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 인공지능(AI) 시대의 ‘주님의 기도’
권태선 마리아 |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상암동에는 이 지역 소재 방송사 종사자들의 성경 공부 모임이 있습니다. 신부님의 성경 강의를 듣고 동료들
과 생각을 나누는 그 모임이 제게는 제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특히 고마운 일은 신부님의 강
의를 통해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성경 구절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점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님의 기도’였습니다. 신부님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서 ‘우리’가 ‘Our’임을 지적하시
며, 주님의 기도가 공동체를 위한 공동체의 기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지금까지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도 그것이 공동체의 기도라곤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니 예수님께서 하느님 사랑을 고백하고 이웃과 함께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을 것은 너무나 당연
한 데도 말입니다.
이런 깨달음은 ‘우리’의 범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모임, 우리 가족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우리
인류, 더 나아가 피조물 전체로까지 ‘우리’의 범위는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람되게도 저는 요즘 주님의 기
도를 인류 공동체를 위한 기도로 드리고 싶습니다. 핵무기와 환경 파괴에 이어 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한
AI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챗GPT 등을 사용합니다. AI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해 대량 실업을 야기하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판단까지 대체해 가는 것을
보면 두렵습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AI 시대의 패권 장악을 위해 사활을 건 경쟁을 벌
이고 있는 점입니다. 현재와 같은 무한 경쟁이 지속되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초지능이 등장해 인류를 절멸시킬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지만 그들은 멈추지 못합니다. 핵무기 경쟁처럼 AI 경쟁도 ‘위험을 알지만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님께서 지난달 발표한 AI 회칙이 제게는 인류 공동체를 위한 절실한 간구로 여겨집니다.
교황님은 인간을 데이터와 효율로 환원하려는 흐름에 맞서 “인간은 효율 이상의 고귀한 존재”임을 선언하고, “AI
는 인간 존엄 아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바벨탑’ 건설을 멈추고 공동선을 세
우기 위해 힘을 합치자며, 그리스도인에게 ‘구경꾼’이나 ‘논평자’에 머무르지 말고 행동하라고 촉구하셨습니다. 그
렇다면 저도 이제 교황님의 호소에 응답해 AI의 사용자이자 소비자로서, 더 중요하게는 주권자로서 AI 방향 설정
에 인류 공동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라는 요구의 물결에 동참해야겠습니다.
2026년 6월 14일(가해)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