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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의 참소식

작성자九鼎|작성시간15.09.03|조회수90 목록 댓글 4

3. 조계(曹溪)의 참소식

 

 

 

 


만약 여기에 어느 사람이 있어 위음왕불(威音王佛) 전에 부처님의 진리를 확연히 깨달았다고 하면

산승은 지리산 명다(名茶)를 한 잔 달여 드릴 것이요,
누지불(樓至佛) 후에 부처님의 진리를 확철히 증득(證得)했다 해도 또한 지리산 명다를 한 잔 달여 드리리라.

 

   알겠는가?
   누구든 이 말의 근본 뜻을 알아야만 부처님의 진리의 눈을 갖추었다 할 수 있으리라.

 

   육조(六祖) 대사께서 하루는 대중에게 이러한 법문을 하셨다.
   "사람 사람의 면전(面前)에 한 물건이 있어서 밝기는 일월(日月)보다도 밝고 어둡기는 검은 옻칠보다도 검고, 위로는 하늘을 받치고 있고 아래로는 땅을 괴고 있다. 예도 없고 이제도 없고 미래도 없으며,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모든 형상과 이름이 다 끊어졌다. 가고 오고 말하고 묵묵한 가운데 항상 쓰고 있으면서 잡아 거두어 얻지 못하니 이것이 무엇인고?" 
   그러자 육조 대사를 오랫동안 시봉하고 모셔오던 하택 신회(荷澤神會) 스님이 나와서,
   "제불(諸佛)의 본성(本性)이며 신회(神會)의 불성(佛性)입니다."

라고 답하니, 육조 대사께서 크게 꾸짖으셨다.
   "예도 없고 이제도 없고 미래도  없으며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다고  했거늘, 함부로 제불(諸佛)의 본성이며 신회의 불성이라 하느냐. 너는 장차 출세(出世)를 하더라도 지해(知解, 알음알이)의 종도(宗徒) 밖에는 못 되리라."
   신회 스님은 이 육조 대사의 말씀대로 일생을 지해의 알음알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후학(後學)들에게도 역시 지해로써 가르쳤다.
   부처님의 진리는 모든 알음알이의 정해정식(情解情識)을 완전히 뛰어넘어야 부처님의 진리의 눈을 갖출 수 있는 것이지, 알음알이의 식견(識見)이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 부처님의 정안(正眼)과는 거리가 멀다.

 

   신회 스님이 육조 대사 회하(會下)에서 다년간 수행하다가 하루는 청원 행사(靑原行思) 선사를 참예(參詣)하니, 행사 선사께서 물으셨다.
   "그대가 어디서 오는고?"
   "조계(曹溪)에서 옵니다."
   "조계에서 온다면 조계의 참소식은 가져왔는가?"
   이에 신회 스님이 앉아 있다가 몸을 털고 일어서자, 행사 선사께서
   "그것은 조계의 참소식이 아니다. 깨진 기왓장 조각에 불과하다."

하셨으니, 조계에 계시는 부처님의 진금(眞金) 덩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에게 진금을 주신 일이 있습니까?"
   "설사 있다고 한들, 그대가 어느 곳에서 취하려 하는고?"
   여기에서 신회 스님은 그만 말문이 막혀 꼼짝을 못했다.

 

   신회 스님은 이후에 하택종(荷澤宗)의 개조(開祖)가 되어 지해(知解)의 종(宗)을 하나 만들었는데, 오늘날까지 그 사상이 전해 내려와 그 종도(宗徒)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정법정안(正法正眼)으로 보건대는, 지해(知解)의 종(宗)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의 정법정안을 이은  육조(六祖)의 정맥(正脈)은 '몰록 깨달을 것 같으면 몰록 다 닦는다' 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의 법이다.
   그런데 신회 스님으로 인해서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법이 펼쳐졌으니, 그렇게 철저하지 못한 소견(所見)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면서 후학자로 하여금 정법(正法)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되어온 것이다.
   그러면, 행사 선사께서 "설사 진금 덩어리가 있다고 한들 그대가 어느 곳에서  취하려 하는고?" 하셨을 때 신회 스님이 아무런 대꾸도 못 했는데, 만약 그 때 행사 선사께서 신회 스님을 철저하게 다스려놓았더라면, 오늘날까지 점수(漸修)의 폐습이 남아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승(山僧)이 당시의 행사 선사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신회의 말문이 막혔을 때, 거기에서 쉬어 버리지 않고 주장자(拄杖子)로 삼십 방(棒)을 때려서 산문(山門) 밖으로 내쫓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였더라면, 점수(漸修)의 폐습을 완전히 쓸어 없애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대도(大道)의 활로(活路)를 당당하게 걷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승(山僧)이 만약 당시의 신회 스님이었더라면, 행사 선사께서 "그대가 어느 곳에서 진금을 취하려 하는고?" 하셨을 때 고개를 숙이고 두 팔을 흔들며 나갔을지니, 거기에는 행사 선사의 날카로운 기봉(機鋒)도 어찌하지 못했으리라.

 

 

임술년(1982) 동안거 해제일 해운정사 원통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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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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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어질이 | 작성시간 15.09.03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九鼎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9.03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 작성자메따와 사띠 (조방) | 작성시간 15.09.04 나모 땃서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붇닷서! 존귀하신분, 공양받아 마땅하신분, 바르게 깨달으신 그분께 귀의합니다. '' 글에 포함된 스티커
  • 답댓글 작성자九鼎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9.04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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