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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땅살이 나눔터

[소만] 그 몫까지 자랄 수 있도록

작성자승화|작성시간26.06.10|조회수55 목록 댓글 1

작은 것이 가득차는 소만에는



풀싹들이 흙 한 뼘
가만두지 않는다.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인데...


담배상추 사이사이 절로 난 들깨

씨뿌려 만난 토박이들도 만만치 않다.
이 땅에서 대대로 자라온 녀석들 아닌가?
들풀 급이다.

딸기,오디, 보리수...
작은 열매도 밭과 나무를 가득채운다.


소만에 했던 큰 일은 콩 씨뿌리기...
독새기콩,서리콩,쥐눈이콩,오리알태,밤밥밑콩이 들어갔다.

콩은 토박이 가운데도 토박이인지라
가까이 가지도 않고
멀리서 눈길만 보내도 쑥쑥 자란다.



그런데 가만보면 이게 비결이다.
귀하다고 극성부리면 싫어한다.
적당히 풀을 남겨두어야 하는데

그 적당히가 어렵다.

딱! 풀에 치여 웃자라지 않고,
너무 말끔히 김매져서 도드라지는 바람에
새에게 먹히지 않을 만큼이다.


감자가 잘 자라고 있다.


기세를 제대로 탔으니 김매주고
겨드랑이서 나는 곁순도 딴다.

아침나절엔 점박이놈(28점 무당벌레)도 잡아주고,
좀 안타깝지만 꽃도 꺾어(미안해..) 준다.



소만에는 밭 뿐 아니라
내 맘도 여러가지로 가득찬다.

참깨씨도 뿌려야지
누래지길 기다려 밀,보리도 거둬야지
모도 내야지
딸기,오디,보리수도 따먹어야지




다행히 이번이 소농연대모임에서 격주로 하는
"밭 둘러보기"가
내 차례라서 더 탄력을 받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밭으로 밭으로...


지난 겨울 뿌린 진주찰밀이
잘 익었는지 새가 찌끄리기 시작하여
얼른 베어 집 온실에 널고...

밀 거둔 자리에
곧 내릴 비에 맞춰 검은깨, 횡성참깨 씨뿌린다.

며칠 뒤 가보니 요래요래 싹이 잘 텄다.

많은 남새들, 아끼지 않고 씨뿌렸더니
대폭발이다.

이제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다.
안타깝지만 남길 것만 남기고 솎아주어야한다.



감자에서 꽃따고 곁순따는 것도 마찮가지로
열매(엄밀히는 덩이줄기)를 선택,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그림책
"수박이 먹고 싶으면(김장성 글,유리 그림)"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대견한 수박 싹 서너 개 중에
아깝더라도 아무리 아깝더라도
두세 개는 솎아 내어야한다.

그리고 솎아낸 수박 싹이 슬프지않게
남은 싹이 그 몫까지 자랄 수 있도록
북 돋워 주고 물 뿌려 주고
줄기를 쭉쭉 뻗을 수 있게
묵은 볏짚 고루 깔아 주어야 한다...





가만보면 나 역시 어쩌다 운좋게
살아남은 싹이다.

여러 생명들이 나 대신
광주 금남로에서 세월호 배안에서...
병상의 침실과 찻길 한복판에서
시대의 아픔과 모순을 짊어진 채
솎아졌다...



솎아낸 씨앗들이 슬프지 않도록
남은 싹으로의 몫 다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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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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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양선아름 | 작성시간 26.06.10 '나 역시 운 좋게 살아남은 싹이다.'
    울림이 있는 글귀예요.
    저도 남은 싹으로의 몫 다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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