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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여보, 미안해”

작성자안 엘리지오|작성시간26.06.12|조회수19 목록 댓글 0

 “여보, 미안해” 

 




30년 전 아내와 혼인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 여자라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을, 내가 몸담았던 세계를 아내보다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부족한 나를 이해하면서 30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아내가 그래서 늘 고맙다.

그런데 고맙게만 여기던 아내에게 대한 미안함이 생겼다. 최근 들어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면서다. 몸 상태가 지난해와 다를 뿐 아니라 지난봄과도 다르다. 그러면서 아내가 생각났다. 나보다 네 살이나 많은 아내의 4년 전은 어땠을까. 곰곰 되짚어보니 아내가 대단히 힘들어했을 때가 4년 전쯤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아내는 어떠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내에게 대한 미안함을 넘어 죄스러움이 솟구친다.

그러고 보니 나는 30년 동안 ‘한결같은’ 삶을 살았다. 아내에게도, 자녀들에게도, 직장에서도…. 모두가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살았다. 입으로야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하고 잘도 주절거렸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언제나’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을 나 중심으로 살아온 것이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 혼인 미사가 있을 때마다 듣는 복음 말씀이다. 지난 4일 주일 복음이 바로 이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날 바티칸에서는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 주교시노드(주교대의원회의)의 개막 미사가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막 미사 강론에서 이 복음 말씀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말씀은 믿는 이들에게 온갖 형태의 개인주의와 율법주의를 극복하라는 권고입니다.” 혼인은 창조주께서 제정하신 것인데(하느님의 법, 신법), “편협한 자기중심”에 사로잡혀 이를 거부하거나 인간이 만든 법으로 하느님의 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편협한 자기중심”이라는 표현이 가슴을 찔렀다.

교황은 그러면서 “부부 생활의 목표는 단지 평생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평생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혼인할 때 부부는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한다.

나 또한 하느님과 주례 사제, 가족과 친지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서약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겠다’는 약속은 서서히 잊혀졌다. 사랑받고 존경받기를 더 바라면서 그저 습관처럼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 내 몸의 변화가 아내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해주었고,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시노드가 열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혼인과 가정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일깨워주었다.

이번 주교시노드에 대해서는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이 되는 동성혼 문제 등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응답이 궁금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다. 우리 가정의 문제다. 시노드 대의원들은 무엇보다도 우리 신자 가정들이 어떻게 오늘날 세상의 온갖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하느님의 축복받는 가정이 될 수 있을지 성령께 마음을 열고 기도하며 성찰하고 있다. 주교 시노드가 열리는 이 가을이 우리 가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래도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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