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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도 합격수기(라기보다는 수험을 돌아보며 적는 글)

작성자황수염|작성시간25.09.08|조회수9,566 목록 댓글 123

이번에 적는 글은 공부 방법에 대한 내용보다는 스스로가 수험생활을 돌아보는 일종의 일기에 가까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6년 이상 공부하던 시간을 짚어보는 속에서 혹 읽으시는 분들이 공감하시거나 반면교사로 삼으실 수 있는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글을 한 번 올려봅니다.

 

미리 주의를 드리자면 TMI가 굉장히 많을 수 있으며, 구체적인 공부 방법 및 계획에 대한 내용은 그리 포함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18.01~2018.06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마칠 때쯤, 이제 3학년이 끝나가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그간 고민을 너무 안 하였기에 자괴감도 들고 굉장히 초조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조금 늦게 들어갔던지라 벌써 27세가 되어버리고 이래저래 쫓기는 기분이었죠. 주변 친구드 중 로스쿨 지망생이 상당히 많았는데 저는 법 공부가 그리 적성도 아닌 것 같고 리트 시험이 도저히 저랑 맞지가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로스쿨은 접었고, 때마침 CPA 합격 인원이 증원된다며 학원에서 CPA 홍보가 한참인 시점이었습니다. 어차피 사기업 취업을 하기에는 스펙도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도 뭔가 시험 준비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였기에 '그래 일단 CPA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일본 생활 말기에 김현식T의 회계원리 및 중급회계 극초반을 수강하였습니다. 

 

 그리고 3월에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 돌이켜 보면 참으로 대책없게도 학교 다니면서 여름까지 기본강의 다 듣자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1,2차 과목 구성 등의 기초적인 리서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그냥 '기본강의만 일단 들으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지극히 안이한 생각으로 진입한 만큼 당연히 해당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4-1을 수험 외적인 관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냈지만 결국 수험의 측면에서는 중급회계도 제대로 완강하지 못 하고 해당 시기가 끝났습니다. 

 

2018.07~2019.02

 가을기본종합반에 들어가서 한 1주일 정도는 그런대로 진도를 맞추고 학원에서 짜준 조원분들과 인사도 하며 나름대로 희망차게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해 정리가 안 되어 있었으며, 중급회계 초반부를 지나자 서서히 공부량이 증가하면서 '내가 지금 이걸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면서 결국 약 1주일 이상 학원을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 중앙도서관에 가서 그냥 소설책이라도 읽으며 현실도피를 하는 와중 진도는 밀리는 그런 상황. 

 

 결국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서 당시 종합반 담임 선생님이었던 심유식t에게 상담을 하자 '솔직히 이 시점에서 1차를 합격하기는 어렵다. 일단 회계/세법만 공부해서 일정 점수 이상(정확한 점수는 기억이 안 남) 받아 보고 나머지는 기본 강의만 완강하자'라는 목표를 제시해주었고 일단 그 말씀에 편승하여 회계/세법만 객관식 문제를 풒며(그마저도 회계학 중 재무회계만 풀었던 것 같습니다) 2019 1차를 응시하고 총점 200점이 나왔습니다. 올림픽 응시였던 셈이죠.

 

 돌이켜 보면 각오와 리서치가 전부 부족했던 것이 이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을 기본종합반은 통상 1월 또는 늦어도 3월에 시작하는 기본 과정을 7월에 시작하고 바로 객관식으로 들어가는, 정말 따라가기 버거운 종합반 커리큘럼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심유식t는 그래도 최대한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셨지만, 첫 날에 직접 들어오신 김현식t는 딱 첫 날에 '여기 있는 사람 다 1차 떨어진다. 그렇다고 6개월 노력하고 포기하는 건 바보', '이 중 많이 줘서 2명 1차 합격'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그게 진짜 현실이었던 셈입니다. 

