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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법문

법정큰스님이 남긴 청빈의 뜻

작성자지관知觀|작성시간26.06.20|조회수23 목록 댓글 0


법정 스님이 남긴 청빈의 뜻

물건에 집착하면 그 물건이 인간 존재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된다. 그것은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비싼 물건을 사다 놓고 좋아하다가 그것이 깨지거나 사라졌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면 큰 일이 난 것처럼 소란을 피운다.

물건은 도구다.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활 도구이다. 생활도구로 쓰지 않고 물건을 반닫이 위나 어디에 모셔 놓으면 그건 도구가 아니다.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서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 내가 가끔 인터뷰할 때 ‘스님 소원은 뭡니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

내 개인적인 소원은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사는 것이다.나는 내가 사는 부엌 벽에다 ‘보다 단순하고 보다 간소하게’ 라고 낙서를 해 놓았다.

단순함과 간소함이 곧 본질적인 세계다. 불필요한 것들을 다 덜어내고 꼭 있어야 할 것과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어떤 결정체 같은 것. 그것이 단순과 간소이다.

꼭 있어야 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복잡한 것을 다 소화하고 난 다음의 어떤 궁극작인 경지이다.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에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작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다. 텅 빈 공간의 세계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이 바로 하늘나라이다. 텅 비어 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 것이 바로 극락이다.

〈……〉마음이 충만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남보다 적게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순과 감소함 속에서 생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청빈의 화신이다.

또 진정으로 삶을 살 술 아는 사람이다. 그 단순함과 간소함 속에서 생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다.

욕심을 부릴 게 아니라 버릴 것이다. 버림으로써 영혼의 빛을 발한다. 내가 이렇게 가난을 강조하는 것은 궁상을 떨면서 살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넘치는 것만 바라기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우리의 삶을 객관적으로 옛 거울에 다시금 비춰 보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청빈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시적인 생활방편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두고두고 배우며 익혀 가야 할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우리의 생활규범이 되어야 한다.

이 지구촌에는 나눠 가져야 할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 질제된 미덕인 청빈은 그 뜻이 나눠 갖는다는 뜻이다.

청빈은 그저 맑은 가난이 아니라. 그 원뜻은 가진다는 뜻이다.청빈의 상대 개념은 부가 아니라 탐욕이다.

한자로 ‘탐貪’자는 조게‘패’ 위에 이제 ‘금’자이고, 가난할 ‘빈貧’자는 조개 패 위에 나눌 ‘분’ 자이다. 탐욕은 화패를 거머쥐고 있는 것이고. 가난함은 그것을 나눈다는 뜻이다.

따라서 청빈이란 뜻은 나눠 갖는다는 뜻이다.사람에게 만일 가난이 없었다면 나눠 가질 줄도 물랐을 것이다.

내가 가난해 봄으로써 우리 이웃의 가난, 어려움에 눈을 돌리게 된다.

출처 [산에는 꽃이 피네]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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