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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극]"영순아 어디 가니?" 후기

작성자끼참이|작성시간11.07.02|조회수54 목록 댓글 2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연극 초대를 받았다. 솔직히 처음엔 거절할 수 없는 사이인지라 별로 탐탁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다대포에서 미리내 소극장이 있는 사직동까지 시간과 거리도 만만찮았고, 연극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보, 연극 보러 갈래?”하고 물으니 기다렸다는 듯 "아, 예! 갑시다.” 했다. 얼마 전 십 년을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전시회와 공연관람으로 소일하는 아내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나 보았다.

공연 세 시간을 앞두고 근무처 근처로 찾아 온 아내를 태우고 사직동을 향했다. 이른 퇴근 때문인지 체증 없이 시원스레 달려 도착한 곳은 사직동의 유명한 해물탕집! 둘이서 푸짐한 상을 받아 여유 있게 식사를 마치고, 미리내 소극장에 도착하니 지인 J가 반갑게 맞이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다. 젊은 날에는 아내와 영화를 함께 보는 날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초대권이 생겨도 영화나 연극관람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고, 아내는 친구나 딸내미 아니면 혼자 보러 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그러니 오늘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왠지 쑥스럽고 약간은 가슴 설렘이 있었다.

드디어 불이 꺼지고 “영순아...영순아...”하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와 함께 극이 시작되고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가 등장했다. “여기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지대라는 해설을 곁들이면서 이 이야기는 자살을 소재로 한 극임을 강조했다. 주인공 영순이는 일 년 365일 술에 취해 살아가는 아버지, 그리고 병든 어머니 사이에서 유년을 보내며 늘 천사가 되어 어머니의 병을 고쳐 주는 상상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나타난 약장수가 만병통치약을 파는 것을 보고, 그를 찾아가 죽는 약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가 약장수의 보조가 되었고, 떠돌아다니는 세상에 재미를 느낀다. 어린 아이에서 여자로 변신해가는 영순이를 보면서 욕정을 느낀 약장수의 집요한 성적인 요구에 수치심을 느낀 영순은 약장수로부터 탈출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약장수는 제일 친하다는 친구로부터 돈을 몽땅 떼이고 자살을 감행한다. 영순이와 동반자살을 요구했지만, 영순은 기지를 발휘하여 붙잡고 늘어지는 약장수를 뿌리치고 죽음으로부터 도망친다.

조그만 보세공장의 경리겸 비서로 새 삶을 꾸려가던 영순이는 공장이 부도나자 사장의 내연녀라는 누명으로 덮어 쓴 채 자살을 감행한다. (천사가 된다는 꿈을 안고..) 하지만 전치 20주의 중상으로 입원하게 되었고, 김대리가 청혼을 해와 결혼했다. 약장수의 환영에 괴로워하는 영순을 결혼 석 달도 안 돼 도박에 빠진 남편은 구타를 일삼는다. 집을 나온 영순은 재미교포로 위장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지만 언젠가는 탄로 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술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큰 돈을 미끼로 자살을 유도하는 자들로부터 기획된 자살극이 결국 영순의 마지막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30분도 지루할 것 같았던 연극이 70분이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왜 일까? 그것도 혼자서 여러 사람의 역할을 하는 일인 극인데도...

그것은 관객과 호흡을 같이하고 표정 하나에서 몸짓 하나까지 혼을 싣는 배우의 연기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 연극을 보면서 왜 이런 극을 자주 접하지 못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 공연 관람을 계기로 앞으로 자주 연극을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모처럼의 데이트에 흡족했는지 아내는 고향친구가 선물로 준 오디 주를 꺼내 권한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무사히 넘어가기 힘들 것 같으니 단단히 각오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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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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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ace25 | 작성시간 11.07.05 어머나 두근두근한 후기네요
    보는 저조차도 행복해지니..꺅꺅~ 후기 감사합니다♡
  • 작성자빨강바지 | 작성시간 11.07.07 후기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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