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속의 님의 얼굴
올해 성지 순례지가 배론성지로 정해지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배론성지는 지형이 배밑바닥 모양이라 하여 배론이라고 붙여졌다는데, 그 뜻을 모르고 들으면 성경에 나오는 지명인가 할 정도로 우리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이름이다.
배론성지의 배론성당과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자취와 황사영 알렉시오의 흔적을 밟아갈 생각을 하니 몇 년 전 배론성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벅차오르는 감동이 물결쳐왔다. 배론성당은 한 생을 모질게 달구어서 고아낸 나무들의 향기가 성당 뼛속 깊이 배어 있었다. 그 깊은 향을 음미하니 최양업 신부님과 순교시대에 십자가의 길을 걸었던 신앙 선조님들의 피눈물이 심장 속으로 젖어드는 듯 하였다.
골고다를 오르실 때의 주님의 피눈물이 조선 교구에 이어 흘러서, 주님의 보혈로 상처가 씻겨나갔을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성지 곳곳을 둘러보았다. 생명을 담보로 신앙을 지켜가야 할 치열함이 신앙의 불꽃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했을까? 발바닥 신자도 못되는 내 신앙의 옹졸함으로 감히 그분들의 아픔을 들추어볼 수 있는 자격이나 되는지 나는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황사영을 비롯한 열여섯 순교자들, 그리고 최신부님…. 목이 잘리는 순간 튀어 올랐을 핏방울이 저 개망초 하얀 얼굴에 벌겋게 물들었으리라. 개망초들 더욱 하얗게 통곡했으리라. 바람에 흔들리며 온몸을 젖혀서 울어주었으리라. 나는 개망초 한 송이를 따서 오래오래 들여다보았다. 마치 그분들의 영혼이 그 꽃 속에서 나에게 웃어 보이시는 듯 하였다.
배론성당의 저 모습처럼 순교자들은 천국의 배를 타고 주님 앞에 기쁨으로 나아갔으리라. 비장한 마음으로 미사를 올리는데 강론시간에 갑자기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두들 긴장해서 신부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신부님께서는 “여러분도 순교자들처럼 희생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우리들에게 막 하신 참이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들의 우려와 달리 빙그레 웃으시며 “네, 천국에서 그렇게 하라고 연락이 오는군요.”하셨다. 신부님의 따뜻한 배려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성당을 천국으로 들어올렸다.
신앙이란 천국의 기쁨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꽃송이처럼 피어나게 하는 것이리라. 나도 그 꽃밭의 가장 작은 민들레라도 될 수 있을까? 이번 성지순례에서 고맙고도 가슴 아픈 일은 작년에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선종한 형제의 미망인께서 협조단원으로 동행하신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그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리면서 부족하고 또 부족한 졸필 이만 줄인다.
전숙 헬레나 ( 봉선동 본당 )
올해 성지 순례지가 배론성지로 정해지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배론성지는 지형이 배밑바닥 모양이라 하여 배론이라고 붙여졌다는데, 그 뜻을 모르고 들으면 성경에 나오는 지명인가 할 정도로 우리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이름이다.
배론성지의 배론성당과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자취와 황사영 알렉시오의 흔적을 밟아갈 생각을 하니 몇 년 전 배론성지를 처음 만났을 때의 벅차오르는 감동이 물결쳐왔다. 배론성당은 한 생을 모질게 달구어서 고아낸 나무들의 향기가 성당 뼛속 깊이 배어 있었다. 그 깊은 향을 음미하니 최양업 신부님과 순교시대에 십자가의 길을 걸었던 신앙 선조님들의 피눈물이 심장 속으로 젖어드는 듯 하였다.
골고다를 오르실 때의 주님의 피눈물이 조선 교구에 이어 흘러서, 주님의 보혈로 상처가 씻겨나갔을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성지 곳곳을 둘러보았다. 생명을 담보로 신앙을 지켜가야 할 치열함이 신앙의 불꽃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했을까? 발바닥 신자도 못되는 내 신앙의 옹졸함으로 감히 그분들의 아픔을 들추어볼 수 있는 자격이나 되는지 나는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황사영을 비롯한 열여섯 순교자들, 그리고 최신부님…. 목이 잘리는 순간 튀어 올랐을 핏방울이 저 개망초 하얀 얼굴에 벌겋게 물들었으리라. 개망초들 더욱 하얗게 통곡했으리라. 바람에 흔들리며 온몸을 젖혀서 울어주었으리라. 나는 개망초 한 송이를 따서 오래오래 들여다보았다. 마치 그분들의 영혼이 그 꽃 속에서 나에게 웃어 보이시는 듯 하였다.
배론성당의 저 모습처럼 순교자들은 천국의 배를 타고 주님 앞에 기쁨으로 나아갔으리라. 비장한 마음으로 미사를 올리는데 강론시간에 갑자기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두들 긴장해서 신부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신부님께서는 “여러분도 순교자들처럼 희생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우리들에게 막 하신 참이었다. 신부님께서는 우리들의 우려와 달리 빙그레 웃으시며 “네, 천국에서 그렇게 하라고 연락이 오는군요.”하셨다. 신부님의 따뜻한 배려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성당을 천국으로 들어올렸다.
신앙이란 천국의 기쁨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꽃송이처럼 피어나게 하는 것이리라. 나도 그 꽃밭의 가장 작은 민들레라도 될 수 있을까? 이번 성지순례에서 고맙고도 가슴 아픈 일은 작년에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선종한 형제의 미망인께서 협조단원으로 동행하신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리라. 그 가정에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리면서 부족하고 또 부족한 졸필 이만 줄인다.
전숙 헬레나 ( 봉선동 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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