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요!
다음 글은 학송스님의 "아이고 부처님"이란 책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학송스님
은 서울대 법대출신으로 오랫동안 교직에 계시다,60이 넘어 출가하신 분입니다.
창원에서 교직생활을 할 적 일이다. 닷새마다 장이 열리는 상남장터엔 곡물을 파
는 윤노파가 터줏대감처럼 분위기를 꽉잡고 있었다. 이따금 껄쭉한 음담패설
도 한 두 마디 섞어가며 고객을 곧잘 웃기는지라 밑도 끝도 없이 내뱉는 말도 가
히 밉지 않아서 그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 단골이 되었다.
- 중 략-
그런데 어느 날 윤노파는 나를 보자마자 장터 사람 다 들으랍시고 큰소리로 "아이
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요,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요." 라며 연신 외치
는 것이었다. 그 당연한 말씀을 새삼스럽게 왜 그러시나 싶어 내가 가만 있으니 윤
노파께서도 더 이상 반복 하시지 않고 됫박을 짚으시기에 내가 무슨 사연이 있으신
지 조용히 물어 보았다. 그러자 윤노파는 신이난 듯 됫박을 내려놓고 얘기 보따리
를 푸시는데 혼자 듣기 아까운 말씀이었다.
"내가 우리 계꾼들하고 강원도로 놀러 갔는기라, 어느 절인고 구경간다고 다들 버
스에서 내리는데 나는 다리가 아파서 절에 못 올라 간다하고 혼자 남았지. 그
런 데 혼자 있으니까 무슨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이런 산골 절에는 꼭 시주를 해야 하는 데... 어떻게 해서라도 올라가서 절에 시주
를 해야 할 터인데...' 사실은 내가 다리가 아픈게 아니고 한쪽 눈이 멀어서 울퉁불
퉁한 산길을 못 올라가는기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가 한쪽 눈이 당달인 줄 모르
는기라.
에라 기어서라도 가서 시주를 해야지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엉금엉금 더듬어서 기
어올라가는데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그냥 다리 아파 앉아 있는 양하고 보는 사람
이 없으면 또 더듬어서 올라가는데 힘들 때 마다 '이런 산골 절에는 꼭 시주를 해
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기라.
그런데 갑자기 물방울이 하나 눈에 똑 떨어지대, 아이고 비가 오나보다 하고-비
가 오면 땅이 질어져 기어가기가 힘이 드니까 걱정이 되어서- 하늘을 쳐다보니 맑
고 맑데....... 그런데 어어 이상타 눈이 보이는기라. 당달이 눈이 환하게 보이는기
라.
'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
아이고, 부처님 없다 소리 못하겠데!'
서둘러 엮어낸 사연에 가슴이 뭉클해 온다. 한쪽 눈이 청맹인지라 높낮이에 익숙하
지 못해서 굴곡이 심한 산길을 더듬어 갈 수밖에 없는 터라 그게 힘겨워서 다리
가 아프다고 핑게댔던 거다. 그 거짓스러움을 떨치고 작은 금액이나마 꼭 시주
를 해야겠다는 성스러운 마음을 일으켜 실천하려는 정성이 하늘에 닿아 제석천왕
을 울렸나보다. 관세음보살님의 보살핌이런가. 맑은 대낮에 물방울이 웬일인고!
가난한 산골 절에 꼭 보시를 해야겠다는 윤노파의 순박한 무주상 보시의 가피를 이
야기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