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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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二夜(십이야)
셰익스피어/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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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오시이노 (일리리아의 공작)-------
세바스챤 (봐이올라의 오빠)-------
앤토니오 (선장, 세바스챤의 친구)---
선장 (봐이올라의 친구)-----------
발렌타인 (오시이노 공작의 시종)----
코리오 써 토오비. 벨치 (올리비아의 삼촌)-----
써 앤드루. 에이규치크--------------
말보리오 (올리비아의 집사)--------
패이비언 (올리비아의 시종)--------
페리스테 (어릿광대, 올리비아의 하인)-----
올리비아 ------------------------
봐이올라 -----------------------
마리아 (올리비아의 시녀)---------
귀족, 신부, 선원, 관리, 악사, 하인등-----
장소
일리리아의 도시와 그 부근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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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제1막
[장] (제1장, 공작의 저택 오시이노 공작, 큐리오, 귀족들 등장, 악사들이 대령하고 있다)
[공작] 음악이 사랑의 심정을 살찌게 해 주는 음식이라면, 어디 계속해다오, 실컷 귀로 들어 이
마음이 식상을 하면 사랑의 식성도 또한 식어 사라지고 말 것이 아니겠느냐, 그곡을 다시한번 들려
다오, 스러지는 듯한 그 가락, 마치 제비꽃 피는 둔덕 위에 산들바람이 몰래 꽃향기를 훔쳤다
돌려주었다 하며 볼때 들려 오는 은근한 소리같구나 아니 그만, 이젠 싫다 아까처럼 은근하지가 못해
아, 사랑의 심정아, 너는 어쩌면 그렇게도 재빠르고 싱싱하냐, 바다같이 도량이 넓어 무엇이건
받아들이면서, 그 가슴 속에 일단 들어가면 아무리 훌륭하고 값어치가 있어도 순신간에 값이 떨어지고
마는구나, 사랑의 심정, 얼마나 환상에 차 있기에 변덕이 그다지도 심한 것일까
[큐리오] 사냥을 가지 않으시렵니까?
[공작] 사냥? 뭣을?
[큐리오] 사슴(하아트) 이죠
[공작] 그것 같으면 벌써 하고있다. 내가 갖는 제일 고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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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슴(하아트) 말이야, 아, 나의 이 두 눈이 올리비아를 보았을때 첫눈에 천기의 독기가 온통가시는
것 같더니, 바로 그때부터야, 나는 가슴(하아트)으로 둔갑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이 애욕이 마치
사납고 잔인한 저 사냥개처럼 내 마음을 곧장 몰아 대고 있구나 (발렌타인 등장) 그래, 뭐라더냐,
그분은?
[발렌타인] 죄송합니다, 직접 뵈옵지를 못 하고 다만 시녀를 통하여 받은 회답, 이러하옵니다
아가씨께서는 칠년동안을 하늘에 까지도 얼굴을 가리실 결심, 나들이 하실때는 수녀처럼 얼굴을 베일로
가리시고, 거처하시는 방에다 매일 한 번은 짜디짠 눈물을 뿌려 놓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모두
돌아가신 오라버님에 대한 사랑의 애도, 슬픈 추억 속에 길이 간직하시기 위함이라 하옵니다.
[공작] 아, 오라버니에 대한 정리조차 이렇게도 깊이 마음의 부담으로 삼은 지극한 마음씨일진댄
애정이야 짐작 조차 할 수 있을까? 사랑의 신 큐피드의 황금의 화살이 그의 가슴을 찔러 모든 다른
감정을랑 죽여 버린다면, 간장이고 뇌수고 심장이고, 이 모든 옥좌란 옥좌를 모조리 사랑이란 하나의
임금님이 차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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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그이의 전부를 채워 버린다면, 자, 안내해다오, 아름다운 꽃밭으로. 꽃나무 그늘에 쉬어야만
사랑의 정은 두터워지느니라 (모두 퇴장)
[장] (제2장 해안 봐이올라, 선장, 선원들 등장.)
[봐이올라] 여기는 뭐라는 땅이에요?
[선장] 일리리아란 곳이요, 아가씨
[봐이올라] 일리리아같은 데 와서 어떡하자는 거죠? 오빠는 저승땅 엘리지엄으로 가 버렸는데 아니,
혹여나 물에 빠지지 않았는지 몰라,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네?
[선장] 아가씨가 살아 난 것만 해도 운이 좋았읍니다.
