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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요즘 나를 움직이는 것'에 관하여

작성자글레인|작성시간26.06.20|조회수16 목록 댓글 0

‘움직인다’라는 것이 애초에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과학적 관점에서의 ‘운동’을 뜻하는 것인지,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신경계와 근육의 상호작용을 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굉장히 애매모호하기로 유명한 철학적 관점에서의 ‘마음의 전율’을 말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주어지는 주제는 대체로 마지막인 경우가 많으니까. 움직인다, 감동 받다, 감명 받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감정의 동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그렇다면 하고 많은 요소들 중 어떤 것을 택해야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인지,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딱히 없을 것이다.
‘요즘 나를 -움직이는- 것’은, 아무래도 음악이다. 요즘이라는 단어를 빼놓아도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애초에 음악은 누군가를 ‘움직이려’고 만들어진 분야이니, 내가 그 상술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Oasis의 [Don’t look back in anger]가 있겠지. 다들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도 하지만, 의외로 제목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곡이다. 특유의 레트로적인 분위기와 멋진 코러스(흔히 ‘싸비’라고들 부르는 그 부분) 때문인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락의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다.
그런 흔하고 유명한 오락성 노래가 대체 어떻게 누군가를 움직이냐고? 솔직히, 이 곡을 듣는다 해서 크게 감동받거나 하는 것은 없다. 전주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던지, 기타 솔로를 들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던지 하는 효과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움직인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움직이는 것은 제자리에서 멀리 떨어져나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벗어난 것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도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Don't look back in anger]는 수십 년간 전 세계 아저씨들의 '움직임'을 도왔다.
음악은 그런 점에서 나를 ‘움직인다’. 편안한 상태에서 들었던 음악을 그렇지 못할 때도 들으면서, 내가 마치 ‘그 편안했던 순간에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그 전의 효과, 즉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은 모두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의 경우 성적이나 친구 관계, 성인의 경우 취업, 아니면 직장 생활 문제겠지. 나 같은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빳빳하고 따끈한 종이에 그런 경악스러운 숫자가 적힌 꼴을 본다면, 적어도 200m 정도는 '움직여'버릴 것이다. 그런 문제들은 대개 ‘스트레스’라 불리고, 음악과 같은 취미 생활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 불린다. 이 얼마나 편파적인 네이밍인지.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이상 뭐라 하긴 그렇지만. 당연한 것 아닌가? ‘마음을 움직인다’는 감성적인 이름을 그런 끔찍한 것들에게 붙일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음악의 손을 빌린다. 튕겨나간 거리가 순식간에 200광년에 도달한다 해도,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내 발로 걸어갈 수밖에 없다. 그 길을 조금이나마 닦아내고, 무빙워크를 설치해주는 역할은 음악 또는 다른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의 몫이다. AKMU의 [물 만난 물고기]라던가, 비긴어게인 영화의 OST인 [Lost Srars]라던가, 그 외의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Memories], [STAY], [I love you so] 등등 세기의 명곡과 마이너한 취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는 그런 작업에 도가 튼 상태다. 나의 '움직임'을 돕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다못해 과학적 관점에서 보아도 자전과 공전, 태양과 은하 자체의 움직임과 우주의 팽창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그러니 철학점 관점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작은 것에도 흔들리고, 추락하고, 비틀리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는데. 그런 것 안에서 신경 써야 할 것은 '다시 되돌아오게 하는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물론 꼭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옳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궤도를 벗어나 다른 은하를 만날 때까지 떠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튕겨나가는 대로 튕겨나간 후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적인 친구들에게 구조 요청이나 보내보자.
#김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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