 

 근본적으로 시험에 임하는 각오가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어떤 조언을 들어도 다 도피의 핑계로 소모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일례로 심유식T의 '주말마다 반드시 쉬는 타임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씀은 '그 외 시간에 눈코뜰새 없이 공부한다는 전제에서 휴식하는 시간도 필요하다'였는데 저는 '주말에는 평일에 어떻게 공부했건 쉰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며 라이트노벨 등을 엄청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수동적으로 기본강의를 대체적으로 완강'만'하고 아무런 복습도 하지 않으며 제대로 1차 시험에 도전도 하지 않은, 그런 상태로 2019년 1차를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2019.03~2020.02

 수험생활 전체에서 가장 후회되는 시기를 하나 꼽으라면 이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수험생으로서의 각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으며, 그 전에 1차 시험에 '제대로' 응시한 경험치가 없다 보니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부를 어떤 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시험은 스스로 올림픽이라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험을 보았다는 사실이 '제대로 된 경험치'가 되기 위해서는 1차 시험 합격의 절대 조건인 '막판 정리 및 스퍼트'를 찔끔이라도 경험해 보았어야 했는데 이를 경험하지 않고 도피하였으니 역시 어떠한 변화도 없이 나이만 1살 더 먹은 상태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결국 객관식에 대한 제대로 된 연습 및 이해도 없던 상황에서 상반기에 객기로 재무회계, 세법 등의 연습서 과목을 수강하였고 들을 때는 일부 이해가 되기도 하였지만 복습을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궁극적으로 별로 쌓인 것은 없었습니다. 특히 재무관리 연습서 강의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수준이었고, 거기에 중간에 딴짓하며 노는 경우도 많았어서 사실상 실력은 '전혀' 늘지 않는 수준으로 상반기를 보낸 것 같습니다.

 

 이후 여름 중 일본을 잠깐 다녀왔는데 여기서도 저의 잘못으로 금전적 사고가 발생해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반드시 열심히 공부하겠다'라고 다짐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점에서 우연히 로맨스판타지 웹소설, 웹툰 등에 빠져들면서 하반기는 학원에 가서도 웹소설로 도피하는 등의 악순환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11월인가, 어머니께서 '너 공부 똑바로 하는 거 맞아?'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학원에서도 어째 일찍 돌아오는데 방에 들어가면 공부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요. 아버지도 '요새 00이 공부 안 하지?'라고 묻고는 하신다고. 아마도 이 순간이 제가 정신을 차릴 마지막 기회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위축되고 걱정만 했을 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계속 악순환을 이어 갔습니다. 이 시절 들어가게 된 동호회 정모에도 참가하고 주말이라고 밤새 노는 등 시험의 스케줄과 저의 스케줄은 점점 따로 움직였죠. 그러다가 1월이 되고 어느 순간 '올해는 뭘 해 봤자 안 된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그렇게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실력이 안 된다면 과욕을 부리지 말고 객관식에 집중하자'라는 한 블로그의 글을 읽었는데 '이 글을 몇 달만 빨리 보았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1,2월은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느낌으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일례로 전국모의고사도 신청했었는데 마침 어머니가 코로나 걱정하시는 걸 적절한 핑계로 가지 않았습니다. 문제집만 받았는데 그것도 안 풀었습니다. 

 

 특히 시험 직전일의 그 자괴감을 잊을 수가 없네요. 시험장에 가는 길에 아버지가 '인생 길고 급할 것이 없다'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아마 제가 이번에 안 될 것을 아시기에 그래도 다음에는 잘 하리라 믿으시며 하신 말씀이라고, 수 년 후에 깨닫게 되더라고요. 결국 그 해에는 총점 234.5, 세법 과락이라는, 올림픽 이후 1년 더 공부하였다고 볼 수가 없는 성적을 받았습니다.  참 씁쓸하과 비참한 기분이었네요.

