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가해)
연중 제11주일
목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군중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고,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들을 측은한 마음으 로 바라보신 예수님을 전하는 복음의 표현을 통해서 우리 는 목자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목자 없는 양들이 시달리며 기가 꺾인다는 것은 반대로, 목자가 있을 때 시 달리지 않고 기가 꺾이지도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 게 됩니다. 즉, 양들은 목자를 통해 보호받아야 합니다. 보호해 주는 존재가 없다면 양들은 초원에서 여러 가지 불안에 떨며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잠을 잘 때도, 풀을 뜯어 먹을 때에도, 좁은 길을 지날 때도, 보호자가 없는 양들은 늑대가 나타날까 불안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목자는 양들을 지키고 시달리지 않게 하며, 그렇게 해서 보호받는 존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목자를 이렇게 신체적 환경적 안전을 제공하는 보호자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목자는 양들이 기가 꺾여 있지 않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은 물리적 보호 를 넘어 마음과 영혼의 돌봄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것은 결국 목자의 사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목자는 양 들을 사랑해야 하고, 양들은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 어야 합니다. 그것이 목자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양들은 목자에게 마음과 영혼으로 위로받고 지지받고 보 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목자를 통해 양들은 단순히 외적, 물리적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적 울타리 안에서 사랑으로 보호받습니다. 목자의 품에서 휴식과 안 정을 취하고, 아플 때 치료받는 등, 목자의 울타리 안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위험에서 지켜주는 보호자의 희생을 깨 닫게 됩니다.
양들은 목자의 사랑을 처음부터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목자가 베푸는 사랑의 노고를 온전히 이해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목자는 그렇게 사랑하 고 보호하며 지지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목자의 사랑에서 시작되고 그 사랑으로 완성되는 보호가 이 루어지며, 오직 사랑으로부터만 얻어지는 안정과 신뢰를 양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자의 사명입니다.
하지만 목자 없는 양들처럼 보이는 군중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으로 말씀하십니다. “수 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 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목자 없는 양들 을 위해 일꾼이 필요합니다. 목자 없는 양들에게 보호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참 목자가 있어야 양들이 보호를 받고 사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자들에게 하신 예 수님의 말씀이고, 또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야 할 모 두가 새겨야 할 말씀일 것입니다.
- 김문희아우구스티노 신부 | 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