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네 개 전시실에 걸린 작품 속에 담긴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전시를 안내하던 기혜경 학예연구사가 퀴즈를 낸다. 18일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근대의 꿈: 아이들의 초상'전은 온통 아이들 천지다. 1930년대 초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우리 화가들이 그린 아이 그림 119점을 모았다. 한 작품에 2명씩만 쳐도 200명이 넘는 아이 이미지가 등장한다. 20세기 한국 회화사에 등장한 어린이의 모습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으니 흥미롭다.
첫번째 전시실은 '향토의 아이들'이다. 치마 저고리 차림에 농촌에서 일하며 크는 아이들이 주 소재다. 젖먹이 동생을 업고 새참을 이고 가는 소녀 모습을 담은 운보 김기창의 1934년 작 '가을'은 30년대 한국 어린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을 해도 밥을 굶어야 하는 아이의 슬픔이 최재덕의 40년 작 '농가'에 비친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고 전쟁이 할퀴고 간 이 땅에서 그래도 자라야 하는 아이들의 처연함을 담은 '남겨진 아이들' 전시실은 전반적으로 잿빛 색채를 띠고 있다. 이수억의 '구두닦이 소년'이나 김영덕의 '전장의 아이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아이들 얼굴이 절박하게 드러난다.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는 말 그대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천국이 이어진다. 벌거벗은 민둥머리 아이들을 뒤엉켜 그리길 좋아한 이중섭의 은지화, 아이들 일상을 잘 기록한 박상옥과 양달석의 유채화, 전통민화의 풍자 세계를 연상시키는 둥글둥글한 아이 얼굴의 최영림 토분 그림 등이 활짝 웃는 아이 세상으로 관람객을 데려간다.
근대 어린이 잡지인 '붉은 저고리'의 1913년 창간호와 '소년', '아이들보이' 등 어린이 관련 희귀자료가 함께 나왔다. 전시는 7월30일까지. 일반 3000원, 학생 1500원. 02-2022-0612
나는 누구일까’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을 벽돌담에 대비해 표현한 송용씨의 1971년 작 ‘벽’

싸우는 두 아이와 말리는 어머니 모습을 빌려 한국전쟁을 상징한 심죽자씨의 1953년 작 ‘어머니와 두 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