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저녁기도 강론에서 교황, 스페인이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면서 모든 이를 환대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성자안 엘리지오|작성시간26.06.11|조회수21 목록 댓글 0

TOPSHOT-SPAIN-VATICAN-DIPLOMACY-RELIGION-POPE 

교황

저녁기도 강론에서 교황, 스페인이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면서 모든 이를 환대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바르셀로나 경기장에서 4만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한 저녁 기도 강론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삶의 ‘밤들’을 결정적인 실패나 추락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들을 벗어낼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교황은 카탈루냐어에 경의를 표한 뒤, “우리의 다양한 생각과 감성을 조화롭게 묶어 주는 신앙 안에서 함께 걸어갑시다”라고 초대했다.

교황 성하의 스페인 사도 순방
2026년 6월 6일 – 12일

교황 성하의 강론
저녁 기도회

바르셀로나, ‘류이스 콤파니스’ 올림픽 주경기장
2026년 6월 9일

 

우리 역시 밤의 어둠 속을 걸어가는 순례자였던 니코데모와 같습니다. 이 복음의 성화(icona)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에게 인생의 여정에 관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우리의 발걸음, 우리의 갈망, 그리고 우리가 기쁨과 실패, 염원과 계획 속에서 매일 안아 들고 살아내는 그 모든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갈망하는 이들이며, 진리에 주리고 목말라 있고,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격려하며 그 신비를 이해하도록 도와줄 충만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천천히, 작은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우리 인간 조건이 지닌 어스름과 마주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우리는 온전한 진리를 아직 소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 자신의 신비를 깊이 알지 못하고, 타인의 참된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숨겨진 진실과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늘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길을 비추어 줄 빛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니코데모는 우리에게 신앙의 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줍니다. 신앙의 여정은 우리 인간적 실존의 여정과 평행하게 달리는 별개의 길이 아닙니다. 이 두 길은 언제나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우리가 복음에서 들은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셨고, 그 아들 안에서 육신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그분은 언제나 아버지 곁에 계시며 동시에 우리 곁에 계십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날의 빛 안에서 우리 삶의 신비가 펼쳐질 때마다, 우리가 존재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 것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 속에 머물며 그분의 영원한 포옹 안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콜로 3,3)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우리는 신앙의 밤, 믿음의 고단함, 영적인 피로, 복음의 부르심 앞에서의 부족함, 우리 실패의 쓰라림, 그리고 그 부르심에 합당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경험하곤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니코데모는 우리의 삶과 신앙의 여정,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역사에 동반되는 이 ‘밤들’이 바로 축복의 자리이며, 다시 태어나는 공간이고, 언제나 새로운 생명을 낳는 품임을 가르쳐 줍니다. 이 밤들은 우리의 겉치레를 벗겨내고 우리를 본질로 돌아가게 합니다. 우리가 낮 동안 다른 이들에게 인식되지 않으려고, 혹은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꾸미기 위해 쓰고 다녔던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가면들을 벗겨냅니다. 그리하여 밤은 우리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우리가 스스로의 길을 이미 완성했다고 자만하거나 모든 것과 모든 사람, 심지어 하느님에 대해서까지 명확한 빛을 가진 것처럼 전진하는 오만을 내려놓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진실 안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겸손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밤이 만들어내는 이 ‘비어 있는 공간’은 그것이 비록 고통이나 불만족, 실망이나 불신의 형태로 찾아올지라도, 새로운 생명을 얻고 변화하며 새로워지는 기회, 곧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신 ‘위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죄와 세상의 불충실함이 만들어낸 밤을 단죄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시고 세상에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시 이 ‘밤들’을 단죄하지 않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우리 삶의 밤도, 교회의 밤도, 우리를 둘러싼 사회의 밤도 심판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밤의 한가운데에서 니코데모처럼 길을 나서야 하며, 계속해서 주님께 물으며, 성령의 바람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밤을 더 이상 실패의 표징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개인의 여정뿐만 아니라 우리 교회의 여정이 마주한 밤들, 그리고 이곳 스페인과 이 나라의 도시들, 스페인이 지닌 오래된 결핍과 새로운 결핍들, 그리고 이 사회와 문화가 겪고 있는 밤들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밤은 어떤 것들인가? 그 밤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는가? 그 밤 안으로 들어가, 편견 없이 겸손하게 우리 자신의 현실을 바라볼 때, 우리는 무엇을 바꾸라고 부름받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새로워져야 하며, 어느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고, 어떤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라는가?’

사랑하는 여러분, 밤의 한가운데에 있을지라도 하느님과, 그리고 우리 서로 간에 찾는 일과 질문하는 일, 그리고 대화하는 일을 멈추지 맙시다. 우리의 다양한 생각과 감성을 조화롭게 묶어주시는 신앙 안에서 함께 걸어갑시다. 그리하여 우리를 공동선으로 인도하는 진리를 함께 찾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이 나라가 모든 이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공간이 되고,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있게 합시다. 니코데모처럼 주님을 찾으며 성령의 선물에 우리 자신을 열고, 그분 복음의 빛을 받아들입시다. 그렇게 할 때 우리 안에 새로운 생명, 우리를 축복하시는 현존, 그리고 우리를 밤에서 빛으로 건너가게 도와주는 아낌없는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확신합시다. 하느님께서는 그 무엇도 잃어버리지 않기를 원하시며, 이미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어 끝없는 행복으로 인도하기를 갈망하시기 때문입니다.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통하여, 주님께서 우리가 당신께 마음을 열고 성령의 바람에 흔들어 깨우도록 은총을 허락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번역 박수현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