[봐이올라] 불쌍한 오빠! 혹 운이 좋아서 살았을지도 몰라요
[선장] 암, 그렇죠 운이 좋다면 걱정할 건 없죠 왠고하니 우리가 탄 배가 난파하고 난 다음
아가씨하고 그리고 같이 살아 난 몇 안되는 사람들이 떠내려 가는 보오트에 매달려 있을때 보니까,
오빠께서는 그 위험 가운데도 그야말로 용의주도 하게, -용기와 희망이 바로 그렇게 시켜 준 것이겠죠-
물 위를 떠내려가는 튼튼한 마스트에 몸을 잡아매고는, 돌고래 등에 업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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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온처럼 거친 파도를 타고 가고 있었지요 그렇게 떠내려가는 것을 이 눈으로 틀림없이 봤읍니다.
[봐이올라] 정말 반가운 소식, 고마와요 자, 이돈을. 제가 죽지 않고 살아 난 것을 보면 이제 하신
말씀, 오빠도 살아 있을는지 모른다는 든든한 마음의 다짐이 되여요 이 나라를 아세요?
[선장] 잘 알죠, 제가 나서 자라난 곳이 바로 여기서 세 시간도 가지 않는 데 있으니까요
[봐이올라] 이곳 영주는 어느분?
[선장] 가문이며 인품이 훌륭한 공작입니다.
[봐이올라] 그분의 이름은?
[선장] 오이시노
[봐이올라] 오이시노! 아버지 한테서 그분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땐 독신이라고 들었는데
[선장] 지금도 그렇죠, 아니 최근까지는, 왠고 하니 제가 여기를 떠나온 지가 불과 한 달 전인데,
그때 한창 소문이 자자하기를- 거 다, 높은 분이 하시는 일을 아래서들 곧잘 떠들어 대지 않읍니까-
공작께서는 올리비아 아가씨에게 청혼을 하셨다던가 하더군요
[봐이올라] 그분은 어떤 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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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바로 한 일년 전에 돌아가신 어느 백작의 따님, 지덕이 겸비한 아가씨이죠, 백작께서는
돌아가실 때 이 따님의 후사를 아드님, 즉 이 아가씨의 오빠되시는 분에게 맡겨 두셨는데, 그 오빠
역시 뒤를 이어 돌아가셨죠, 그래서 그분을 생각한 나머지 이 아가씨는 남성과의 교제, 아니 만나는
것조차도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는 소문입니다.
[봐이올라] 아, 그런 분 같으면 제가 시중을 들 수 없을까요? 그래서 때가 닥쳐올때까지는 이몸을
숨겨 두어 신분을 감추고 싶어요
[선장] 그건 조금 힘들 겁니다. 어떠한 청도 듣지 않는 분이니까 공작님의 청조차도 듣지 않아요
[봐이올라] 선장님, 보아하니 좋은 분이라고 생각되어요, 하긴 세상에는 겉치레는 번지르르 해도
속이 썩어있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당신은 뵈온 대로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마음 속에 가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청이 하나 있어요, 사례는 충분히 해 드리겠어요 제발 제 신분을 감춰 주시고,
마음먹은 바 있어 변장을 할테니 도움이 되어 주세요,저는 그 공작님께 수종을 드리고 싶어요, 저를
내시로 그분께 천거해 주시겠어요 그 수고는 저버리지 않겠어요 이래뵈도 노래를 부를 줄도 알고,
여러가지 음악으로 상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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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수도 있으니 수종드릴 만하지 않겠어요? 그밖의 일은 그때그때를 봐서 해 내기로 하고요 다만
저의 이 생각을 남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선장] 그럽시다. 내시가 되시오, 나는 벙어리 역을 맡을테니 이 혀가 움직이거들랑 다시는 이놈의
가눈을 뜨지 못하게 해주시오
[봐이올라] 고마와요 자, 안내해 주세요(모두 퇴장)
[장] (제3장, 올리비아의 집, 써토오비, 벨치와 마리아 등장)
[토오비] 올리비아는 왜 저리지, 응? 밤낮 돌아가신 형님 생각 뿐이니 못써, 근심이 많으면 수명을
줄인단 말이야
[마리아] 써 토오비, 제발 밤에는 좀더 일찍 돌아오셔야 해요 질녀 되시지만 우리댁 아씨께서
오밤중에 귀택하신다고 아주 못마땅해 하세요
[토오비] 무슨 상관야, 난 말이야 마땅하니까 내버려 둬
[마리아] 그야 그렇겠죠, 하지만 점잖게 체모를 차릴 줄 아셔야 돼요
[토오비] 차리라고? 이렇게 차리고 다니는데 어떻다는 거야 약주 마시기에도 십분 알맞것다, 이
장화만해도 그렇지, 안그래? 어디 그렇지 않다는 놈이 있어봐, 제 구두끈에 목을 매어 뒈지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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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그렇게 약주를 숭늉다시듯 꿀꺽 꿀꺽 자시면 몸에 해로우세요, 어제도 아씨께서 그 말씀
하시던데, 그리고 언젠가 밤에 데리고 오셨죠, 아씨에게 청혼하겠다고, 데리고 오신 그 얼치기 나이트
말씀도 하셨어요
[토오비] 누구? 써 앤드루.에이규치크 말인가?
