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출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913570
지난 7개월간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던 지붕뚫고 하이킥이 어제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세경과 지훈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의외의 결론으로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많은 시청자들이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여러가지 설과 그 동안 전개상에 드러났던 비극적 결말을 암시한 복선에 대한 언급들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지붕킥을 청년세대의 잔혹사를 그린 시트콤으로 보고 있던 터라, 슬프긴 했지만 결말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지붕킥은 포스터부터 역설적이다. 세상의 생기를 가뜩 머금고 한참 빛나야 할 젊은세대들은 회색빛으로 묘사되어 있다. 반면 드라마에서 이순재를 비롯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컬러빛이다. 이 역설은 사교육, 경쟁, 학벌주의, 청년실업, 성공지상주의에 신음하는 88만원 세대의 모습과 사회적 자원과 일자리를 선점하고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역설은 역설적으로 현실적이다.
실제로 시트콤의 젊은세대들은 현실처럼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게임의 룰안에서 녹록치 않은 삶을 이어간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에 번번히 퇴짜를 맞아 이 아르바이트 저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며 과외를 하기위해 자신의 학벌을 속여야하는 정음. 극심한 교육경쟁의 한복판에서 공부못하고, 말썽일으키는 문제아이로 찍혀 공부잘하는 형과 늘 비교당하고 주눅들어, 그런 삼촌을 좋아하는 세경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도 못했던 준혁. 인나가 연예인으로 성공하기위해 자신의 사랑을 접어야만 했던 광수. 주인아주머니가 방값을 올리지는 않을까, 집을 팔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자옥네 하숙생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6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고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는 세경과 신애가 겪어야 했을 정신적 트라우마는 IMF금융위기 당시 집안이 풍비박산나는 것을 지켜보아 회사원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한다는 '잃어버린 세대'의 그것과 같지는 않을까?
반면, 기성세대들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대학 캠퍼스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로맨스를 즐기고 특권을 누린다. 식품회사를 운영하는 순재는 학교 교감선생님인 자옥과 황혼의 로맨스를 즐기기위해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극 종반부에는 결혼에 골인한다. 능력부족임에도, 사위라는 연줄로 부사장의 자리에 올라 회사 사장자리를 물려받게 될 보석. 집안일은 세경에게 다 맡기고, 편안한 삶을 누리는 현경. 학생들의 어려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하숙비를 올려받고, 이사를 가려고 했던 하숙집 주인인 자옥.
기성세대들은 돈, 지위, 재산, 연줄, 학벌이라는 자신들만의 게임의 룰안에서 안락함과 사랑, 그리고 성공을 쟁취한다.
극중 세경의 표현대로 오늘도 젊은세대들은 계급이라는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하루하루 힘겨운 경쟁을 이어나가야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단계 올라서면 '다른 누군가가 내 밑에 있어야 하는' 그런 슬픈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계급의 사다리 저 밑에 있던 세경에게 사다리 저 위에 있는 지훈과의 로맨스는 사치에 불과했던 걸까? 그녀는 사랑해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비참함을 느끼고,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한채 '이 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말한마디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