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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사목일기] 지옥이 진짜 있을까요?

작성자아우구스티노|작성시간07.05.03|조회수26 목록 댓글 0

[사목일기] 지옥이 진짜 있을까요?

김기혜(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여성노숙인센터 '수선화의 집' 원장)

 부활 판공성사를 보러간 지원(30)씨가 시무룩해서 들어왔다.

 "신부님께 보속을 다른 걸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뒷사람이 기다린다고 빨리 나가라고 하잖아요."

 "보속이 뭐였는데?"

 "그 언니한테 가서 먼저 사과하라고 하시길래, 난 그건 절대로 못한다고 했더니 문을 쾅 닫아버리고…."

 양쪽 부모 다 정신질환이 있어 가출한 지원씨는 직장에서 먹고 자는 남동생과 전자우편으로 남매의 정을 나누었다. 얼마 전에 그 남동생이 찾아와서 "내가 왜 누나 인생을 책임져야 돼?"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오지 않았다.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고해성사를 보니…. 솔직히 나도 고해성사가 참 부담이 돼. 맨날 똑같은 것을 고할 수도 없고…. 지난 번에 고해성사를 봤는데 신부님이 얼마나 진지하게 들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지 처음으로 큰 위안을 받았어. 나중에 보니 외국 신부님이시잖아. 어떻게 내 말을 다 알아들으시지?"

 거실에 앉아있던 몇 사람이 신앙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서 키운 딸은 자살, 아들은 희귀병인 근육병을 비관하여 알코올 중독자가 돼 술값을 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린다는 마리아(63)씨는 나이와 인공관절한 다리를 숨기며 간병인 일을 나간다.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지옥이 진짜 있을까요? 나, 하루에도 열 번쯤 죽고 싶은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구부정한 허리로 새벽 4시에 첫 차를 타고 빌딩 청소일을 나가는 경순(57)씨가 말을 받았다.

 "나도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하느님은 한없이 자비로우시다고 하던데 아무렴 지옥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연옥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세상도 이리 괴로운데, 지옥이 진짜 있다면 또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봐 겁이나 못 죽고 있어요. 신앙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니…. 지옥이 진짜 있어요? 없어요? 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계세요?"

 옆에 있던 나를 다그쳤다.

 "고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비라고 하지요. 사랑하는 자식에게 더 아픈 매를 들듯이….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 벼랑 끝에 섰을 때 전혀 낯설었던 길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헛기침이 나오더니 점점 모기 소리가 되어갔다. 고개도 숙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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