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17
경비서는 노인
이 남 희
햇살이 하얗게 부서져 먼지와 춤추는 공간 조글조글 주름진 세월이
노인의 이마에 이랑을 내고 허리 휜 노인의 기침소리가 부유하는 아침이다.
유리벽을 타고 넘는 양복쟁이들의 윤나는 얼굴이 번쩍 번쩍 지나가고
표정 잃은 노인을 향해 포도시 손짓할 때 노인은 직각으로 굽힌 탓에 더욱 허리가 없다.
검붉게 탄 뒷목 줄기 디디고 선 가난의 나이테가 꼼지락꼼지락 뼈 속에 숨긴 말로 대꾸해보지만
미끌리는 유리벽 속에서 속절없이 뒤 채이다 밀려드는 햇살에 놀라 얼른 숨어버린다.
노인의 어깨에 걸쳐진 낡은 옷자락이 길쭉하니 소맷부리로 삐져나와
보이지 않는 근심과 동거한 날들처럼 거칠게 매달려서 주춤주춤 핏줄 도드라진 손등을 덮고
한 평 남짓한 경비실 안에서 노인은 햇살을 쥐고 정물처럼
부유하는 먼지와 섞여 홀로 점심을 먹고 있다.
새벽잠 설친 아내의 주름진 손마디가 밥 속에서 눈물 나게 부유하는데
노인의 기침소리 밥덩이에 밀려 끄윽끄윽 목구멍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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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오동춘 작성시간 06.01.09 경비 서는 노인의 가난한 삶의 모습을 처절하도록 비정미 있게 엮은 작품입니다 노인의 내면의식과 외양묘사가 은유 상징적 표현 수법으로 미적 특질을 잘 이룹니다 창작 솜씨 크게 발전을 보여 줍니다 정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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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류은자 작성시간 06.01.10 공직에서 퇴직하고 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직업이 경비서는 일이라고 하던데...? 요즘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하기도 경쟁률 20대1 이라고 합니다. 최고학벌출신 인력이 머무를 곳, 책읽을 수 있는 터 가 마련 된 곳이라 인기가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