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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이야기

수은 이홍조 안동입향조의 흥고유허지를 소산 이광정이 찾아가다.

작성자해은 이대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15 목록 댓글 0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산 이상정의 아우 소산 이광정 문집에 나오는 고조이신 수은공 이홍조의 흥고관련 짧은 한시입니다.

사실 이 짧은 한시에도 엄청난 뜻들이 들어 있으니 그래서 우리는 대학자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나름 번역해 풀어보니 이러합니다.


수은공의 은거 의지와 절구
​高祖睡隱公。晩欲藏修於興皋。有絶句。
고조부수은공。만욕장수어흥고。유절구。
고조부 수은공께서 만년에 흥고(興皋)에 숨어 학문을 닦고자 하셨는데, 절구(絶句)가 있었다.
​山色杯中落。泉聲席下鳴。
산색배중락。천성석하명。
산 빛은 술잔 속에 떨어지고, 샘물 소리는 자리 아래서 울리네.
​他年圖畫裏。難寫故人情。
타년도화리。난사고인정。
훗날 그림으로 그린들, 옛사람의 정취를 그려내기 어렵겠구나.



유허의 방치와 정비 과정
​後孫遠在。一區遺墟。埋沒於草莽中。
후손원재。일구유허。매몰어초망중。
후손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한 구역의 옛터가 풀숲 속에 묻혀 있었다.
​壬辰正月。家兄往與彼中士友。築壇種松。
임진정월。가형왕여피중사우。축단종송。
임진년 정월에 가형(家兄)께서 가서 그곳의 선비들과 함께 단을 쌓고 소나무를 심었으며,
​仍料理數間屋子。有唱酬之什。
잉요리수간옥자。유창수지십。
이어 서너 칸의 집을 정돈하니, 서로 주고받은 시들이 있었다.



선생의 찬탄
​眼碧千仞影。心淸漱玉鳴。
안벽천인영。심청수옥명。
눈에 비친 천 길 푸른 절벽의 그림자, 마음 맑게 옥을 씻는 샘물 소리 울리네.
​先生六十化。康樂有餘情。
선생육십화。강락유여정。
선생님께서 예순에 세상을 떠나셨어도, 강락(자연의 즐거움) 같은 남은 정취가 있구나.

여기까지가 내용이지만 이것을 풀이하지 않으면 아무런 감흥도 의미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한시는 사실 소산 이광정 선생의 문집에 기록된 수은 이홍조 공의 유허(遺墟) 관련 글로 단순히 옛터를 정비했다는 사실을 넘어, 가문의 정신적 뿌리를 확인하고 선조의 풍류를 계승하려는 후손들의 치열한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1. ‘흥고(興皋)’에서의 은거와 산수(山水)의 의미
​山色杯中落。泉聲席下鳴。
(산 빛은 술잔 속에 떨어지고, 샘물 소리는 자리 아래서 울리네)


​이 구절은 수은 공의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자연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산 빛이 술잔에 담기고 샘물 소리가 내 곁에서 울린다는 것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어 일상 속에서 도(道)를 체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소산 선생이 이 절구를 인용한 것은 수은 공께서 안동 입향 후 겪으셨을 고난 속에서도 지켰던 내면의 평온과 풍류를 후손들이 잊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2. ‘유허(遺墟)’의 매몰과 ‘창수(唱酬)’의 복원
​一區遺墟。埋沒於草莽中。
(한 구역의 옛터가 풀숲 속에 묻혀 있었다)
​여기서 '초망(草莽, 풀숲)'은 세월의 무상함과 가문의 시련을 상징합니다.


이를 임진년에 가형(家兄)이 선비들과 함께 '단을 쌓고 소나무를 심어' 정비했다는 것은 단순히 집을 수리한 것이 아니라, **가문의 정신적 지표를 다시 세우는 의례(Ritual)**였습니다.


​'창수(唱酬)'는 시를 주고받는 행위로, 단순히 글자 유희가 아닙니다. 선조의 정신이 깃든 공간에서 후손과 당대의 지인들이 시를 읊으며 선조의 가르침을 공유하고 가문의 결속을 다지는 공동체적 소통을 의미합니다.


​3. ‘강락(康樂)’에 담긴 심화된 찬미
​先生六十化。康樂有餘情。
(선생님 예순에 세상을 떠나셨어도, 강락의 남은 정취가 있구나)


​'강락'은 중국 육조 시대의 대시인 사영운을 뜻합니다. 그는 산수 시(山水詩)의 개조로 불리는데, 소산 선생은 수은 공을 사영운에 비유하였습니다.


​수은 공은 단순히 현감을 지낸 관료가 아니라, **산수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예순의 삶을 마친 '도학적 풍류학자가'**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자는 물을 즐기고 어진 자는 산을 즐긴다)"의 경지에 수은 공이 도달했음을, 후손으로서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것입니다.


​4. 소산 이광정 선생의 관점
​소산 선생은 1714~1789년이라는 시대에 사셨던 분으로, 이 글을 쓸 당시 가문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선조들의 기록을 발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하셨습니다.


2026년 6월7일 소산이광정 문집의 한시를 족손 해은 이대원이 번역하여 글로 남겨둔다.

저작권은 해은이대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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