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2026 공저시집

이말순

작성자미소천사(말순)|작성시간26.06.08|조회수14 목록 댓글 0

섬달천

이말순


마음이 내려앉던 날이면
찾던 길의 끝

바다는 말없이 곁을 내주고
바람은 내 속을 천천히 비워주던 곳

자전거 하나
드문드문 걷던 사람 몇이 전부였던 곳

섬과 달,
그리고 물이 만난 이름

물길 따라 삶을 잇고
달빛에 기대어 하루를 건너던

그 섬 그 바다
섬달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장도에서

이말순


여수 앞 바다가 숨을 고르는 곳,
길게 누운 섬 하나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진섬이라 부른다

칼처럼 길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지만
바람과 물살이
수천수만 년을 쓰다듬어 만든
시간의 명패다

한 때
배들이 숨 쉬던 집,
바람의 마당이었고 물의 터였다

하루하루의 안식을 펼쳐내던
파도는 기억하고 있을까
고기잡이 나서던 새벽과
돌담으로 스며들던 소금기 밴 삶을

지금은 여행객들이
바다를 담아 가는 풍경이 되었지만
남편은 말한다
당신이 자라던 시간의 모서리였다고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식당 의자에 앉아
천천히 끓어오르는 기다림처럼

오늘
장도를 바람처럼 잠시 건너다
작은 파도에 발목을 적시는
바지선이 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화도 가는 길

이말순




서둘러 도착한 선착장
배 안에는
꽃보다 먼저 사람 꽃이 한 가득이었다

꽃보다 더 환한 얼굴들이 먼저 피어
하늘대고 있었다

섬에 닿자
바람이 먼저 나와
우리 이름을 부르듯 스쳤다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사이
유채꽃 길 따라 웃음이 번지고
꽃 이야기로 꽃이 되어 꽃을 피웠다

사진 속에서도
사람들 속에서도

하루 종일
꽃 사이 꽃으로 핀 꽃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섬, 묘도

이말순


여수의 섬
365개

그 중에
내가 태어나 자란 묘도

파도도 배를 타고
밀려갔다 밀려오던 섬

이제 다리로 이어졌다

힘들 때면
말없이 다녀오는 곳

어여 가거라
어여 가거라

손사래 정겹던 엄마 품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개도 사람

이말순

개도에 사시는 분 중
자재 사러 종종 오시는 분이 있다
섬에 터를 잡고
묵묵히 사시는 분이다

“개도엔 개만 사냐?”
내가 농담을 던지면
“그걸 이제 알았어?”
웃으며 나를 놀린다

막걸리 한 사발 사주겠다며
“개도 막걸리는 애인 입술보다 달아”
능청스런 농담도 곁들인다

그 분 귀를 문득 보았는데
참 신기하게도
작은 섬 하나가
귀에 꼭 달려 있는 듯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