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 김춘수
오전 열한시의 다방에는 아무도 없다
칠한 지 얼마 안 된 말끔한 엷은 연둣빛 벽면에 햇발이 부딪쳐 이따금 거기서 은어의 비늘 같은 것이 반짝이곤 하였다. 나는 눈을 가늘게 감아 보았다.
점점점 포실한 가슴속에 안기어 가는 듯한 그러한 느낌인데, 나의 귓전에는 찌, 찌, 찌 ...... 무슨 벌레 같은 것이 우는 소리가 선연히 들려왔다.
그것은 정적의 소린지도 몰랐다.
나는 어디 밝은 그늘 밑에서 졸고 있는 듯도 하였다.
내가 눈을 다시 떳을 때, 그때 나는 나의 왼쪽 뺨에 불 같은 달은 시선을 느꼈다. 나는 처음에 그것이 꽃인가 하였다.
그것은 딸기였다. 쟁반에 담긴 일군의 딸기는 곱게 피어오른 숯불같이 그 벌겋게 달은 체온이 그대로 나에게까지 스며올 듯, 진열장의 유리를 뚫고 그것은 연신 풋풋한 향기를 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손님이라고는 나 한 사람뿐인 다방의 오전의 해이해진 공기를 그것들이 혼자서만 빨아들이고 토하고 있는 상 보였다. 진열장 근처의 공기는 그만큼 긴장해 보였다.
조금 전의 벌레 우는 것 같은 소리는 어쩌면 그것들이 쉬는 숨소리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딸기를 딸기밭에서 본 일이 있다. 가늘고 키가 작은 줄기에 어울리지 않는 보기 흉한 큰 이파리를 달고, 그 위에 더 무거운 열매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뿐 아니라 보오얗게 먼지를 쓰고 있는 양이 몹시 더러워 보였다. 그렇던 것이 어찌 또 그리 싱싱하고 풋풋하였을까?
나는 열심히 딸기를 보았다. 그 솜솜히 얽은 구멍이 구멍마다 숨을 쉬고 있는 듯 쟁반 위의 딸기는 생동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근처를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 온 방안의 공기가 유리 안의 한 개 쟁반 위에 모조리 흡수되었다.
딸기는 그날 누구보다도 비장(悲壯)하였다.
꽃 으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딸기 라는 시입니다.
보통 딸기 하면 일반적으로 떠울리는 심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시인은 같은 것을 다르게 느끼는 능력이 있어야 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