 

2020.03~2021.02

 1차 시험 합격에 필요한 것은 평소의 정리 및 그를 기반으로 한 1월 정도부터의 막판 스퍼트, 또한 상법/경영학 등의 과목 역시 단기적으로 빠르게 보기 위해서는 평시에 다져 놓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저는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걸 하지 못 하므로 합격자 평균에 비해서 그걸 빨리 해놓아야 한다는 것 등을 실패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3월에 어머니가 '솔직히 너가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라고 가볍게 말씀하셨는데 그게 사실이었으므로 인정하고 이번에는 열심히, 아니 열심히라기보다도 다른 수험생들이 하는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벌써 약 1.5년을 날려버렸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의 한심한 실력을 겸허히 인정하고 일단 연습서 공부를 하지는 않고 객관식 교재를 돌린다거나 재시생 상법 강의 등을 수강하며 전술한 블로그에서의 충고처럼 기본을 다지는 데 집중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여전히 정모도 나가고 웹소설도 보고 하며 놀 건 다 놀았지만 그럼에도 공부를 아예 놓거나 하는 일은 없던 점에서 작년과는 달라지긴 했죠.

 

 그리고 12월 경에 들어서며 '이번에는 적어도 포기하지는 않는다'라는 원칙은 확고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막판 정리 및 스퍼트를 지난 2번의 1차 동안 해 봤었는데 뒤늦게 하려니 후회도 들었고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작년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작년에 샀던 전국모의고사도 이 때가 되서야 다 풀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막 200점대 나와서 좌절도 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는 320~330점대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작년의 저는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1차에 다시 도전하여 총점 363.5점이 나왔으며 당시 컷인 368.5점에서 한 2문제 정도 부족한 점수였습니다. 정부회계에서 예상보다 많이 틀린 게 가장 큰 패인이라 보는데 공부를 솔직하게 당시 메타에는 좀 부족한 것 같던 김현식t 교재에만 의존한 것 같기도 하고... 뭐 아쉬운 걸 찾으려면 끝이 없겠죠. 

 

 그럼에도 어느 정도 희망이 보였다는 점에서 분명 발전이 있던 한 해였습니다. 이 때 상당히 지쳤는지 시험이 끝나고 바로 편도선염에 걸렸던 기억도 나네요. 

 

2021.03~2022.02

 직전 사이클과 정말 별 차이 없이 보냈습니다. 사실 1차에서 합격에 근접한 점수를 내고 '실질적' 재시생이 되었다면 최소한 상반기에서 여름에는 연습서를 돌리면서 2차 실력을 다져야 했지만 사람의 습관은 쉽게 극복되는 것이 아니며 열정 역시 쉽게 타오르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여전히 재미있는 애니나 웹툰 나오면 주말에 그거 본다고 허송하기도 하고... 침착맨이 유튜브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추천해서 주말 하루 웹툰 정주행한다고 날린 것과 같은 일화들이 떠오르네요.

 

 한 12월이었을까요? 어머니도 제가 '작년에 비해 루즈해보인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작년의 경험을 통해 1차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피부로 체득은 하고 있었기에 막판에 정리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하다가 도저히 안 되면 하끝 등의 정리 교재도 사용해 보고 학원 3사별 모의고사도 구입해서 풀어보며 막판에는 그런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시험날. 점수가 398점. 평시 합격컷이 370~380선에서 형성되므로 당연히 합격했다고 생각하며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정말 기뻐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발표일에 확인해 보니 커트가 396점. 합격은 했는데 정말 턱걸이로 합격한 거였더라고요. 결국 작년과 실력적으로 발전한 건 없는 건데, 막판에 찍은 그 한 문제가 맞아서 합격한 셈입니다. 제가 당시 1차 약 1개월여 전에 투병생활을 하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할머니가 하늘에서 도와주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결국 1차 합격이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동시에 이번 해는 어머니의 말대로 루즈하게 보내며 실력을 완벽히 다지지는 못한 정도의, 즉 합격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있지만 동시에 2차까지 장기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큰 발전은 없던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추후 기나긴 2차 응시의 터널로 가는 암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03~2022.06

 아무튼 1차 시험에 합격하였으므로 굉장히 풀린 상태로 3월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인터넷 글을 보니 열심히 하는 분들은 길어봤자 3일 정도 쉬고 바로 공부에 돌입한다고 하였고, 그렇다면 여러모로 뒤늦은 데다가 빠르게 실력이 늘지 않는 저는 당연히 그리 해야 하였지만 1차 붙었다고 자꾸 놀고 싶어지더라고요. 故김종길t의 말처럼 노는 것에도 탄력이 붙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4월초에는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으나 정말 귀신같이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1주일 더 침대에 누워서 당시 유행하던 스파이 패밀리나 비스크돌 같은 애니메이션들 보던 기억이 나네요.

