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에(初夜)
김삿갓: 모심내활 毛深內濶
필과타인 必過他人
털이 깊게까지 나고 구멍이 넓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이 지나간 것 아니냐?
가련: 후원황률불봉절 後園黃栗不蜂折
계변양류불우장 溪邊楊柳不雨長
딧동산의 누런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는 것이며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것이다.
[감상]
가련과의 첫날밤에 운우(雲雨)의 정을 나눌 때 남녀가 지은 詩이다.
우문현답이라고나 할까? 의심하는 투의 김삿갓의 질문에 가련이 꼼짝도
못하게 대답을 했다. 두 남녀가 이런 문답을 한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
났을까? 불문가지(不問可知)다.
足舞三更月 다리는 야삼경(夜三更) 달빛 아래 춤추고
족무삼경월
衾翻一陣風 이불을 들썩이니 한바탕 바람이 일어나네
금번일진풍
此時無限味 이때의 무한한 맛은
차시무한미
惟在兩人同 오직 두 사람만이 함께 알리라
유재양인동.
하였거나 또는
秋宵易曙莫言長 가을 밤이 길다고 불평을 말라
추소역서막언장
促向燈前解繡裳 등불 앞에서 치마끈 풀기를 재촉한다.
촉향등전해수상
獨眼未開晴吐氣 외눈은 아직 뜨지 않았으나 눈동자는 기운을 토하고
독안미개청토기
兩胸自合汗生香 두 가슴이 합쳐져흘리는 땀은 향기를 풍기네
양흉자합한생기
脚如螻蟈波翻急 두 다리는 청머구리 무리 속에 물결이 솟아 급한 듯하고
각여누괵파번급
腰似蜻蜓點水忙 허리는 잠자리가 물을 차듯이 바쁘게 움직이네
요사청정점수망
强健向來心自負 내 강건한 그것이 힘이 센 것을 언제나 자랑할 것이니
강건향래심자부
愛根深淺問娘娘 낭자의 그것이 깊고 앝음을 물을 수밖에.
애근심천문낭낭
라는 시구를 김삿갓은 다시 읊었으리라.
『 기문(奇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