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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마태오 신부 나의 이야기] 소리 질러!

작성자아우구스티노|작성시간26.06.18|조회수5 목록 댓글 0

 

 

 

소리 질러!

(홍성남 마태오 신부)

 

 

심리적 갈등이 심해지면 심한 피부염이 생긴다.

약을 바르고 먹어도 좀처럼 낫질 않는다.

나도 그랬는데 누군가가 귀띰해주었다.

그거 화병일지도 몰라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한 끝에

영국의 신경심리학자 데이비드 위크스 박사가 예의 바르게 살다가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속칭

`고래 고래 소리치기`를 처방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래서 나를 화나게 하는 대상들을 떠올려봤다.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차를 몰면서 고래고개 소리치고 욕을 퍼부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문득 배가 고팠다.

시계를 보니 10분쯤 소리친 것 같았다. 그러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마음과 몸이 거짓말처럼 편안해졌다.

그 이후로도 속이 답답할 때면 차를 몰고 나가 소리를 지른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집 안에서 해소하는 방법을 썼다.

샌드백을 사다가 걸어두고 두들겨 패며 소리를 질렀다.

성에 안 차면 미운 놈 얼굴을 그려서 붙여놓고 주먹질을 해댔다.

샌드백을 들어 패대기치고 발길질하며 마음속 분노를 토해냈다.

그렇게 이른바 지랄발광을 30분쯤 하고 나면 

마음속에 고여 있던 불순물이 다 빠져나간 듯 속이 후련해졌다.

 

 

그런데 또다른 신기한 일이 생겼다.

샌드백을 방과 방 사이에 걸어두고 지나다닐 때마다

발로 차곤 했는데 어는 순간부터 그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이틀. 때로는 한 달 이상을 그렇게 그냥 지나셨다.

마음속에 겹겹이 쌓였던 분노가 누그러지고

미움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샌드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열받는 일이 생기면 그 샌드백을 한 번씩 꺼내 쓴다.

내 인생 끝까지 함께할 내 화를 받아주는 소중한 친구다.

 

 

내담자 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 만큼

작은 소리로. 누가 들을까 봐 사방을 살피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안쓰러운 마음에 그런 분들에게 소리 지르는 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흔들리던 눈동자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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