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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

[스크랩] 옛집 / 이형권

작성자해국|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옛집

 

 

이형권

 

 

 

 

무너진 흙담 아래

늙으신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풀꽃처럼 흔들리는 곳

긴 겨울밤을 지새우던 쇠죽방

구들장은 무너져 내리고

두레박 속에 메아리를 건져 올리던

우물도 말라버렸지만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

 

뒤란 동백나무 숲속에서 꽃잎을 줍고

술래가 되어 헤매던 화살바위에서

먼 세상을 그리워하던

생각하면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꿈이 많던 곳

봄이면 장독대에 살구꽃이 날리고

가을이면 담장 밑에 과꽃이 피어나고

비가 내리면 개울가에 나뭇잎 배를 띄우고

눈이 내리면 보리밭에 꿩 덫을 찾아가고

생각하면 저녁노을처럼 그리움이 퍼지는 곳

 

기러기 떼 울고 가는 차운 히늘에

그리운 사연 무명 솜처럼 띄워놓고

막차의 서늘한 불빛처럼 떠나온 곳

언덕 위에 삐비꽃처럼 흔들리는

애처로운 나이가 되어

문득 되돌아와 바라보는 곳

아직도 여물지 않은 유년의 사랑이 있고

못다 부른 노래가 있다

 

 

 

 

ㅡ 이형권 시집 '칠산바다' 중에서...

 

 

 

 

 

 

 

 

 

📷

삐비꽃 / 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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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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