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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야기

53년의 기다림 끝에 밝아진 맨해튼의 밤

작성자김 재균 (3기)|작성시간26.06.14|조회수17 목록 댓글 0

53년의 기다림 끝에 밝아진 맨해튼의 밤

오늘 밤, 나는 뜻밖의 풍경 앞에 서 있다.

사실 나는 농구 팬이 아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환자들이 농구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나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듣는 편이다. 뉴욕 닉스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며칠 전에도 병원에서는 온통 농구 이야기뿐이었다. 환자들은 닉스가 파이널에 진출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텍사스에 사는 미국 친구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이미 기적이 일어났으니 걱정 말게. 자네가 응원하는 스퍼스가 우승하도록 내가 응원하겠네.”

그저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창밖 어딘가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뉴욕에서는 크고 작은 소음이 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성은 점점 커졌고, 거리에는 환호성이 물결처럼 번져 갔다.

나는 호기심에 아파트 베란다로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뉴욕의 밤하늘이 평소와는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맨해튼의 빌딩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특별한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 건너에서 반사되는 불빛까지도 어딘가 축제의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반세기가 넘는 기다림 끝에 찾아온 순간을 도시 전체가 함께 기뻐하는 듯했다.

생각해 보니 1973년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이다.

그때의 소년은 훗날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에서 평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고, 그 긴 시간 동안 닉스의 우승을 기다리던 팬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 갔다.

어떤 이는 젊은 날의 열정으로 응원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손주의 손을 잡고 오늘의 승리를 맞이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이 순간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포츠의 승리는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기다림의 승리이고, 희망의 승리이며, 포기하지 않은 시간의 승리이다.

나는 농구를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뉴욕 시민들의 기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창밖의 불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음속에 간직해 온 소망이 마침내 현실이 된 순간의 빛처럼 보인다.

베란다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며 나는 조용히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53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영광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응원했지만 아쉬움을 안게 된 상대 팀 팬들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보냅니다.

오늘 밤 맨해튼의 불빛은 유난히 아름답다.

아마 그것은 승리의 기쁨 때문만이 아니라,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우리 모두에게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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