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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탁발 암두 밀계

작성자九鼎|작성시간15.11.21|조회수110 목록 댓글 3

덕산 탁발(德山托鉢) 암두 밀계(巖頭密啓)

 

 

 

 

不立而自立(불립이자립)
不高而自高(불고이자고)
機出孤危(기출고위)
方見玄妙(방견현묘)

 

세우지 아니해도 스스로 서고 
높이지 아니해도 스스로 높음이로다.
지혜의 기틀이 외롭고 위태로운 데로 나와야만
바야흐로 현묘한 세계를 능히 볼 줄 아느니라.

 

   어떠한 분들이 이렇게 자재하게 살아옴인고?

 

   덕산(德山) 선사 하면은, 임제(臨濟) 선사와 더불어 진리의 고준한 안목을 만천하에 드날려 천고(千古)에 빛낸, 조사(祖師) 가운데 영웅이다. 이 덕산 선사 밑에 두 분의 훌륭한 제자가 있었으니, 암두(岩頭) 스님과 설봉(雪峰) 스님이다.
   덕산 선사께서 어느 날, 여느 때와 달리 공양(供養)이 늦어지자 손수 발우(鉢盂)를 들고 식당으로 내려오셨다.
   공양주이던 설봉 스님이 덕산 선사를 보고는,
   “종도 치지 않고 북도 두드리지 아니했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십니까?”
하자, 덕산 선사께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방장실(方丈室)로 돌아가셨다.
   설봉 스님이 사형(師兄)되는 암두 스님에게 이 광경을 이야기하자, 암두 스님이 듣고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보잘 것 없는 덕산 노사(德山老師)가 말후구(末後句) 진리를 알지 못했구나.”
   이 말이 대중 사이에 분분하므로 덕산 선사께서 들으시고는, 암두 스님을 불러 물으셨다.
   “네가 나를 긍정치 아니하느냐?”
   그러자 암두 스님이 덕산 선사의 귀에 대고 은밀히 그 뜻을 말하였다.
   다음날, 덕산 선사께서 법상에 오르시어 법문을 하시는데 그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덕산 선사께서 법문을 마치고 법상에서 내려오시자, 암두 스님이 크게 기뻐하며 덕산 선사의 두 손을 잡고서 말하였다.
   “선사께서 말후구 진리를 아셨으니 이후로는 천하 도인도 선사의 법을 당할 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3년밖에 세상에 머물지 못할 것입니다.”
   덕산 선사께서는 과연 3년 후에 열반에 드셨다.

 

   자고로 이 ‘덕산탁발화(德山托鉢話)’ 법문은 중국의 천하 총림(叢林)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법문이다.
   이것은 아주 높고 깊은 법문이어서 참으로 알기가 어렵고, 어지간한 선지식(善知識) 스님네들도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하게 되는 법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이 ‘덕산탁발화’를 거량(擧揚)한 분들은 명안종사(明眼宗師)라야 거량을 했지, 소견이 얕은 이들은 감히 입을 대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에 선법(禪法)이 들어와 뿌리 내린 지 육백여 년이 되었지만, 근세 이전까지는 이 법문을 대중에게 거량(擧揚)한 이가 한 분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세에 와서야 향곡(香谷)ㆍ성철(性徹) 두 분 선사께서 대중에게 처음 거량하신 것이니, 이 법문이 얼마나 고준한 것인가를 여러 대중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대중 가운데, 덕산 선사께서 머리를 숙이고 방장실로 돌아가신 뜻을 알고, 암두 스님이 덕산 선사의 귀에 대고 비밀히 말한 진리를 아는 이가 있을 것 같으면, 금일에 산승이 이 주장자를 두 손으로 부쳐서 장수산(萇樹山) 제2의 주인으로 봉(封)하리라.

 

   그러면 공양주 하던 설봉 스님이 “종도 치지 아니하고 북도 두드리지 아니했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십니까?” 하는데, 덕산 선사께서 고개를 숙이고 방장실로 돌아가신 뜻은 무엇이냐?
   뒷날 명초(明招) 스님이라는 이가 여기에 대해서 말하기를,
   “내가 만약 당시에 있었다면, ‘애석고, 애석다. 갈 곳이 없구나.’ 라고 했으리라.”
하였다가, 설두(雪竇) 선사께
   “명초가 홀로 용의 눈을 갖추었다고 명성이 분분하더니 원래로 한쪽 눈뿐이로구나. 덕산 선사가 이빨 없는 호랑이인 줄은 알지 못했도다.”
라고 혼이 났다.

 

   산승(山僧)이 월내에서 향곡 선사를 모시고 지낼 적에 하루는 이 ‘덕산탁발화(德山托鉢話)’ 공안(公案)을 논하게 되었다.
   향곡 선사께서 물으시기를,
   “명초 스님이 고인의 살림살이를 그릇 점검했다가 설두 선사께 혼쭐이 났는데, 너에게 만약 덕산 선사께서 고개를 숙이고 방장실로 돌아가신 뜻을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려는고?”
하여, 산승(山僧)이 이렇게 답하였다.

 

得便宜時失便宜(득편의시실편의)

 

편리함을 얻은 때에 편리함을 잃음입니다.

 

   암두 스님이 덕산 선사의 귀에 대고 은밀히 말한 뜻에 대해서는 향곡 선사께서 제방(諸方)의 선사들에게 두루 물으셨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거기에 “방망이를 내리겠다.”는 등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뿐이지 향곡 선사의 마음에 드는 답을 하는 이가 드물었다.
   향곡 선사께서 그것을 들어 말씀하시면서 산승에게 물으셨다.
   “암두밀계(岩頭密啓)의 의지(意旨)를 너는 어떻게 보느냐?”
   그래서 산승이 답하기를,

 

馬駒踏殺天下人(마구답살천하인)
臨濟未是白拈賊(임제미시백염적)

 

마조 선사는 천하인을 밟아 죽였으나
임제 선사는 아직도 백염적이 못 됩니다.

 

하였더니, 선사께서 흡족하게 여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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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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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신통방통 | 작성시간 15.11.21 감사합니다"~
  • 작성자길상행 | 작성시간 15.11.22 감사합니다...
  • 작성자메따와 사띠 (조방) | 작성시간 15.11.22 나모 땃서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붇닷서! 존귀하신분, 공양받아 마땅하신분, 바르게 깨달으신 그분께 귀의합니다. '' 글에 포함된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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