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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의 시] 148호- 단발머리 소녀들(강우성)

작성자신미희|작성시간23.11.06|조회수24 목록 댓글 0

단발머리 소녀들

 

강우성(통영 제석초)

 

2학기가 시작되면서 체육 시간에 여진이가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났다. 딱히 이쁘다, 별로다고 말을 해 주진 않았다. 자신감에 찬 모습보다는 곁눈질로 자꾸만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를 써 왔다.

 

환상과 현실

옥여진(통영 제석초 6년)

 

예쁜 단발머리 아이들을 보고

단발병에 걸려서 미용실에 갔다.

 

싹둑싹둑….

 

미용사 언니의 손길을 거쳐

다시 태어날 나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거울을 봤더니

웬 몽실언니가 서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싶다.

(2023. 9. 13.)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면서 6학년 아이들이 부쩍 머리를 짧게 많이 잘랐다. 수학여행도 1학기에 다녀왔고, 남자친구랑 방학 동안 헤어진 아이도 있었고, 새롭게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TV 드라마에 단발머리 여주인공의 영향도 컸다. ‘단발병’에 걸린 여진이도 친구들처럼 이쁜 단발이 나올 거란 기대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상상보다는 별로였다. 곱슬머리이기도 하고 머리 모양이 마음에 안 든 것이다. 몽실언니같이 촌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보고 한숨부터 나온다.

 

수학책

옥여진(통영 제석초 6년)

 

멀쩡한 달력을 왜 찢어버리는 건데?

소금물 농도 구해서 뭐 할 건데?

쌓기나무로 뭘 할 건데?

누가 더 많이 달렸는지를 왜 나한테 묻는 건데?

연수가 먹은 음식 칼리로를 왜 알아야 하는데?

 

넌 정말 문제는 많고 답은 없구나.

(2023. 9. 20.)

 

여진이는 욕심이 많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학원에 바로 가서 공부한다. 2학기가 되어 중학교 진학 준비를 해야 하니 고민과 걱정이 많다. 공부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말이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자기 생각만큼 성적이 안 올라 속상하기도 하다. 그런 마음을 수학책에 담았다. 고등학교 때 미적분을 실제 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것처럼 초등학생 역시, 소금물의 농도나, 칼로리 계산을 굳이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초등학교 서술형 문제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의 달리기 시합도 마찬가지다. 물론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문제는 많고 답은 없다.’는 푸념이라도 늘어놓을 방법으로 시로 택했다는 게 대견하다.

 

여진이는 9월을 끝으로 동아리에서 나갔다. 학원 다니는 시간이 겹치고 공부에 더 집중하고 싶단다. 별말 없이 그러라고 했지만 내심 아쉽다. 이제 여진이의 탈출구는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엄마, 화났어?

한서우(통영 제석초 4년)

 

엄마가 머리 말려주면

원래 수다 떠는데

 

한참 동안 말이 없다.

그래서 내가 자꾸 하는 말

 

- 엄마, 화났어?

- 아니, 안 났는데?

 

계속 엄마 화났냐고 물으니

 

- 안 났다니까!

 

이런, 엄마가 진짜 화났다!

(2023.7.20.)

서우가 씻고 나면 엄마가 머리를 말려주는데 예전과 달리 말이 없었다고 한다. 원래 사람이 말이 없어지면 화났거나, 속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우가 엄마에게 ‘화났냐?’고 자꾸만 물으니 엄마가 진짜로 화가 났다는 재미있는 시이다. 어른들이 어린애들에게 장난칠 때 많이 쓰는 수법인데 서우가 엄마에게 쓰고 있다. 물론, 서우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고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만 엄마는 자꾸만 화났느냐고 물어보는 서우에게 짜증이 난 것이다. 참. 서우도 2학기에 단발로 머리를 잘랐다.

 

자리 바꾸는 날

한서우(통영 제석초 4년)

 

원하는데 앉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는데

앉기 싫었던 자리

15번이 나와버렸네!

 

선생님이 컴퓨터에 있는
내 이름을 만지작만지작

“어? 바꿔주시나?”

했는데 더 뒤로 옮기셨다.

 

아!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채윤이는

“왜 하필 한서우야?” 라며

구시렁구시렁

(2023. 10. 4.)

 

반에서 자리 바꾸기를 자주 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데 이번 자리바꾸기에는 원하지 않는 자리가 정해졌다. 담임 선생님은 공정성(?)을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바꾸는데 선생님이 다음 순서를 준비하면서 조금 뜸을 들이신 모양이다. 그래도 서우 눈에는 자기 자리를 바꿔주시는가 싶어서 기대했는데 그대로 다음 순번으로 넘어간다. 새로운 짝이 된 친구 역시 서우랑 앉기 싫어서 구시렁거린다. 서우의 마음도 모르고 말이다. 짝 바꾸기에 대한 기대와 원하지 않는 자리에 걸린 실망, 혹시나 다시 자리를 바꾸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다시 원하지 않는 자리와 짝지가 정해진 것에 대한 실망이 반복되는 재미있는 시이다.

 

시장의 추억

한서우(통영 제석초 4년)

 

엄마 손잡고

수산 시장 가면

 

“이것 좀 무라.”

 

단골 멸치가게 아줌마가

건네주시는 마른 멸치 서너 개

 

너무나 맛있어서

아주 조금씩 아껴먹으면

 

엄마가 한 봉지째 사주시던

바삭바삭 짭조름한 마른 멸치

(2023.10.11.)

 

통영에 수산 시장에 가면 관광객들과 손님을 위해 맛보기로 여러 가지 음식을 나눠준다. 마트 시식 코너처럼. 그렇게 한 바퀴를 잘 돌고 나면 배가 부를 만큼 인심도 좋다. 서우도 엄마랑 함께 수산 시장에 따라갔는데 단골 가게 건어물 아줌마가 멸치 몇 개를 건네준다. 맛있어서 먹고 있던 서우를 보던 엄마가 한 봉지를 사준다. 서우는 마른 멸치를 얻게 되고 건어물 가게 아줌마도 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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