 

 2차 기간이 아무 길게 쳐봐도 4개월 좀 안 되는 정도인데 이전에 연습서 1회독도 제대로 안 한 상태에서 1.5개월 가량을 낭비해버리니 그냥 객관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걸 알기에 공부에 의욕이 안 생기고, 회원재 3과목만 가져가기로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연습서 1회독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시험 전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시험 전날 상당한 자괴감에 시달리며 웹툰으로 도피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험장 가서도 시험 직전까지 혼자 폰 하다가 재무관리는 1~2문제 통백 내고 뭐 그런 식으로 하다가 나왔습니다. 재무회계는 그래도 100점 환산시 50점대 초반은 나왔는데 원잼은 50점도 되지않은 성적을 받고 5유가 되었죠. 그래도 이 때까지는 부모님이 아직은 괜찮다고 하시던 시점이라 큰 위기감이 없었습니다.

 

2022.07~2023.02

 일단 다유생이 되었으므로 1차를 재응시하는 건 확정인 상황. 이 때 이전과 동일하게 과욕을 부리는 실수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김현식t에서 김기동t로 바꾸면서 김기동t 유예강의, 거기에 이영우t 유예강의에 도정환t 유예 회계감사 등 이것저것 다 들으려고 시도하였는데, 아무래도 독하게 많은 양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쉽지 않았던지라 잘 소화를 하지 못 하였습니다. 고잼은 완강도 다 못 하였고, 감사는 초반부 윤리기준의 성공비전전 같은 생기초를 제외하면 암기는 전혀 하지 않고 한 번 구경한 정도였죠. 

 

 그러다가 기억이 정확치는 않은데 12월 정도부터는 경경상을 들어간 것 같은데 이것도 뭔가 그렇게 매끄럽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았고 실제로 당시 1차가 꽤 어려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의 총점이 376점으로 기억되는데 통상 커트라인이 370~380에서 형성되었던 지라 부모님한테 '완벽하게 합격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는 취지의 말씀을 드리자 부모님의 반응이 제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공부도 오래 했는데 1차를 붙는데도 이렇게 버벅임이 있고 아무래도 나이도 많아지는 만큼 이제 시험 속행에 있어 신중해야 하지 않겠냐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신 부모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이,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방증하는 것 같아 충격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1차는 당시 컷이 약 351점으로 이례적으로 낮았던지라 무난하게 합격하였지만 이제 만으로도 빼박 30대고 진짜 장난이 아니라는 그런 막연한 감각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2023.03~2023.06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죠? 동호회 정모 참석이라던가 웹툰, 웹소설 등의 유혹에 1~2번씩 지면서 자기와의 타협을 하기 시작하고 결국 6월 초에도 웹소설을 보다가 밤을 새버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 '이번에도 결과가 안 좋겠구나' 하는 예감이 왔던 것 같습니다. 특히 4월 중 잠깐 극장에 다녀오려고 할 때 어머니가 '요새 너무 공부에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다'라고 걱정스럽게 말씀하실 때 싸늘한 예감이 스치더라고요.

 

 이번에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GS는 당연히 못 봤고 연습서 회세잼원 연습서 1회독도 아마 완벽히는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전연습이 부재한 상태로 시험장에 가니 작년보다는 성적이 올랐을지언정 결국 5유가 나오더라고요. 이 때가 또 감사원이 갑자기 개입하면서 총점제네 뭐네 시끄러웠던 시기였죠. 당시 원가회계가 57점이 나왔는데 이것만큼은 좀 아깝더라고요. 뭐 이것도 실력부족이지만요. 그래도 어느 정도 감사원 개입 탓을 할 수 있어서 일종의 '명예로운 죽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외 과목은 100점 환산시 높아 봤자 50대 중반, 낮은 건 40대 후반인 상황이라 그냥 실력 부족이지만요. 

