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조회 7912.06.25 22:0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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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 권순진 세상에서 가장 맛 나는 술은 로얄살루트 50년산 위스키도 샤또 페트리우스 특등급 와인도 그렇다고 하산 길 막걸리 한 사발이나 갸우뚱하다보면 나오게 되어 있는 입술 배시시 웃음 짓는 유두주니 계곡주 치사한 공술 따위는 더더욱 아닌 좋은 술친구와 함께 마시는 술 청탁 안주 장소 불문 진실로 맛 좋은 술 좋은 술친구란 화제의 경계와 문턱이 없는 마른명태처럼 쫙쫙 찢어지는 정치판 육담 넘나들다 가족사에 짐짓 진지한 척 하다말고 문학 동네와 예술을 휘저어 다니다가 데카르트와 앨빈 토플러를 넘보아도 도무지 어색하지 않은 아무 말이나 씨부리고 주껴도 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를테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골목 대폿집에서 허홍구 선배와 마시는 참이슬 같은 술 - 계간 <시하늘> 2012년 봄호 ................................................. 시라기 보다는 한 인물에 대한 소묘에 가까운데, 이 시에는 ‘허홍구 선배를 만난 날’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 나는 술은 좋은 술친구와 마시는 술이고, 내가 알고 있는 술친구 가운데 허홍구 선배만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서 단숨에 주룩 내갈긴 글이다. 허홍구 선배는 대구 출신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현재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공동대표와 ‘행복하게 어울리는 모임’인 <광화문 사랑방>의 이끔이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 술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주량이 소주 한 병 정도는 되어야 하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어야 하며, 주사가 없어야 한다. 이 가운데 사적인 술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여는 일이다. 밀실의 빗장이 풀려야 ‘화제의 경계와 문턱이 없는’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는 법이다. 대화의 예의는 차려야겠지만 눈치를 봐야할 필요는 없다. 허홍구 시인과의 술자리가 그러하며 그것은 내게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그가 만나고 술자리를 갖는 거의 모든 이에게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이다. 누구를 만나도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고, 좋은 웃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과의 인연을 맺고 그 연을 소중히 이어간다. 그런 그가 이번에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 <시로 그린 인물화>란 인물시집을 묶었다. 얼추 이백 몇십명은 되어 보이는 이 시집의 등장인물은 우리 사회 각계각층 인물군상들로서 거대한 인물벽화를 보는 듯하다. 노무현과 김근태가 있고 배철수와 이장희도 있다. 망해서 문을 닫은 식당주인이 있는가 하면 환경미화원이 있고, 스님도 있고 목사도 있다. 계면쩍게도 여러 문인들 이름 틈바구니에 내 이름 석 자도 섞여있는데, 그의 말씀대로 기회가 되면 이번엔 종로 광장시장 그의 단골집으로 가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한잔 나눠야겠다. 권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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