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년 단종 1년 2월 19일 우의정 정분께서 공사를 담당한, 선왕의 능묘인 현릉의 떼(잔디)가 무너져 내려 모든 책임은 총감독인 자신에게 있으니.다른 관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마시고, 나라의 법도를 엄격히 세우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우의정 직책을 거두어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하는 상소문입니다.
辭右議政疏 [癸酉]
우의정직을 사직하는 소장 [계유년]
臣於前月二十七日
신이 지난달 스물일곱 날에
始患疾
비로소 병을 얻어
伏枕呻吟
자리에 누워 신음하다가
今月初十日
이달 초열흘날에 이르러
聞顯陵陵上莎土頹圯
현릉 능상의 떼가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사옵니다.
驚惶失措
경황실조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病不能起
병이 깊어 능히 일어나지 못하였고
未得親達情由
친히 나아가 사정을 아뢰지 못하였으니
俯伏待罪
이에 엎드려 죄를 기다릴 뿐이옵니다.
有旨勿問
성상의 전지가 내려와 묻지 말라 하시고
只令攸司推劾郞吏
다만 담당 관서로 하여금 낭청과 관리들을 국문하여 탄핵하게 하시니
臣尤切悚兢
신은 더욱 간절히 송구하고 두려울 뿐이옵니다.
先王奄爾賓天
선왕께서 문득 세상을 떠나시고
主上幼沖
주상전하께서는 나이가 어리시어
擧國臣民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이
遑遑奔走
황황히 분주히 움직였사옵니다.
臣以提調
신이 대조(提調)의 직책으로서
參掌山陵諸事
산릉의 모든 일에 참여하고 주관하며
黽勉供職
힘써 직무를 받들었사옵니다.
第以陵所未定
다만 능지가 아직 정해지지 못하여
至七月二十五日
7월 25일에 이르러서야
乃得始役
이에 비로소 역사를 시작하였사옵니다.
霖潦不止
장마비가 그치지 아니하여
日月有進
날짜는 자꾸만 흘러가는데
凡千工役
무릇 수많은 공역은
未易卒辦
쉽게 끝내기 어려웠사옵니다.
然竭盡心力
그러나 심력을 다하고 다하여
石室內外之制
석실 안팎의 제도를
堅緻牢固
견고하고도 치밀하게 하여
誠無憾焉
진실로 유감이 없도록 하였사옵니다.
大臣與兩大君
대신들과 두 대군께서도
實同監掌
실로 함께 감독하고 주관하시어
身親見之
몸소 친히 그것을 보셨사옵니다.
至於陵上覆土
능 위에 흙을 덮음에 이르러서는
尤恐有欠
더욱 흠결이 있을까 두려워하여
自九月初一日下玄宮後
9월 초하루 현궁을 다스린 이래로
至二十四日
스물네 날에 이르기까지
臣與一二提調董工
신이 한두 대조와 함께 공사를 독려하며
擇丁壯
장정을 선발하고
分番更力
번을 나누어 교대로 힘을 쏟게 하였사옵니다.
而築以鐵錐
그리하여 철추로 다지며
試其堅否
그 단단하고 무른 여부를 시험한
然後以次登築
그러한 후에야 차례로 올라가 쌓았사옵니다.
晝夜無所擇
낮과 밤을 가리지 아니하였고
寢食有所廢
잠자고 먹는 것조차 폐하기도 하였으니
人或以爲過擧
사람들은 혹 지나친 일이라 여기기도 하였으나
天地鬼神
천지신명께서도
昭昭乎上
위에서 밝게 굽어보고 계시옵고
下至役徒
아래로 부역하던 무리들에 이르기까지
無不知之
알지 못하는 이가 없었사옵니다.
先王在天之靈
하늘에 계신 선왕의 영혼 또한
亦所監臨
또한 이를 굽어살피고 계실진대
是則上不愧天
이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아니하고
而亦不愧臣心也
또한 신의 마음에도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옵니다.
慮雨水浸潤
다만 염려되는 것은, 빗물이 스며들어
成墳之際
무덤이 이루어지는 즈음에
體制稍高
체제가 조금 높아진 데다가
于時天氣忽寒
그때에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
莎土無力
떼가 힘을 얻지 못하였사옵니다.
從以雨雪大積
게다가 눈비가 크게 쌓이고
經冬潤凍
겨울을 지나며 얼어 터졌다가
而春雨遞至
봄비가 번갈아 내리게 되니
以致崩頹
이로 인해 무너져 내리기에 이른 것이옵니다.
是臣之智慮淺狹
이는 신의 지혜와 사려가 얕고 좁으며
而愚暗致然也
어리석고 어두워 그렇게 만든 것이옵니다.
罪實在臣
그러하오니 죄는 진실로 신에게 있사옵니다.
其他官吏
그 밖의 관원들은
各掌其任
저마다 그 책임을 맡아
聽臣指畫而已
오직 신의 지휘만을 따랐을 뿐이거늘
安能可否於其間哉
어찌 그 사이에 잘잘못을 따질 수 있었겠사옵니까.