 

 이 때만큼 시험 결과를 말씀드리기 힘이 든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아버지가 얼굴을 감싸시면서 탄식하시던 장면은 아마 평생 못 잊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머니가 이제는 포기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당시 저는 아직 취준의 엄혹함을 잘 알지 못 하기도 했고, 스스로가 공부를 안 해서 떨어졌으며 향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자각이 서는 단계이기도 해서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그 말의 무게를 한 말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무조건 2유는 받을 거고 그거 안 되면 다음 해에 포기하겠다는 정도의 말씀을 드리고 수험을 속행하였습니다. 

 

2023.07~2024.02

 저는 20년대 초부터 친한 학창시절 친구들과 매년 여름에 여행을 가는 것이 일종의 연례행사인데요. 이제 나이가 30대로 넘어오니 부모님한테서 용돈을 받는 것도 뭔가 찝찝하고 바로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조금 염려하셨지만, 아버지는 잠시라도 일을 하는 것이 멘탈에도 좋다고 지지해주셨죠. 그래서 7~8월은 풀타임, 9~12월은 파트 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소한의 용돈 및 수험비 일부를 벌고, 10월달에 오키나와로 가족여행을 가고 하면서 멘탈이 꽤 안정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뭐라도 수입이 있는 게 멘탈 안정에 좋더라고요. 물론 그 때문에 연습서를 그리 많이 보지는 못한 것 같은데, 어차피 공부는 9월부터 했고 이 때는 주말 파트로 일해서 크게 시간을 빼았긴 건 아니었고, 설령 아르바이트를 안 했다고 해도 유의미하게 공부를 더 하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주말은 딱 도정환T 감사 유예 강의를 듣는 것으로 정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12월 경부터 경경상도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는데 이 때는 1차를 워낙 많이 본 지라 철저히 효율성을 중심으로 계획을 짠 것 같습니다. 일단 경제를 김판기T에서 윤지훈T로 바꾸고 재시생 강의를 들은 건 꽤 잘한 선택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경계라 경제학 베이스가 있기도 했고 강의가 컴팩트한 게 좋았습니다. 다이어트에 비해 객관식 교재도 문제수가 훨씬 적었는데 그걸로도 충분하더라고요. 이외에도 경영학은 최중락T 파이널 교재만 반복적으로 본다던가, 상법은 기존 심유식T 강의노트를 보는 등 나름대로 플랜이 갖춰져 있어서 1차는 406.5점으로 무난히 합격하였습니다. 학교 고시반에 성적을 제출해서 커트 확인도 하였고 점수 자체가 안정적이라 멘탈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1차 결과 확인일도 까먹고 확인 안 하다가 나중에 알았을 정도였죠.

 

2024.03~2024.06

 이제 정말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글을 썼다고 해서 기존의 습관에서 극적으로 탈피하여 엄청나게 독하게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수험생들이 하는 것, 연습서를 그래도 1~2회독은 하고 GS도 최소한 1명 이상의 강사 건 풀어보는, 그런 기본적인 준비를 처음으로 제대로 하였습니다. 물론 김기동T GS 풀다가 너무 처참해서 포기한다던가 경우도 있긴 했는데 아무튼 끝까지 꾸역꾸역 하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서서히 넘어갈 시기. 이번에 다유가 나오면 지방이건 어디가 되었건 취업하자고 어머니랑 약속도 하고, 솔직히 성적이 그리 잘 나오지는 않고 있어서 스트레스도 좀 받으면서, 아무튼 전날까지 열심히 해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시험을 볼 때도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고, 가채점시도 세법을 제외하면 합격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법63, 원가회계61, 재무회계90으로 3과목을 진짜 초저공합을 하고, 재무관리는 56점으로 불합하였습니다. 여담으로 5월 중에 결국 감버를 하였는데 부모님한테 감사 응시하겠다고 말을 했던지라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감사 시험지만 멍하게 보고 왔었네요. 그냥 몇 개 끄적이니 4.7점인가 나왔는데 ㅋㅋ.... 굳이 왜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아무튼 이 때도 7월 초에 졸업요건을 맞춘 후 7월 중순~10월까지 아르바이트를 하였는데 근무처에서 2유가 나온 걸 확인하고 너무 기뻐서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험 지속에 회의적이었던 어머니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 운이 따르는 거다. 내년에 반드시 붙어야 한다'라며 푸쉬를 해주시더라고요. 

