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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

[스크랩] 봄밤 / 이형권

작성자해국|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봄밤

 

 

이형권

 

 

 

 

적막하지 않고 어찌 봄밤이라 할 수 있을까

저녁바람에 흐느끼던 보리밭이 내 곁에 와 잠들었다

 

손아귀에 쥐어 본 한 줌 바람 같은 시간들 

상엿집 서까래처럼 쓸쓸해졌다

 

노을 속에서 흔들리는 보리밭을 보면서 

나는 사랑의 배후를 본다

 

감미로운 속삭임이었다가 

옹이처럼 새겨진 기억의 파편들

 

먼 옛날 바윗돌에 새긴 매향비埋香碑는

찾는 이가 없이 홀로 이끼를 머금었다

 

돌 속에 새겨진 천금 같던 약속이여

이 들녘에서 누가 머물다 갔는지 말해 보렴

 

열리지 않는 목청으로 봄밤의 심연을 향해

어어어이이 하고 소리를 질러 보느니

 

적막하지 않고 어찌 이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들녘에 개구리 울음소리 가득하다

 

 

 

 

ㅡ 이형권 시집 '다시 청풍에 간다면' 중에서...

 

 

 

 

 

 

 

 

 

📚

이형권 시집 '다시 청풍에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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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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