置臣不問
신을 그대로 두고 묻지 않으시며
治罪下官
하급 관원들에게만 죄를 다스리신다면
誠恐刑罰失中
진실로 형벌이 알맞음을 잃어
而不合公論矣
조정의 공론에도 부합하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臣於工役賤事
신이 비록 공역과 같은 미천한 일일지라도
目力所及
눈길이 미치고 안목이 이르는 곳에
而尙有此失
오히려 이러한 실책을 두었사오니
安敢冒寵
어찌 감히 은총을 무릅쓰고
叨居具瞻之地哉
과분하게 모두가 우러러보는 자리에 머물러 있겠사옵니까.
攸司再請劾臣
담당 관서에서 다시금 신을 탄핵하기를 청하였사오니
殿下不允
전하께서는 허락하지 아니하셨사옵니다.
寧不知感
어찌 고마움을 알지 못하겠사옵니까마는
然臣罪匪輕
그러나 신의 죄가 가볍지 아니하니
不可輕赦
가벼이 용서해서는 아니 되옵니다.
殿下縱不忍加笞杖之罪
전하께서 비록 차마 태장의 죄를 가하지 못하시더라도
亟收臣職
조속히 신의 직책을 거두시어
以正臣罪
신의 죄를 바로잡으소서.
非徒邦憲之嚴明
이는 비단 나라의 법헌을 엄명하게 할 뿐만 아니라
亦臣心之所安也
또한 신의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지는 길이기도 하옵니다.
不允
(성상께서 대답하시기를) 윤허하지 아니하노라.
앞의 상소에 이어 우의정께서 성상의 안위 섞인 유지를 받은 후, 다시금 스스로를 처벌해 주기를 청하며 올린 '자핵소(自劾疏)'입니다.
自劾疏 [癸酉]
스스로를 탄핵하는 소장 [계유년]
當初營建山陵事
당초에 산릉을 영건하던 일에 있어서
無大小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臣皆掌之
신이 모두 이를 총괄하여 주관하였사옵니다.
慮無不周
사려가 두루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旣竭心力
이미 마음에 품은 힘을 다 쏟았으므로
自謂無復遺恨
스스로 다시는 남은 한이 없노라 여겼사옵니다.
然莎土崩圮
그러나 이렇듯 떼가 무너져 내린 것은
出意料之所不及
실로 미처 생각지 못한 뜻밖의 요량에서 나온 것이니
罪當萬死
그 죄는 마땅히 만 번 죽어도 갚기 어렵사옵니다.
肆於前日
그리하여 지난날에
具辭以聞
글을 갖추어 마음을 아뢰었고
仰干天聽
감히 천청(임금의 귀)을 번거롭게 해 드렸사옵니다.
殿下灼知臣衷
전하께서는 신의 참된 속내를 밝히 살피시고
命諭丁寧
정녕하고도 간곡하게 타이르는 명령을 내리시니
臣不勝感激
신은 복받치는 감격을 이기지 못하겠사옵니다.
死無遺憾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臣今思之其時
하나 신이 이제 그 당시를 깊이 돌이켜보니
過犯專在臣身
잘못과 허물이 오롯이 신의 몸에만 있사옵니다.
提調官吏等
함께 일한 제조와 관리 등은
就獄招承
이미 의금부 옥에 나아가 죄를 자백하였사온데
獨於
홀로 저만 무사히 비껴가 있으니...
臣身無一及之
신의 몸에는 한 가닥의 처벌도 미치지 아니하니
實非公論之所宜也
이는 실로 조정의 공론이 마땅히 여길 바가 아니옵니다.
殿下雖赦
전하께서 비록 관용을 베풀어 용서하실지라도
不聞狀若免罪
죄를 면한 듯이 아무런 들음이 없는 상태로 있다면
責臣實恥之
신을 가책하는 부끄러움이 실로 뼛속까지 사무칠 것이옵니다.
伏望
엎드려 바라옵건대
殿下俯悉情由
전하께서는 엎드려 아뢰는 사정을 촉급히 살피시어
罪止臣身
죄를 오직 신의 몸에만 머물게 하시고
以示公道
이로써 천하의 공평한 도리를 보여주소서.
臣若欲庇下官
신이 만약 아랫사람인 하급 관원들을 비호하려 하거나
煩瀆高明
높고 밝으신 전하를 번거롭게 해 드리려 한 것이라면
則天地鬼神
위아래에 계신 천지신명께서
實所鑑臨
실로 엄연히 굽어보고 계실 것이옵니다.
臣雖不肖
신이 비록 불초하고 어리석으나
敢有懷詐欺妄之心乎
어찌 감히 간사를 품고 속이려는 마음을 두었겠사옵니까.
罪實在臣
죄는 진실로 신에게 있사옵고
而只及下官
도리어 하급 관원들에게만 미치고 있으니
事非至公
이 일은 지공무사한 도리가 아니옵니다.
痛心罔極
마음이 아프고 슬프기가 한이 없사오니
伏惟殿下垂覽焉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不從
임금께서 끝내 사직을 따르지 아니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