 

 진짜 운이 따랐던 것이, 재무회계는 한 88~90 예상했는데 김기동T 가답안과는 다르지만 기준서에서는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에 풀배가 들어왔고, 원가는 마지막 문제 서술을 갑자기 풀배를 주셔서 죽다 살아난... 진짜 조상님이 도와준 그런 느낌이었네요. 

 

2024.07~2025.06

 이제 2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동시에 그래도 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학교 애타를 보니 2유생이신데 9월부터 엄청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10회독 하신 분의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분을 선망하면서도 일단 9월에는 공부를 안 하였고, 알바 병행하면서 홍상연T 유예강의 완강하고 12월까지 고잼 완강하고 1~2월 중 권오상T 유예 강의를 듣는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일단 고잼 완강을 2월에 했을 정도로 또 계획이 밀렸습니다. 권오상T 강의는 막판에 3월 내에는 진도를 맞춰야 한다는 것에 급급하여 이해도 못 하면서 강의만 듣기도 하고... 초반에 허송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막판에 여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잼도 전수 3회독은 하려고 했는데 그 목표에 미치지 못 하였으며, 감사도 노약서를 충분히 암기하지 못 하였습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하면서 초반 학원간 것 및 잠시 스터디카페 간 기간 제외하면 100% 집공이었고 스터디도 한 번도 안 해 보았는데 감사는 시험 직전에 말터디 안 한 것이 후회되긴 하더라고요. 

 

 저유인 만큼 GS도 어지간한 강사님 건 다 풀어보았는데 저유생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성적이 그리 다 좋지 못 했습니다. 그나마 홍상연T GS가 후채를 해주는 데다가 아슬아슬하게나마 레드라인 안에는 들었어서 그나마 안심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도정환T GS 1회는 그 때가 5월인데 30점대 나왔습니다.... ㅋㅋㅋ...이후에도 50점대 넘게는 안 올라가더라고요. 

 

 솔직히 4월 이후에도 가끔 유혹에 져서 저녁 타임을 아예 날려버린다던가 하는 일이 종종 있긴 했습니다. 시험 직전에 감사 기준서 암기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은 스스로와 대면하였을 때 정말 후회가 크더라고요. 실제로 재무관리는 그래도 공부를 오래 해서 경험치가 있고 이영우T 고잼-  유예2순환(진도별 모의고사 10회) - 단기특강을 쭉 들었기에 '시험이 정말 어렵게 나오지 않으면 실전 대처 능력을 통해 60점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자신감은 있었는데, 감사는 진짜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시험장 가면 다 까먹을 것 같고... 실제로 시험장 가니 재무관리는 약간 실수도 했지만 그래도 건질 수 있는 문제들을 무난하게 잘 건지며 선방하였는데, 회계감사는 이번 2차 응시하신 분들 아시다시피 사례 파티고 아주... 심지어 점수 내려 준 것 같은 기준서 문제 일부에서도 햇갈리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아 이번 시험 진짜 망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시험장도 2년 전 더블 다유 받았던 그 시험장이었는데 '여기랑 나랑 뭔가 터가 안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리고 해당 기간 동안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미지정 공포'입니다. 아마 2023년도까지는 그런대로 빅펌에 취업을 잘 했던 것 같은데 이 때부터 미지정 이야기가 정말 심심찮게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아 몇 년만 빨리 정신 차리면 이런 꼴 안 보고 무사 취업했을 텐데'부터 시작해서 '어차피 나이 많으니 빅펌은 절대 안 될 거고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네요. 그때마다 'CPA 없는 나이 많은 취준생'보다는 'CPA라도 있는 나이 많은 취준생'이 훨씬 낫다 고 스스로를 다독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시험을 치고 돌아와서 부모님한테 '결과가 어떻건 이번으로 CPA는 끝을 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이나 거시적 환경도 그렇고, 올해 아주 만족스럽게 공부한 건 아닌데 더 한다고 더 스퍼트가 올라갈 것 같지도 않겠더라고요. 이미 시간도 너무 많이 지나서 더 이상 시간을 투입하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고요. 

