있었다.
Point 2. 사랑
금손이는 임금님 고양이. 임금님이 사랑하시는 고양이
이 책은 사랑이 가득했다. 금손이의 세상에는 임금님, 딱 한사람만 존재했다.
금손이는 개의 맹목적인 충성심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임금님의 고양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금손이는 좀 까칠한 고양이, 매일 밥을 챙겨주는 궁녀들에게도 손길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글이 있는데, 그런 고양이가 숙종에게만 곁을 내주었으니 충성보다는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버지도 자주 찾아뵙고, 새 도시도 둘러볼 생각에 기쁘구나.
아버지가 아파 불안하고 가족들 생각에 속이 타느냐? 그 마음 내가 잘 안다.
가족을 향한 사랑도 있었다. 정조는 조선에서 가장 경치 좋고 명당인 곳이라고 찾아낸 수원에 아버지의 무덤을 옮기려 했다. 그 도시를 지켜주는 든든하고 아름다운 울타리가 바로 수원화성이다. 정조 앞에 나타난 막동이에게는 다친 아버지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었다.
나는 믿음직스러운 정약용에게 화성의 설계를 맡겼다.
내 욕심에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다, 이 녀석아.
일꾼들에게 품삯을 주고, 한여름에는 더위를 이기는 약을, 한겨울 찬바람이 불 때에는 잠시 일을 쉬게하는 ‘사람의 도리’로 사랑을 보여준 듯 하다. 또한 “백성들이 고생하지 않게 성을 빨리 쌓을 방법을 찾아보라.”는 정조의 미션을 거중기의 발명으로 화답한 정약용의 이야기도 정조의 믿음과 사랑이 담긴 위민정신이 배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짧은 그림책을 통해 무엇을 사랑했는지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Point 3. 이별
사랑과 슬픔은 가까이 있다는 게, 숙종은 고양이와 이별하고, 정조는 아버지와 이별한다.
금손이의 영혼은 임금님을 무사히 찾아갔을까?
이별을 슬픔으로만 보기엔 금손이의 표지는 연분홍의 단아한 그림이라 오히려 포근하고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정조의 아버지(사도세자)도 뒤주에 갇힌 죽음의 무거움이나, 아들을 죽인 아버지인 영조(정조의 할아버지)의 무서움도 책에는 없었다. 그냥 정조의 힘든 시간은 누군가(백성,막동이)를 위로하고 이해시키고 있었다. 슬픔의 모습은 다양하다는데, 책에서 보인 슬픔의 형태가 따뜻하고 담담해서 소중한 것의 가치나, 상처를 조금은 천천히 받아들여 보는 생각의 전환이 된 것 같다. 슬픔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또 하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Point 4. 꿈
금손이 책의 시작은 무덤이다.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예쁘다고 생각했던 분홍색 고양이의 색은 영혼의 표현이라고 했다. 즉 금손이의 영혼이 금손이를 사랑했던 왕 숙종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것이다. 꽃밭으로 시작해 물, 산 등의 장소를 지나 결국 임금을 만난 뒤 지나왔던 장소들을 다시 그대로 거슬러 진행하는 ‘대칭적 구조’를 보여줬다.
두 영혼이 책 가운데에서 만난다는 설정! 꿈이라고 말해도 될 듯한 부분이지 않을까?
정조가 쓴 편지에는 또 다른 직역의 꿈이 있었다.
화성에 담긴 정조의 꿈,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상업 도시로 만들려고 한 경제 도시의 꿈, 농사짓기 좋지 않은 땅을 기름진 땅으로 만든 농업 도시의 꿈, 5천여명의 장용영 군사들이 머물며 성을 지키는 군사도시의 꿈. 정조의 꿈이, 나아가 조선의 꿈이, 더 나아가 지금 우리의 꿈이 가슴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본다.
Point 5. 기록
은혜 저버리고 의리 망각하는 난신적자 되지 마소. 말 전하오니 조정의 사관들이여, 부디 금묘의 이야기 실록에 적어 널리 알려 주시오.
금손이 책 마지막에 부록이 붙어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 김시민이 쓴 <동포집>에 수록된 ‘금묘가’이다. <성호사설>에는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이는 스무 날을 곡만 하다 결국 죽었다고 나와 있다. 이익은 ‘기이해라. 충신이 털 난 짐승에게서 나왔다’고 기록했다.
정조의 수원화성은 전쟁 후에 다시 고쳐 지은 성이지만, 완벽한 기록 책 <화성성역의궤> 덕분에 옛날 모습 ‘그대로 살아났다’는 완벽한 복원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되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것은 정조의 엄청난 기록 정신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사에 사용된 돌의 크기와 무게, 못의 개수는 물론이고, 돌을 나르던 수레와 거중기의 정밀한 설계 도면도 그려져 있다. 심지어 성을 쌓은 백성과 일꾼들의 이름, 그들에게 지급한 정확한 품삯까지 일일이 다 적어두었다고 한다. 백성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적은 이유는 중간에서 관리들이 백성들의 소중한 품삯을 가로채지 못하도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월급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정조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조선시대판 ‘투명한 월급 명세서’가 참 든든하다.
내 아이도, 우리의 아이들도 주변을 따뜻하게 사랑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할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그림책 발제를 마무리하며 내게 바란다면, 역사가 어렵지 않기를, 멀리 있지 않기를, 그리고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내가 먼저 다가가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아이와 함께 읽는 역사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질문이 이어지고 감정이 올라오고 우리의 이야기로까지 이어진 시간이기를, 어쩌면 약간의 욕심이 담긴 마무리로 끝을 맺을까 한다.
이야기 나누기
여러분의 마음에 두 책은 어떻게 엮어져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