[마리아] 네, 그사람 말이예요
[토오비] 아, 이 일리리아 땅에서 누구 못지않은 대장분데 그래
[마리아] 그게 어떻단 말이예요?
[토오비] 일년 수입이 자그마치 삼천 더커트란 걸 알아 두란 말야
[마리아] 그럼 뭘해, 아무리 더커트가 많아도 그 돈 갖고서 일년을 지탱하지 못할걸, 세상에
바보천치에다 팔난봉인데
[토오비] 무슨 말씀, 알지도 못 하고서, 아 비올을 켤줄 모르니 세나라 네 나라 말을 한 자 틀리지
않고 훵하니 안단 말씀이야, 게다가 타고난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마리아] 아무렴요, 타고난 분이죠, 바보에다 웬 싸움은 그렇게도 잘 한담, 그것도 겁장이라는
타고난 천질이 있으니까 싸운다고 우쭐대도 봉창이나 메우지, 그렇지 않아봐, 똑똑한 사람이 벌서
저승길의 천질이 있다고 그랬을 거예요,
[토오비] 천단에, 그따위 말을 하는 녀석은 남을 헐뜯는 악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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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누구야, 그런 입버릇을 하는 놈은?
[마리아] 그뿐인 줄 아세요? 당신과는 매일같이 어울려 다신다고 그러던데
[토오비] 질녀의 건강을 빌고 마시는 거야, 알았어? 내 목구멍에 길이 틔여있고, 이 일리리아 땅에
술이 딸리지 않는 동안은 질녀를 위해 마신다는 걸 알아 줘 그것도 못 하는 인간은 비겁자야 마음의
팽이처럼 머리가 핑핑 돌도록 마시지 않는 인간을 말이야, 자 이것봐 Castiliano vulgo(언짢은 얼굴을
치우라) 저기 써 앤드루, 에이쿠치크 아닌 에이큐패이스 선생이 오지 않아? (써 앤드루.에이큐치크
등장)
[앤드루] 써 토오비.벨치! 안녕하슈, 써 토오비.벨치?
[토오비] 여어, 써앤드루
[앤드루] 안녕하시우, 왈패 아가씨?
[마리아] 안녕하세요?
[토오비] 문안을, 써 앤드루, 문안을
[앤드루] 뭐유?
[토오비] 내 질녀의 시녀요
[앤드루] 문안 아가씨, 잘 부탁드리우
[마리아] 제 이름은 매여리예요
[앤드루] 그럼 매어리, 문안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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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비] 이보시오, 그게 아니라고 "문안"은 달이야, 대들어서 사랑해 주시오 하는거요
[앤드루] 지금 모두 있는데 못해, 그게 "문안"의 뜻이구먼
[마리아] 전 실례해요
[토오비] 이보시오, 써 앤드루, 지금 그냥 놓쳐 버리면 장부가 다시 칼을 빼기는 글렀다니까
[앤드루] 아가씨, 그렇게 놓치게 되면, 이거 장부가 다시 칼을 빼기는 글렀을 거 아니요, 댁에선
바보상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마리아] 바보고 뭐고 상대를 안해요
[앤드루] 그럼 상대를 해 주슈, 자, 악수요
[마리아] 그럼, 생각은 맘대로라니까, 그러니 그 손을랑 술통 있는 데 가져가세요, 술이라도 마시게
[앤드루] 이보시오, 그건 왜? 그건 무슨 비유야?
[마리아] 손에 물기가 없어서요
[앤드루] 그야 그럴 테지, 손이 물에 젖여 있도록 바보는 아니니까, 한데 그건 무슨 익살이오?
[마리아] 물기가 없는 익살이예요
[앤드루] 그런 게 한 아름이나 있어?
[마리아] 암요, 이 손가락 끝에 있어요 이것 보세요 하지만 이렇게 손을 놓으면 꺼리가 없어지고
말거든요(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