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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기준은 무엇일까

작성자양세현|작성시간26.06.19|조회수79 목록 댓글 0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를 친구라고 생각할까?

 

어릴 때는 친구라는 단어가 참 단순했다. 같은 반이고 같은 나이이고 자주 함께 놀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친구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복잡한것 같다. 

친구의 기준은 무엇일까?

 

1. 나이의 기준

어렸을 때 나는 학교에서 같은 나이의 아이들 중 나와 자주 어울려 놀던 아이들을 친구라고 불렀다. 
친구는 당연히 동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니 상황이 달라졌다. 
주변에는 나와 같은 나이의 사람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들을 나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항상 형, 누나, 동생들과 어울려 다니면서도 소개할 때는 "아는 형이에요", "아는 동생이에요"라고 말하곤 했다. "친구예요"라고 말하기에는 왠지 모를 망설임이 있었다. 나에게 친구는 늘 같은 나이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친구라고 말하면 상대방도 당연히 동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요즘 나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 6명과 자주 만난다.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여행을 가고, 공부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한다.  
울산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누군가 주말에 뭐 했냐고 물어보면 항상 잠시 고민하게 된다. "친구들이랑 놀았어"라고 해야 할지, "동생들이랑 놀았어"라고 해야 할지.
그래서 어느 날 직접 물어보았다.
"너희는 나를 아는 형, 아는 오빠라고 생각해? 아니면 친구라고 생각해?"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린 친구지."
그 말을 듣고 조금 고마웠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도 자연스럽게 친구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 기준에서 친구에게 나이는 더 이상 중요한 조건이 아니게 된 것 같다.

 

 

2. 친함의 기준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친구의 범위도 다르다.
한 번 밥을 먹고도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달을 함께 지내도 친구가 아닌 지인이나 동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교 시절에도 어떤 사람은 동기들을 친구라고 불렀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동기라고만 불렀다.
아마 친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친함의 기준이 꽤 높았다.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께 있어도 편한 사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만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냥 아는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를 친구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나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하게도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어쩌면 그 사람은 별 의미 없이 친구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 준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았다.
그 이후로 나도 친구의 기준을 조금 낮추기로 했다.
두세 번 만나도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다면 친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연락이 끊겼더라도 그때에는 함께 웃었던 사람이라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찐친'의 기준은 높다. 하지만 친구라는 범위를 넓히고 나니 이상하게 외로움도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 세상에 내 편이 조금 더 많아진 것 같았다.

 

3. 성별의 기준

남사친, 여사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성친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결국 한쪽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위장 남사친, 위장 여사친 같은 말도 생겨났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예전에는 이성 친구의 존재를 부정하는 편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때의 나는 친구의 기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속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야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성과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
하지만 친구의 기준을 조금 넓게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생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아는 누나, 아는 동생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을 이제는 자연스럽게 친구라고 부른다.
내가 친구라고 느끼니까.
그래서 가끔은 남사친, 여사친 논쟁도 결국 친구의 기준 차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의 기준이 높은 사람은 이성친구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나처럼 친구의 범위를 조금 넓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성친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도 이성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이성적인 호감보다는 인간적인 호감에 가깝다.
그리고 꼭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성친구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친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친밀함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성별에 따라 친구의 범위를 구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의 기준이 조금씩 넓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친구를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구분할 때보다 조금 더 가볍게 받아들일 때 세상은 덜 낯설고 덜 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친구를 거창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함께 웃었던 사람, 좋은 기억을 나눈 사람,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히 친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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