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화성학에서 병진행(병행5도,8도)을 금지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금
지하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5도나 8도는 모두 완전음정이지요? 즉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정이기 때문에 마치 그 음정을 동시에 울리게 되
면 그 속에 내용물이 없는 것처럼 즉 하나의 음을 치는 것처럼 들린다
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음정을 병행에서 반복하게 되면 사운드가 어
떻게 들립니까? 내용물이 없이 텅 빈 것처럼 들립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전통음악(즉 고전음악)은 주로 그 음악을 구성하는 악기군이 관현
악입니다. 혹은 하프시코드나 피아노 솔로의 곡들이었지요. 또한 음악
의 풍이 대부분 장중하거나 장엄한 종교음악풍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음악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병행5도나 8도같은 것이 연속적으로 진
행된다면 그 장중한 음악적 문맥에서 갑자기 빈곤한 사운드로 역전이 되
어버리는 것이겠지요? 이것은 음악적인 면으로 큰 낭패가 되었을 것임
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연속으로 병행5,8도를 화성학에서 금지한 것
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천하면서 드뷔시같은 사람의 시대에 이르러서
는 음악이 그렇게 장중하고 종교적인 색체를 풍기지 않게 되었으며 인상
적이고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펼치는 사운드를 창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드뷔시의 곡들을 보면 병행5도나 8도같은 것들이 심심치 않게 많
이 나옵니다. 오히려 드뷔시는 이런 음정의 공백상태를 아주 잘 활용하
여 묘한 느낌의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드뷔시의 음악에서 병진행
이 빠진다면 그것은 전혀 드뷔시답지 않은 음악이 될 것입니다.
재즈음악은 어떠합니까? 그것은 드뷔시당시보다 훨씬 더 많이 자유분
방해졌으며 작곡가나 연주가의 개성이 한껏 드러나는 음악입니다.재즈화
성학이라는 것은 재즈음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음악적인 것
들을 표준처럼 취급하여 체계화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재즈
화성학에서는 옛날의 고전음악에서처럼 장엄하고 장중한 맛을 살리기 위
하여 병행5,8도를 금지시켜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잘 이해
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열심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