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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도인 우화스님 이야기

작성자自 性 佛|작성시간16.04.04|조회수373 목록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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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도인(天眞道人, 1903-1976) 우화스님 이야기

전남 나주에 있는 다보사(多寶寺)에 우화 스님이 계셨다.

몇몇 스님의 기억에 의하면 우화스님은 6.25 전부터 전라남도 나주 다보사에서 수행하신 천진도인 스님이시다.

6.25 동란때 고암스님이 피난내려와 다보사 주지를 맡으신 일이 있었는데,

고암스님은 워낙 감투욕심이 없던 분이라 다보사에 있던 우화스님에게 주지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천진도인 우화스님도 욕심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얼른 주지자리를 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암스님이 이렇게 통사정을 했다.

"우화스님, 내가 잠시 바람을 좀 쏘이고 올테니 그때까지만 제발 주지소임을 좀 맡아주시오."

잠시 한바뀌 돌아 바람을 쏘이고 오겠다는데야 그것마저 거절할 수 없었던 우화스님은 잠시 한바퀴 돌아올 동안만 주지소임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고암스님은 바랑을 메고 다보사를 떠났고, 그날부터 임시 주지는 우화스님이 맡았다.

그리고 그후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잠시 한바퀴 돌고 오겠다'던 고암스님은 두 번 다시 다보사에 돌아오지 않으셨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뒤, 우화스님은 여전히 '잠시'를 믿으며 이렇게 말씀했다.

"어디서 고암스님을 만나뵙거든, 내가 지금도 다보사에서 스님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 주시오."




우화스님이 다보사에 오기전 충청남도 예산의 덕숭산 수덕사 산내암자인 정혜사에서 만공 선사를 모시고 수행하고 있을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양식이 넉넉한 사찰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여름철 결제에 들어가려면 스님들이 미리 탁발을 해다가 양식을 마련해 놓아야만 했었다.

그해 여름에도 결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모든 수행자들이 걸망을 짊어지고 탁발에 나섰다.

그런데 유독 우화스님만은 탁발에 나서지 않았다.

만공스님이 이를 보고 크게 꾸짖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탁발을 나가지 않고 있는가?"

꾸중을 들은 우화스님은 급하게 절마당을 한바퀴 돌고나서 만공스님 앞에 섰다.

"스님, 생사대사(生死大事)가 급한 사람은 어찌해야 합니까?"

만공스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급한 사람은 탁발할 여유조차 없겠지?"

천하의 만공스님도 우화스님의 천진스런 기개 앞에 두 손을 들고 만 셈이었다.




어느해 겨울, 우화스님은 신도 한분이 병들어 자리에 누워있다는 말을 듣고 그 신도를 위해 인삼을 사기 위해 금산까지 가셨다.

다른 사람들은 인삼은 나주읍내에도 있는데 뭘하러 멀리 금산까지 다녀오셨느냐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약은 정성을 들여야 효험이 있는 것이라오."

손쉽게 돈만 치르고 사온 약과 먼길을 왕복하여 정성스레 사온 약, 과연 어떤 약이 약발이 더 좋을까?




우화스님은 나주 다보사 주지를 '잠시' 맡아가지고 계시는 동안에도 참선수행하는 젊은 수좌들은 끔직히 아끼고 사랑했다.

그리고 수행자들의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탁발을 나가곤 했다.

하루는 우화스님이 탁발을 마치고 무거운 걸망을 맨체 어느 기차역 대합실로 들어왔다.

저녁나절 완행열차를 타고 다보사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스님은 그 무거운 걸망을 맨체 대합실 안에 서 있었다.

이 때 누군가가 스님에게 말했다.

"스님, 저기 저 의자에 빈 데가 있으니 가서 앉으시지 왜 서계십니까? 어서 가서 앉으세요."

이때 우화스님이 합장하며 말했다.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마는 나는 아직 이렇게 서 있을만합니다. 의자란 원래 다리 아픈 사람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니 다리 아픈 사람이 앉도록 비워 두어야지요."

그러면서 우화스님은 그 무거운 걸망을 짊어진채 끝내 대합실 의자에는 앉지 않으셨다.




시주의 은혜를 소중하게 여겼던 우화스님은 보시받은 돈을 알뜰하게 절약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후학들은 이에 대해 "우화 큰스님은 인과법에 근거한 경제관을 갖고 계셨다"고 평한다.

하지만 돈을 쓰는데서도 스님은 보통사람의 상식을 과감하게 깨트렸다.

"큰스님 돈을 좀 빌려주십시오" 라고 하면 두말없이 빌려주었다.

그리고는 이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반드시 갚아야 합니다."