 

2025.07~2025.09.03

 솔직히 큰 기대는 안 되었지만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 것도 아니고 혹시라도 붙으면 아무 것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클 것이기에 4대 법인 설명회를 다니고 주변 지인한테 이런저런 조언을 들으며 법인 입사 준비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법인 입사 준비생처럼 행동은 했습니다. 당시 모 법인의 파트너님께서 '혹시 합격할 수도 있는 것이니 지원은 반드시 하자'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삼일 설명회 티타임에서 만난 저년차 회계사님 및 이미 회계사 생활을 오래 하신 한 선배님이 면접스터디를 꼭 구하라고 조언해주셔서 7월 첫째 주 선에서 면접스터디도 구했습니다. 특히 작년에 입사하신 선배님의 말씀을 들으며 '아 법인 입사가 진짜 어렵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면접스터디를 가 보니 7월 첫째 주 정도 선이었는데 저를 제외하면 자소서를 다 적어놓았더라고요. 그 때도 '와 나 빼고 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죠. 면스 가서 나만 폐 끼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하고... 그럼에도 꾸역꾸역 자소서를 쓰고 면스를 해보면서도 알게 모르게 면접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에 대한 감이 잡혀나갔던 것 같습니다. 구성원 분들이 다 열의가 넘치셔서 정말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저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저보다 나이대가 많이 낮으신 데다 수험생활도 짧으신 걸 보며 제가 진짜 게으르게 살았구나 하는 반성도 하였고요.

 

 아무래도 자소서를 잘 못 쓴 것도 있을 것이고 나이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아 서류 통과한 곳이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그래도 한 곳에서는 불러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면접도 봣는데, 면접 자체가 너무 무난해서 이걸 통과했겠어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8월 후반. 어디서도 전화가 오지 않았고 삼일 자소서 탈락이 확정되면서 바로 알바를 구했죠. 그간 몇 개 지원한 인턴이나 은행도 서류에서 전부 떨어지고 준비하던 컴활 1급도 의욕이 나지 않아 답보 중인 상황. CPA 결과 나온 이후 CPA합하며 금공, CPA 불합하면 공무원 준비나 할까.. 정도로 생각을 하며 아르바이트에 적응하던 중이었는데..

 

 이 때 기적적으로 8월 말에 전화가 왔습니다. 추가합격이더라고요. 이후에 9/3 결과 발표까지 정말 수험 생활 중 역대 최고로 긴장하며 보냈는데 다행히 회계감사가 60.3점이 나와서 전과목 60 이상으로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24년도부터 재무회계 딱점합 도 그렇고 정말 결정적인 순간들에는 운이 따르더라고요. 아무튼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해피 엔딩으로 수험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어 매우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마무리

 조금 주마간산식으로 적었지만 돌이켜 봐도 아주 독하게 열심히 수험생활에 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튼 포기하지는 하지 않았고 문제점을 고치면서 느리게라도 나아갔기에 운을 잡아서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적이 아주 느리게, 하지만 공부할 때는 상승했다는 것도 다행이었고요. 그런데 만약 제가 떨어졌다면 그간의 나태함이 엄청난 후회가 되어 돌아왔을 만큼, 공부할 때는 역시 독하게 공부만 하는 것이 제일 같기도 하네요. 실제로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가서 다른 수험생분들과 이야기해보니 진짜 엄청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만약 제가 고시반에 다녔다면 자극을 받아서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요? 

 

 이 글은 아무래도 저의 수험생활을 한 번 돌아보고자 적은 글인데 이 글이 읽으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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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bcdef | 작성시간 26.03.31 ㄷㅅㅂ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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