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성환희 동시집, 『궁금한 길』| 중에서
소풍
/ 성환희
천천히 가라
넘어진다
아빠가 말합니다
등 뒤에서
얘야, 조심해라
할머니가 말합니다
아빠한테
쉬엄쉬엄 가세요
어머니
엄마가 말합니다
할머니께
―「소픙」전문 ㅡ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소풍’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즐거운 소풍이어야 하며 그 소풍은 가족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란, 가장 원초적인 관계이지요.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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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
/ 성환희
농협 입구 화단 앞
오늘도 어김없이
뱀들이 출몰했다
쉬익 쉭
혀를 낼름거린다
내 코를 노리고 있다
나는, 손가락으로 코를 꽉 쥐고 뛴다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도
길 건너 골목길에도
뱀들이 우글거린다
거리에
금연표지판 가로수를 심으면 좋겠다
마음 놓고 숨 좀 쉬고 싶다
―「담배 연기」전문 ㅡ
학교 가는 길 담배를 피며 직장으로 출근하는 어른들을 만나는 일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얼굴을 찡그린 채 코를 막고 숨을 멈추고 냅다 뛰어야 하는 일을 경험한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이 동시에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하는 행위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큰 괴로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입니다.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성환희씨의 첫 번째 동시집 「궁금한 길」(푸른사상, 96쪽)이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됐다.
성 시인이 11년 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만난 사람과 사물과의 아름다운 인연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소소한 체험에서 얻은 깨달음과 상상력이 돋보이며 총 58편의 시 전반에는 시인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인식이 묻어져 나온다. 특히 작가의 첫 독자인 딸 이아람 양이 시화를 맡아 함께 동시집을 엮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
성시인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데 선정이 돼서 너무 기쁘다”며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성환희씨는 경남 거창군 출신으로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