이 말속에는 부처님 인과법의 지중함이 담겨있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으며, 그 결과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인과법을 알고 있기에 돈을 빌리면,

이번 생이 아니라도 다음 생에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과법을 철저하게 믿고 있기에 우화스님은 당신 스스로는 '알뜰한 살림'을 살았지만 무엇을 빌려주는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스님이 나주 다보사에 주석하던 시절 도둑까지 감복시킨 스님의 일화는 유명하다.

오랫동안 다보사 해우소 불사를 위해 권선(勸善)을 하고 시주금을 모으고 있던 어느 날이다.

밤늦은 시각, 흉기를 든 밤손님이 스님 요사채에 숨어들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우화스님이 "무슨 일로 왔느냐"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히려 깜짝 놀란 도둑이 "돈이나 귀중품이 있으면 내놓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스님을 협박했다.

그리고는 어떻게 알았는지 "변소 지으려고 모은 돈을 내 놓으라"고 다그쳤다.

그러나 스님은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화장실 지으려고 돈을 모은 게 있기는 하지만, 왜 가져가려고 하느냐"며 거절했다.

흉기 앞에서도 당당한 스님의 모습에 도둑은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당황한 도둑이 "돈을 내놓아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을 어찌할 수도 있다"고 협박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우화스님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당신이 화장실 지어줄거냐, 나는 절대 못준다."

"돈만 내놓으면 해치지 않겠다."

"그래도 못준다."

스님과 도둑은 밤새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보니 날이 밝았다.

스님에게서 돈을 받기는 힘들겠다고 판단한 도둑이 "스님처럼 지독한 사람은 내 처음 본다"면서 가려고 하자,

그때서야 우화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냥 돈을 줄 수는 없고, 빌려줄 수는 있다."

어안이 벙벙해진 도둑은 스님의 뜻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답했다.

"그러면 빌려주시오."

도둑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님은 아무 말 없이 해우소 불사를 위해 모은 돈을 내놓았다.

도둑은 "달랄 때는 안주고 빌려주는 것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스님에게 돈을 전해 받고는 되돌아갔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스님에게 돈을 빌려간 밤손님은 한동안 고민하다가 우화스님을 찾아와 "빌린 돈 갚으러 왔습니다. 받아주십시요" 라며 돈을 갚았다고 한다.

천진난만한 스님에게 감복을 받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천진도인' 우화스님의 성품을 잘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나주 다보사에 있는 스님 비문에는 이렇게 스님의 성품을 기록하고 있다.

"스님은 과묵하시고 단순 담백하시니 스님의 모습을 보는 이나 음성을 듣는 이가 누구나 마음에 편안함을 느끼게 하니 사람들은 모두 천진도인 스님 천진불(天眞佛)뵈러 간다고 하였다."

스님은 천성산 내원사 동국제일선원에서 조실 운봉(雲峰) 스님에게 우화당(雨華堂)이라는 법호를 받고 법제자가 되었다.

당대 선지식이었던 운봉스님은 우화스님이 다른 스님과 법거량을 하는 것을 보고,

"금일 도원(道元) 정상에 우화(雨華)가 만지(滿地)로다" 하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도원은 우화스님의 법명이다.

평소에도 참선공부을 소홀히 않던 우화스님은 운봉스님의 법제자가 된 후 더욱 매진하여 화두를 놓지 않았다.

이 같은 인연은 해방 후 나주 다보사에 주석할 때 제방선원의 수많은 납자들이 운집하는 근간이 되었다.

#우화스님(불교신문)




다보사는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 남쪽 기슭 일명 '다보사 골짜기'에 위치한다.

창건과 유래에 대해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661년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고려 1184년에 보조국사가 중창하였으며, 조선 1568년 서산대사가 삼창하였다고 전한다.

1910년 이후 한국불교가 탄압받던 시기에는 이 절이 전통적인 임제종의 법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악계인 고승인 인곡, 전강, 금오, 고암 스님등이 이곳에서 주석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우화스님이 30여년 동안 주석하여 많은 제자와 신도들을 교화하였고, 호남의 대표적인 선도량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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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참회자 | 작성시간 16.04.04 감사합니다 ()
  • 작성자문두환 | 작성시간 16.04.04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요
  • 작성자메따와 사띠 (조방) | 작성시간 16.04.05 나모 땃서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 삼붇닷서! 존귀하신분, 공양받아 마땅하신분, 바르게 깨달으신 그분께 귀의합니다. '' 글에 포함된 스티커
  • 작성자길상행 | 작성시간 16.04.05 감사합니다...
  • 작성자원행덕(오삼남) | 작성시간 16.04.0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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