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서 살던 열대여섯 나이어린 사미니는 남쪽에 산다는 한 도인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듣습니다.
"그 도인 스님은 공부 안 하는 스님들을 몽둥이로 떡치듯 내려친다더라.
빛이 쏟아지듯 눈에서 광채가 나는데, 그 눈빛이 무서워서 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더라.
오대산에 있던 한 비구니 스님도 그 미친(?) 도인 곁에서 공부하고 있다더라.. "
그 무시무시한 도인스님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미니는 무서우면서도 한편 궁금합니다.
대체 어떤 모습을 한 스님일까?
몇 년 후, 어린 사미니는 해제법문을 들으러 남쪽의 한 절에 와 있습니다.
법문을 할 분은 다름 아닌 소문으로만 듣던 아주 무섭다는 도인스님!
사미니는 긴장을 하고 몇 일간 밤을 새우면서 정진했던 여러 사부 대중 틈에 앉아
있습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도인스님이 나타납니다. 큰 키에 가사장삼을 수하고
눈에 푸른 빛을 뿜어내며 법상에 앉은 도인스님은 듣던대로 한 손에 커다란 주장자를 잡고 있었습니다. 사미니는 오른손에 짚고 있는 주장자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러니까 저 주장자로 사람을 팬단 말이지.. ’‘ 하면서...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무서운 도인스님이 대중에게 ‘그동안 그대를 공부한 것을 내놓아라..’하고 말하는가 싶었는데.. 벌떡 일어나 대중을 향해 주장자를 내리치기 시작합니다.
소문대로 돌절구에 떡치듯 내려치는 것이었습니다. 주장자가 순식간에 부러져
나갔습니다.
아.. 그런데..
모두들 가만히 앉아 그 무수한 소낙비 세례를 맞고 있는데, 이 어린 사미니 하나만 벌떡 일어나 온 법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겁니다. 언제 자신에게 날아올지도 모를 그 주장자를 피해서 바쁘게 뛰어다녔던 것입니다.
사실은 그 도인스님에겐 어린 사미니가 안중에도 없는데, 그 주장자를 피해 달아났던 것이죠.
도인스님이 오른쪽에 있는 사람을 때리러 오면 왼쪽으로 달아나고 왼쪽으로 향하면 오른쪽으로 뛰어가고... 그러다가 다른 사람을 치는 매에 한쪽 발뒤꿈치를 맞고
맙니다.
아이쿠..
자신이 그 많은 매를 다 맞은 듯 소리를 지르며 주장자 끝이 스친 발뒤꿈치를 감싸 앉고 있는데, 법당문이 열립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성한 몸이 될 것 같지 않자 누군가 법당문을 열어제친 겁니다.
그런데 이때 제일 먼저 쏜살같이 달려나간 이는 매를 죽도록 맞았던 중진스님들이 아니라 바로 이 나이 어린 사미니였다고 합니다. 우루루 담을 향해 뛰어가던 대중들 가운데, 제일 먼저 담을 넘어 달아난 것도 물론 그 사미니였다는 군요.
오십여 년도 더 넘은 그 때의 일을 강릉 대성사에 계신 현각노스님께선 이렇게 전하셨습니다.
“나는 사실 큰스님(성철스님)께 매맞을 자격도 없었는데.. 그렇게 바쁘게 혼자 아주 자그마한 법당을 뛰어다녔어요.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우스웠겠는가.....”
(금강입문에서 성불까지 승진행님글 / 아비라 카페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