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들은 중성이거나 기본전하량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양의 기본전하를 가진 입자와 음의 기본전하를 가진 입자들의 수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큰 규모로 보면 중성을 띠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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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쌍극자전기쌍극자는 같은 크기의 + 전하와 - 전하가 위치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질계는 전체적으로 보면 중성이지만 양과 음의 전하의 위치가 약간 어긋나 있으므로 이 효과가 주변에 전기장을 형성시키는 근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의 가장 단순한 형태로서 부호가 반대이고 크기가
로 같은 두 전하가 거리
떨어져 있는 경우를 생각하자. 이을 전기쌍극자라 부른다. 전기쌍극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을 띄고 있지만 각 전하의 위치가 흩어져 있는 원자나 분자에서 나타날 수 있어 물질의 전기적인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개념이 된다. 이 전기쌍극자의 정도를 다음의 전기쌍극자모멘트(electric dipole moment)으로 나타낸다.
(1)
여기서
는 음의 전하로부터 양의 전하에 이르는 변위벡터이다. 따라서 쌍극자모멘트는 전하량이 크고, 서로 떨어진 거리가 멀면 크게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쌍극자에 의한 전기장은 양과 음의 각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의 합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새로울 것은 없으나 서로 떨어진 거리
가 줄어들면서 전하량
가 이에 반비례하여 커지는 상황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로 주어진다. 쌍극자모멘트
가 일정하면서 거의 공간의 한 점에 두 전하가 존재하는 상황은 가장 이상적인 쌍극자(점쌍극자)로서 이것이 만드는 전기장을 계산해 보자.
우선 원점에
가,
에
가 있는 쌍극자(
)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기장은,
(2)
여기서 오른쪽 첫 항을 다음과 같이 근사식으로 쓰면,
(3)
여기서 만일
를 일정하게 하는 상황에서
를 0의 극한으로 보내면
점에서의 전기장은
(4)
이는 기본적으로 쌍극자가 만드는 전기장이 거리의 3승에 반비례하여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중성의 물질 속에서 형성되는 전기장은 내부에서는 크게 나타게 되지만 물질을 벗어나면 그 크기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국소적인 전기적인 성질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아래 그림은 쌍극자가 만드는 전기장의 방향분포를 보여준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전기장은 양전하에서 나와 음전하로 빨려 들어가는 방향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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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극자에 의한 전기장 같은 크기로 대전된 붉은 색의 + 전하와 푸른 색의 - 전하가 위치를 달리하고 있으면서 만드는 전기장을 보여주고 있다. 편의상 전기장의 방향만 나타내었으며 화면 위를 클릭하면 그 지점에서의 전기장의 방향과 크기를 녹색 화살표로 보여준다. 한편 두 전하를 마우스로 이동시키면 전기장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전기장을 단위전하가 받는 힘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전기장(
)이 형성된 공간에서 전하(
)가 받는 힘은 다음과 같다.
(5)
따라서 전기장 속의 전하가 받는 힘의 크기는 전하량과 전기장에 비례하고 방향은 전기장의 방향과 같다. 만일
가 음수이면 힘은 전기장과 반대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전하가 균일한 전기장에 의한 힘만 받고 있다면 마치 지상에서 중력에 의해 포물선 운동을 하는 물체처럼 운동할 것이다.
다음은 전하의 기본단위를 측정하기 위해 1910년 경 밀리칸이 행한 밀리칸 기름방울 실험장치이다. 분무기에서 분무된 기름방울이 일부는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대전되고 이를 균일한 전기장 속에서 운동시켜 그 운동을 망원경으로 관찰한다.
ani
밀리칸 기름방울 실험 분무기에서 기름방울이 분무되면 정전기에 의해 일부가 대전된다. 기본단위의 정수배로 대전된 기름방울은 아래위의 두 원판사이에 형성된 전기장에 의해 힘을 받는다. 이 전기력과 함께 중력, 부력 등의 힘을 받지만 속도에 비례하는 저항력에 의해 곧 등속운동을 하게 된다. 망원경으로 이 운동을 분석하면 전기력의 크기와 아울러 대전된 전하량을 알 수 있다.
밀리칸은 이 실험으로부터 기름방울의 대전전하량이 기본단위의 정수배로 되어 있는 것을 알았고, 이는 전하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최초의 실험적인 증거가 되었다. 밀리칸은 이 업적으로 192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전하량의 기본단위의 최근 측정치는 다음과 같다.
정기장에서 쌍극자가 받는 힘은 각각의 양과 음전하가 받는 힘을 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균일한 전기장에 놓여 있다면 두 전하가 받는 알짜힘은 0이다. 그러나 각 전하에 작용하는 두 힘은 서로 짝힘이므로 토크를 받아 회전하려고 할 것이다.
(7)
즉 쌍극자모멘트
이 전기장과 나란하게 되는 방향으로 회전하려고 한다. 따라서 열적운동 등 다른 요인들이 없다면 최종적으로 모든 쌍극자는 주변의 전기장과 같은 방향으로 배열하게 될 것이다.
만일 전기장이 균일하지 않게 분포하고 있다면 쌍극자의 두 전하가 받는 힘도 같은 크기가 아니므로 토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알짜힘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 알짜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휩쓸리는 운동을 하게 된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전기장의 분포에서 물을 흘렸을때 물줄기가 휘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 그림 왼쪽 아래에 물분자의 구조를 나타내었다. 물의 수소와 산소는 일직선으로 놓여 있지 않고 105도 정도 기울어져 있고, 이들 세 원자의 전자는 서로 공유되어 있는데 비교적 산소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어 전체적으로 쌍극자를 이루게 된다.
ani
흐르는 물줄기가 휘어진다! 음으로 대전된 막대 옆에 물을 흐르게 하면 막대 쪽으로 휘어지면서 흐른다. 이는 대전된 막대가 만드는 전기장이 막대에서 멀리 가면 점점 약해져서 쌍극자에 작용하는 알짜힘이 인력이기 때문이다. 만일 막대가 양으로 대전된 경우라면 어떠할까?
물분자처럼 구조의 비대칭으로 인하여 영구쌍극자를 이루는 분자를 극성분자라 한다. 이러한 분자로는
(물),
,
,
등이 있고 반면에 쌍극자를 띄지 않는 비극성분자로는
,
,
,
,
,
등이 있다. (원자도 비극성이다) 그러나 비극성분자라 하더라도 전기장이 걸리게 되면 양의 전하인 핵과 음의 전하인 전자가 반대방향으로 힘을 받아 쌍극자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